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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Feb 28. 2021

이게 다 아들러 때문이다!

 “네게 도움을 청하러 왔잖아!” 택도 없는 정신승리법으로 나를 다독인다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한다.”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의 저자인 홍세화 님이 하는 말이다.  글쓰기가 사람을 정교하게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생각하는 바’들은 안개 속에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란다. 글쓰기는 그들을 끌어내 정리하는 과정을 밟기 때문에 정교해지지 않을까라고 소회를 밝힌다.


나를 키운  팔 할이 아니 전부가 독서라고 믿기에 책 읽기와 글쓰기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독서 모임을 여러 개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일 1권 1작’을 모토로 매일 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씩을 발행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메모 독서법』의 저자 신정철 님이 주관하는 <발제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삼 개월 코스로 한 달에 한 권을 읽고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게 과제다. 누구나 한 번은 발제를 해서 발표하는 의무가 있다. 이번 달에 내 차례가 있었는데 발제할 책이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였다.     

 

나이가 뭐라고 괜히 젊은 사람들한테 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책을 꼼꼼히 읽고 발제 준비를 했다. 정확하게 잘 전달하려고 PPT도 신경 써서 만들어 발표했다. 의견을 나누는 시간에도 가능하면 젊은 친구들 있는 틈에서는 많이 들으려고 하는 데도 방정맞게 톡 의견을 말하게 된다. 내 연배답지 않게 말하는 것에 대한 조심성이 없다. 친정의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내 생각을 말하는 것에 크게 부담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이 있는 모임에서는 가능하면 없는 듯이 있으려고 한다. 그렇게 결심을 했것만 타고난 천성 때문인지 그게 잘 안 된다. 자유분방한 성향을 가졌음에도 눈부시게 푸릇한 청춘들 앞에서는 슬그머니 주눅이 든다.     


요즘 학원에 상담 오는 학부형들이 나랑 이십오 년 이상은 훌쩍 차이가 난다. 며칠 전에도 학부모 상담이 있었는데 상담은 뒷전이고 홀린 듯이 그 학부형을 쳐다봤다. 우유를 확 끼얹은 것 같은 피부는 물론이거니와 머릿결도 튼튼하니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긴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나갈 때 보니 모델처럼 다리 기럭지마저도 길었다. 고2 아들 때문에 걱정을 산처럼 안고 나타났는데, 걱정을 하는 모습까지도 예뻤다. 근심하는 마음이 애처로워서 하마터먼 매일매일 보내라고, 내가 다 해줄 거라는 말을 할 뻔했다. 아무튼 다른 사람이 가진 젊음에, 큰 키에, 미모에 열등감을 부쩍 느끼고 있다. 넘을 수도 없는 벽에 쓸데없이 좌절하고 있는 중이다.   

   

이럴 때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행하는 것이 바로 독서다.

마침 1년 넘게 하고 있는 심리학 독서 모임인 <마음담론>에서 이번 달 읽는 책이 『아들러의 인간 이해』다.      



열악한 오늘날의 교육 현실에서 진정한 인간 이해는 오직 한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
그들은 참회하는 죄인으로서 혼란스러운 정신생활 속에서 많은 실수와 잦은 잘못 때문에 질곡에 빠져 들었다가 벗어난 사람들이거나 그와 아주 흡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 혹은 그와 비슷한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특별히 이런 것들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사람들 혹은 특별한 공감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물론 인간이해의 지식을 잘 습득할 수 있다. 가장 훌륭한 인간이해자는 아마도 모든 열정을 스스로 겪어낸 사람일 것이다.      
- 『아들러의 인간이해』, 27~28쪽    


 

아들러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주변 사람들이나 자신의 삶과 도타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만이 인간이해를 잘 습득할 수 있다고 했다. 기회를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인간들과의 교류만으로는 부족하고 체험도 중요하기에 ‘참회하는 죄인’으로서의 경험을 한 사람, 그와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만이 인간이해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들은 ‘모든 열정을 스스로 겪어낸 사람’이기에 사람을 대할 때 겸손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다.

    


프로이트 보다 아들러가 좋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이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삼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리비도를 차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으로 보았다. 과거에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가에 집중했기에 과거는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자리매김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성적인 욕망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아들러는 프로이트가 나누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인간의 성격(마음)은  in(not)+dividual(나누다)로 봤다.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것으로 개인심리학 individual psychologh을 창시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관심을 두었다. 인간은 더 나은 것을 창조해가는 존재라고 인식했다. 말하자면 관점을 바꿈으로써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꿀 수 있기에 희망적이다.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해 우월해지려는 의지력을 갖고 있다고 봤다. 그런 점이 『미움받을 용기』이후 아들러가 사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열등감은 가치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일 뿐이라고 아들러는 천명했다. 열등감이 나쁜 것이 아니라 ‘열등감 콤플렉스’를 갖는 것이 문제라고 본 것이다. ‘열등감’을 나쁜 것이라는 가치로 평가할 때 열등감 콤플렉스가 생기고 이때 인간은 좌절을 맛보게 된다고 한다.

반대로 우월감 콤플렉스는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속임으로써 느끼는 정서인데 열등감 콤플렉스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아들러의 따뜻한 위로에 너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라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개인 각자가 삶을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주체로 보았기에 인간은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게 된다.   


        

인간은 모든 종류의 열등감에 매우 민감하다. 열등감이 나타나는 바로 그 순간에 그의 정신적 삶의 과정이 시작된다. 그것은 삶을 고요하고 즐겁게 향유하기 위해 균형 감각을 찾고자 하는 불안이며, 안전과 충일감을 원하는 불안이다.   

- 『아들러의 인간이해』, 207쪽     



열등감이 오히려 균형 감각을 찾기 위한 불안이기에 “생을 추진하는 힘이 되며, 모든 노력이 시작하는 출발점이고 목표를 추구하게 만드는 힘(93쪽)”이다. 인간은 목표를 통해 미래를 위한 삶을 준비하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이때 열등감은 오히려 자아실현을 하게 만들어 자신을 완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열등감 못지않게 아들러의 ‘생활양식’(life style)이라는 용어도 아주 의미 있다. '생활양식'이란 세계에 대해 개인이 행동을 취하는 독특한 방식을 말한다. 이것은 우열을 떠나 각자의 생활양식이 사회 속에서 의미를 만들 수 있을 때 그 개인은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파한다.    

  

인간은 때때로 자신이 할 수 없는, 가지지 않은 것으로 열등감을 느낀다. 그런 우리에게 아들러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활양식만으로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더 높은 곳을 더 좋은 것을 지향하려는, 우월해지려는 의지를 갖고 있기에 아들러의 견해는 아주, 그것도 심히 희망적이다.     

 

열등감에 젖어 있는 내게 다행히 발제 독서에 참여했던 Y님께서 카톡을 보내왔다.


순희 님 어제 발제 넘 잘 들었어요.
바쁘실 텐데 꼼꼼히 짚어주셔서 좋았어요.
봄이네요 건강관리 잘하시고요^^      


예의상 하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학인들께 폐가 되지는 않았겠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요정 같은 학부모를 보고 열등감을 느꼈던 내게 속삭인다.


젊고 우아해도 “네게 도움을 청하러 왔잖아!”

말도 안 되는 정신승리법으로 나를 다독여본다.    

이게 다 아들러 때문이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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