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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r 05. 2021

타는 버스가 아닌 ‘메타버스’에 오르세요

명절 연휴 모처럼 가족끼리 있어도 같은 시간 안에, 물리적인 공간에만 있지 우리 가족 모두는 다른 사이버 공간에서 놀고 있다. 남편은 유튜브로 미스터 트롯을 보고, 아들은 넷플릭스의 빌리언스를 시청하고 나는 <조곤조곤 시 쓰기> 방에 들어가 카톡을 하고 있다. 각자 제 볼일 들을 본 셈이지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안에 있었다는 것 하나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착각한다.      


몸은 함께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신은 인터넷 세계의 서로 다른 곳에 있었다.

 이제는 그것을 뛰어넘어 몸은 그대로 있고 인터넷 상에서 문화생활도 누리고 수익도 창출하는, 정신만 활동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책이 있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의 저자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고 늦기 전에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에 올라타라고 종용한다.

‘종용’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코로나 시대 언택트 문화가 촉매제”가 되어 메타버스 열풍을 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코로나로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 공간에서 만나고 협동하고 있었다.실제의 활동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메타버스가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 삶에 스며들어와 있다.

공대생의 심야 서재에서 <신나는 책 쓰기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줌 수업으로 브레인스토밍 하고, 마인드맵을 배운 다음 실제로 해보는 연습을 했다. 수강생 작가님들이 경상도 충청도 등 지방에 계신 분들이었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이 면대면 수업처럼 이루어졌다.     


 

하면 할수록 유능해지는 것이 브레인스토밍이어요 ~^^


브레인스토밍 한 것을 범주화해서 분류화하고 상위 개념 하위 개념으로 위계화시킨 것이 마인드맵이어요 ~^^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 반은 아이들 세 명의 호흡이 잘 맞고 있으니 이대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내는 학부모도 있다. 한 명을 더 넣거나 하면 “아유,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어수선할까 봐 걱정이 되네요”하면서 은근하게 불만 겸 우려를 한다.  

      

그러던 차에 이번 책 쓰기 수업을 하면서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비대면으로 해도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50명이고 100명이고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많아서, 말썽쟁이 00 이가 들어와서 신경이 쓰인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무릎을 쳤다. 어제처럼 줌으로 수업을 하면 인원수에 대한 저항감은 줄겠다는 생각이다. 비대면 시대에 오히려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책 제목인 ‘메타버스’는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지칭한다.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 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 universe의 합성어로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말한다.     

  

메타버스를 기술 연구 단체인 ASF는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의 세계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22쪽)          



증강현실-게으른 뇌를 깨워내는 수단     



뇌는 0.005%의 정보만 사용하고 나머지를 과감하게 버린다. 게으른 뇌를 깨워내는 수단이 증강현실이다. 증강현실은 버려지지 않도록 정보를 정리하고 요약해 눈에 띄게 만들어 던져주는 방식이다.  증강현실 장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장점과 특정 상황에서 실재감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예견할 수 있다. 만일 증강현실 메타버스가 잘못 구현됐을 때 “너는 직접 상상하지 마. 네가 상상을 잘 못해서 내가 전달하려는 의도와 조금이라도 다르게 이해하는 게 나는 싫어. 네가 머릿속에 그릴 이미지, 네가 상상할 소리와 감정 등을 모두 내가 던져줄 테니 너는 그대로 받기만 해.”라는 암울한 세상이 올 수 있다. 말하자면 콘텐츠 제공자가 메타버스 속 사람들의 상상력까지 제한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예전에 길거리를 다니다가 포켓몬 잡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봐왔던 터러, 증강현실은 포켓몬 잡는 유행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증강 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물체, 실제 물체 또는 픽션의 세계관이나 이야기 등을 덧씌워서(46쪽)"보여준다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고안하는 사고력과 언어로 소통하는 능력을 통해 영향력 있는 생존에 유리한 종으로 살아남았다. 이름하여 호모사피엔스다. '호모사피엔스'는 없던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동료들에게 전파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상의 결과를 눈에 보이는 도구로 만들어서 활용하는 '호모파베르'로 진화했다. 그다음 진화 과정이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루덴스’이다. 네덜란드의 하위징아가 현생 인류를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로 인간의 모든 활동과 상호작용에는 기본적으로 놀이, 즐거움이 전제되어 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놀이를 좋아했고 더 잘 놀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고, 그것은 집단 사회의 규범, 법, 문화를 형성한 밑바탕이 됐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메타버스의 형성과정에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 중,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 가상세계다. 게다가 제일 빠른 메타버스로 다리잡았다.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는 온라인 게임을 시작했고, 온라인 게임문화가 가상 세계를 포함한 메타버스로 확장해갔다.  

    

인류는 이제 히브리 대학의 역사과 교수인 유발 하라리가 언급한 호모 데우스로 진화하고 있다. 신이 되려는 인간인 호모 데우스는 신처럼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삶을 추구한다. “메타버스에 인류 자신들이 생각한 세계관, 생명체, 자원, 환경 조건 등을 설정해 운영(32쪽)”하고 있다.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 캐릭터와 인간들이 어울려 사는 호모 데우스다운 놀이터를 메타버스에 만들어 신나게 놀고 있는 중이다. 증강현실을 통해 인간은 판타지를 충족하고 편의성을 느끼고 있다.            

          


연출된 나를 보여주는 ‘라이프로깅’     


인스타에 페북에 올린 사진들은 대부분 보여주고 싶은 것만 연출해서 올린다. 스마트폰에 달린 고성능 렌즈로 보여주고 싶은 않은 나는 쏙 빼고 이상적인 이미지를 추가해, 이를 테면 포장해서 즐기는 라이프로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좋은 일에 대한 인정이나 축하를 받고 싶어 하고, 나쁜 일을 당했을 때는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서 SNS에 글을 올린다. 기대했던 반응이 나타나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타인의 반응을 통한 행복감의 순환과정에는 끝이 없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

저자는 “인간의 보상 기대 시스템의 근본 특성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소셜미디어 형태의 라이프로깅 메타버스는 계속 번성(101쪽)” 할 것으로 예측한다.      


라이프로깅을 하는 사람이 칭찬과 위로에 목말라하는 유치한 인간이라는이 생각이 드는가?

1998년 스탠퍼드대의 설득기술연구소의 포그 박사의 실험을 보면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하는 것이 유치하고 소심한 사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정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보편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수행해야 할 과제를 부여해 과제수행자에게는 컴퓨터가 칭찬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컴퓨터가 보내주는 기계적 칭찬 메시지임을 분명 알고 있는데도 칭찬을 받을 때 과제 수행을 더 잘했다.   

   


의지력, 자기 조절, 자유 의지 등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의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인내심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했다.

두 그룹으로 나눠 6분 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A 그룹은 통제 없이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게 했고, B그룹은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웃지 못하도록 통제를 받았다. 시청 후에 손아귀의 쥐는 힘인 ‘악력’ 테스트를 했는데 A그룹이 B그룹에 비해 20% 높게 나왔다.

또 다른 실험으로 난이도 높은 과제를 수행하면서 초콜릿과 쿠키를 먹지 못하게 참아야 하는 경우, 사람들은 어려운 과제를 훨씬 더 빨리 포기했다.


이들 실험이 의미하는 것은 좋은 일에는 칭찬을 듣고 나쁜 일에는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보편적이 정서라는 것이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 메타버스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단기적 보상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님을 인지할 수 있다.      



현실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한 거울 세계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를 거울 세계라고 한다. 현실 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진다.

 -『메타버스』, 156쪽     


배달 앱의 장점은 배달 앱 내에서 터치 몇 번으로 가능한 효율성이다. 또 별점이나 고객 후기와 식당 위치와 같은 정보의 확장성도 갖춰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구글 어스와 네이버 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또한 거울 세계에 해당한다.


<마인크래프트 세상을 3조 원에 사들인 마이크로소프트> 편도 흥미롭게 읽었다. 모래상자를 의미하는 ‘샌드박스 게임’으로 실제 대학의 모습과 똑같은 거울 세계를 만들어 졸업식도 하겠다는 취지인데, 지금의 상황에 걸맞은 아디디어로 다가왔다. 코로나로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인크래프트 안에 교실을 만들었음은 물론 가상 졸업식까지 진행했다. 이를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인 트위터에 공유했다. 거울 세계와 라이프 로깅 세계를 연결한 것인데, 놀랍게도 초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마인크래프트 메타버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것이기에 더 높게 평가한다. 이러한 것을 '노력 정당화 효과'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자기들의 상상력과 노력으로  거울 세계를 잘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잘 놀고 있다.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어느 곳에도 없던 세상을 창조하는 가상세계


증강현실 메타버스는 현실 위에 가상의 이미지, 신기한 물건, 판타지적 세계관이나 이야기 등을 덧씌워서 만든 세계였습니다.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삶의 기록을 텍스트, 영상 등으로 다양하게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며 지냈습니다. 거울 세계는 현실세계를 거울에 비추듯이 메타버스 안에 구현해서 더 효율적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확장해준 메타버스였습니다.
 
-중략-
 
현실과는 다른 공간, 세대, 문화적 배경, 등장인물, 사회 제도 등을 디자인해 놓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메타버스가 가상세계입니다.  

-『메타버스』, 212쪽



책에 따르면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은 아바타를 통해 탐험을 즐기고 소통을 즐기고 성취를 즐긴다.  

가상 세계를 이루고 있는 세계관이나 철학, 규칙, 이야기 등을 탐험가와 같은 자세로 새로움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느낀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들과 소통하거나 현실 세계에서 알고 지내던 이들을 만나 친구가 된다. 가상 세계의 아이템과 디지털 자산을 얻거나 높은 레벨을 얻기도 한다. 다수의 마음을 움직여서 계획했던 목표에 도달하며 성취감을 만끽한다.


이 책은 메타버스의 네 가지 세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무작정 메타버스에 오르라고 부추기지만은 않는다. 예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를 잘 활용하기 위한 안내도 잊지 않는다.


"메타버스를 거부한다면 모르핀에 중독된 쥐가 된다고 경고하면서도 대안도 제시한다.

 프롤로그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세계,
어울림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더 편하게, 더 많이 이들과 어울리기 위한 세계가 메타버스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함께 지지고 볶으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저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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