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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r 19. 2021

잃어버린 ‘푸른 목걸이’를 찾아서

-「샘레이의목걸이」, 허영심의 끝은 어디인가

허영심처럼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단어가 있을까?

허영심으로 사람이 성장하게 되는 경우가 간간이 있긴 하다. 허영심이 있는 사람은 상대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무엇인가 있어 보이기 위해 한껏 포장을 한다. 개구리 배처럼 부풀리다 보면 일정 부분까지는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크게 보이는, 있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혹자는 “인간의 위대한 업적 중에 허영심이 없었다면 달성하지 못했을 것들도 많았을 것”이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필요 이상의 겉치레”뿐인 허영심은 올바른 사고를 방해하게 만든다. 엄마 개구리가 아기 개구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한껏 부풀리다 배가 터져 죽은 것처럼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어슐러 르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에 실린 <샘레이의 목걸이> 이도 허영심으로 인한 비극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샘레이의 명분을 가장한 허영심으로 그녀가 속한 가족 공동체의 불행한 결과를 보여준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은하 제8지역의 No. 62의 행성 포말하우트Ⅱ다.

이곳에는 세 종의 완전 인간형 생명체가 살고 있다. 야행성 혈거인인 ‘진흙인’ 그데미어, 주행성 혈거인인 ‘피이아’, 동굴이 아니라 요새와 마을을 소유한 '리우어'가 있다. 주인공 샘레이는 리우어 중에서도 영주 계급인 엔기어이다.


 샘레이는 초창기 왕의 후손으로 황금빛 머리카락을 물려받았지만 몰락해 가는 집안 덕분에 결혼 지참금도 준비할 수 없었다. 자신보다도 못한 중인 계급의 여성들도 갖고 있는 보석 왕관이나 황금 브로치 조차도 없었다.      



할란의 두르할과 결혼하여 딸 할드레를 낳았지만, 아이를 시누이에게 맡겨두고 친정 행을 한다. ‘바다의 눈동자’라 불리는 사파이어가 박힌 순금 목걸이를 찾기 위해서다. 샘레이의 아버지는 잃어버린 목걸이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동네 늙은 중인 노파로부터 피이아인이라면 그 목걸이의 소재를 알 거라는 말을 듣고 샘레이는 결단을 내린다.     

 


“할란의 잔치에서 왕국 하나에 해당하는 부를 목에 걸고 두르할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을 시누이 두로사에게 샘레이는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남편 두르할이 “다른 어떤 사내들보다 더 빛나는 것처럼”, 자기 역시 “다른 어떤 여인들보다 빛날 거”라며 두로사를 설득한다.      



며칠 이면 된다며 남편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어린 딸을 두로사에게 맡기고 길을 나선다.

이런 샘레이를 보며 두로사는


“유성처럼 빛나는 샘레이, 남편이 사랑하는 건 세상의 황금이 아니라 아내의 금빛 머리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샘레이 …… ”
라며 샘레이의 딸 할드레에게 중얼거린다.      


친정아버지를 만나지만 술에 취한 아버지는 샘레이를 귀찮아할 뿐이다. 피이아인 마을로 그들을 만나지만 그들 역시 목걸이의 행방을 모른다. 피이아인으로부터 태양을 싫어하는 진흙인들 사이에서라면 ‘바다의 눈동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는다.


빛을 싫어해서 동굴 밖을 나오지 않는 진흙인을 찾아간다. 목걸이를 만든 것도 진흙인이었다.

그들에게 보석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자 이들은 샘레이를 ‘푸른 목걸이’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아주 먼 곳”이지만 “그 여행은 단지 긴 하룻밤이면 될”것이라고 말한다. 샘레이는 줄무늬 말을 타고 가서 다른 행성에 있는 박물관장으로부터 목걸이를 받아온다.


목걸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진흙인인 그데미어가 우주선에 대한 비용으로 우주 연맹에 이미 지불했기 때문이다. 박물관 관장은 분쟁이 있는 것도 싫고 전쟁도 꺼려했기에 샘레이에게 선선히 건네 준 것이다.


출처: Pixabay



목표 달성을 한 샘레이가 집으로 돌아와서 만난 것은 아름다운 낯선 아가씨와 늙어버린 시누이 두로사일 뿐이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남편 두로할은 이미 7년 전 전투에서 죽고 없었다. 샘레이가 떠난 지 9년째 되던 해였다. 할란의 사람들이 다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과 다르게 샘레이가 늙지 않았던 까닭은 다른 행성으로의 광속 여행 때문이었다. ‘푸른 목걸이’를 찾기 위한 광속 여행은 시간 지연을 가져와 샘레이만 할란을 떠날 때 그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샘레이는 딸 할드레에게 목걸이를 주고 남편이 묻혀 있는 곳으로 가면서 소설이 끝이 난다.


그토록 원했던 목걸이는 남편이 소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인 계급의 여성들도 갖고 있던 보석을 지니지 못해 고통스러워했던 샘레이의 욕망 때문이었다. 자기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푸른 목걸이를 찾으러 나선 것도 남들에게 뒤쳐질 수 없다는 샘레이 개인의 허영심에서 비롯됐다. 남편을 올바로 세우기 위한 것은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미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 모든 비극은 샘레이의 허영심에서 비롯됐다.


개인 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는 자신의 저서 『아들러의 인간 이해』를 통해 허영심에 대해 경고를 한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극심해질수록 정신생활에는 긴장감이 높아지며 인간은 권력과 우월성의 목표를 더 강하게 의식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훨씬 더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의 삶은 커다란 승리에 대한 기대로 가득해진다. 그런 사람들은 삶과의 연관성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가,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만 신경 쓰기 때문에 냉정해지기 어렵다. 그로 인해 행동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되고 그에 맞는 성격 형태가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허영심이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 233쪽     



반쪽혈통 파르나의 아내도 다이아몬드 귀고리와 가운이 세 벌이나 있다고 샘레이는 자기의 유산을 찾으러 가야 한다며 두로사에게 말을 한다.

“두르할의 긍지가 자기 아내에게 있겠니, 아니면 아내가 입은 옷에 있겠니?”라며 두로사는 샘레이를 설득한다. 하지만 샘레이는 이미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 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기에 두로사의 조언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허영심이 어느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매우 위험해진다. 그것은 사람을 무가치한 일과 비용, 노력에 몰아넣는 것 말고도 실질적인 면보다는 외형적인 면에 치우치게 만들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하고, 기껏해야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대해서만 관심을 쏟게 만들기 때문에 현실과의 접촉점을 쉽게 잃어버리게 된다. 허영심이 강한 사람은 인간들과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 없이 삶과의 관계를 잃어버린 채 삶이 그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가 인간으로서 무엇으로 헌신해야 하는지 잊어버린다. 허영심은 다른 악덕들과 마찬 가지로 인간이 자유롭게 발전해 가는 것을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명예를 위해 어떤 이익이 있는지 끊임없이 따지고 그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236쪽  

   


물론 모든 사람에게는 아주 작게라도 허영심을 갖고 있다. 겉으로는 겸손한 태도를 보여도 마음 깊은 곳에는 허영심이 꿈틀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들러는 단언한다. “보편적 유익을 향하거나 커다란 업적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허영심은 아니라고.    

   

사람들은 때대로 허영심이나 교만 같은 단어보다 좀 더 우아하게 들리는 공명심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샘레이도 자신의 허영심을 가문 대대로 이어져 오는 유산을 찾기 위한 명분을 앞에 내세웠다. 하지만 잠재의식 속에는 다른 계급의 여성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고 싶어 하는 허영심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샘레이의 목걸이>를 읽으며 소설 전면에는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두로할이 눈에 밟혔다. 말도 없이 떠난 아내를 기다렸던 두로할의 심정은 아마 황망했을 것이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아내를 기다리던 두로할의 감정은 복잡 미묘했으리라. 샘레이가 자신의 남편을 “다른 어떤 사내들보다 빛날 거”라고 상상했지만 두로할은 하루하루를 아마 외로움과 절망 속에 살다 갔으리라.


샘레이의 헛된 욕망의 끝은 참혹했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게 된 샘레이 자신은 물론 결과적으로 할드렌을 부모 없이 자라게 했다. 남편 두로할과 시누이 두로사 모두에게 슬픔만을 안겨줬다. 허영심의 끝은 가족 공동체를 붕괴시키는데 기여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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