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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r 17. 2021

열등감,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봄인데, 내 마음은 빨강이 아니라 회색이다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늘 결핍에 시달린다.

학원을 찾는 젊은 엄마들에게, 키가 훤칠하고 늘씬한 사람들에게, 모델 같은 학생들을 보면서

“저들은 좋겠다” 하면서 넋을 잃고 본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으로 마음 한편이 휑하다.

부러움이 도를 넘어서 열등감에 시달린다. 왜 저들은 다 갖췄을까?

배움에, 부에, 미모에, 푸른 청춘까지.    

 

퇴근해서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하면 도둑놈 심보라고, 젊은 사람들이랑 뭘 비교를 하냐고

덜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말을 들으면서도 왜 나는 푸근하게 나를 위로해주는 남편이 곁에 없는 거지 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빈 말이라도 말을 예쁘게 하지 못하는 남편을 보며

“에이구, 참 , 나는 가지 가지 없구나” 하는 마음에 더 쓸쓸하다. 아무래도 남편 말마따나 덜 떨어지긴 했나 보다.      

 

어제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아이들의 아빠를 보며 심장이 쿵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랑 6학년 남매의 아빠인데, 훈훈하게 잘생겨서 깜짝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오시기에 “저기, 누구시죠?” 했더니 현준이 아빠 란다.

아직 수업이 덜 끝났다고 들어오셔서 기다리라고 했다.

1층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을 하기에 서둘러 아이들의 수업을 정리했다.

4학년 현아가 마저 쓰고 가겠다는 걸 “아빠가 기다리시잖니? 집에 가서 써오렴. 여기서 거의 다 쓰고 조금 남았기 때문에 현아, 너라면 집에서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어.” 하면서 정리를 했다. 

젊은 아빠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영 신경이 쓰였다. 잘생긴 사람이 쌓이고 넘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인품 좋게 잘생긴 사람은 만나보기가 힘든 현실이다. 생각이 여기게 미치자 사람 좋게 생긴 현아 아빠를 더는 기다리게 할 순 없었다.


가방을 주섬주섬 싸고 있는 현아에게 아빠는 회사 다니셔?라고 물어봤다. 현아 말이 할아버지가 호텔을 아주 많이 갖고 계시는데 아빠가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셨다고 했다.

어휴 잘생긴 데다가 부모의 든든한 재력까지 갖춘 사람도 있네. 그러지 않아도 부족함으로 시달리고 있는 내게 현아 아버님의 출현은 갖고 있던 열등감을 한층 더 높여놨다.

밖은 나무의 파릇한 새싹들이 올라오는 연두의 세상인데 내 마음은 열등감으로 인해 잿빛이다.  

      

열등감은 나만 비정상적으로 있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이것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물론 책을 통해서였다. 나의 구원투수가 된 이는 바로 아들러라는 학자다.  

아들러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로서 ‘개인심리학’을 수립했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에서 아들러는 열등감에 대해 다른 감정보다 더 심도 있게 다가가고 있다. 아들러는 사람은 누구나 기질적으로 불완전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열등감(a sense of inferiority)을 극복하고 보상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노력에 실패하면 신경증이 생긴다는 독자적인 이론을 만들었다.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좌우하는 것은 열등감과 이를 극복하려는 열등감에 대한 보상 욕구라고 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열등감은 보다 나은 사람으로 분발하게 하고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겠구나!   

   

열등감, 불안, 불충분함 등의 감정들은 삶에 목표를 세우게 하며 그것이 구체화되도록 도와준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경향과 부모의 주의를 끄는 행위는 생후 최초 며칠 동안에도 나타난다. 아이가 주위 환경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목표를 갖게 된다는 것은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발달하는 인정 욕구의 조짐이라고 볼 수 있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 96쪽     



결핍의 감정들이 오히려 삶의 목표를 세우게 하고 구체화되도록 도와준단다.

나이 듦이 부끄러운 것은 아닐진대, 지원하는 곳마다 좋은 결과가 없으니 나이 때문인가 싶어 위축된다. 물론 코로나로 수업을, 강연을 할 수 없게 돼서 애석하게 됐다는 정중한? 거절의 메일을 보내주긴 한다. 그래도 뭔가 나이로 인한 사회적 진입장벽을 느끼고 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 매일 만 보씩 걷고 있다. 읽은 책은 반드시 글로 남기려 애를 쓴다. 매일 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쓰려고 계획을 세워 실행한 지 꽤 됐다. 내년 겨울의 3개월 동안은 하와이에 가있을 것이다. 해변이 많은 하와이에는 비도 자주 오는데 비 온 뒤의 무지개를 하루에 몇 번씩 볼 수가 있단다. 비 온 뒤의 무지개가 무척 아름답다고 들어왔던 터라 기어이 갔다 오리라 결심 하고 있다.


하정우는 아니지만 하정우처럼 걷는 사람이 될 것이다. 와이키키 해변을 하루에 2만보씩 걸으며 생을 만끽하련다. 하정우보다 쬐끔 연식이 있는 나는 만 보 정도 적게 계획을 잡았다.  2만보를 소화하기 위해 매일 만 보씩 걸으려고 노력한다. 만 보를 못 걸은 날은 넷플릭스의 다큐를 보며 실내 자전거를 한 시간씩 타고 있다.  아무튼 오래 일을 하기 위해 나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을 한다. 이런 점에서 열등감은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간은 모든 종류의 열등감에 매우 민감하다. 열등감이 나타나는 바로 그 순간에 그의 정신적 삶의 과정이 시작된다. 그것은 삶을 고요하고 즐겁게 향유하기 위해 균형 감각을 찾고자 하는 불안이며, 안전과 충일감을 원하는 불안이다.

 -『아들러의 인간 이해』, 207쪽


아들러에 따르면 열등감이 아주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균형 감각을 찾고자 하는 불안"이란다. "안전과 충일감을 원하는 불안"이기에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한다. 열등의식을 갖지 않도록 함으로써 삶을 고요하게 만든단다.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열등감이었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더 분발하고 나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살아가고 있다. 키가 크기를 하나, 젊기를 하나? 날씬하고는 거리가 멀 정도로 피망처럼 몸뚱이마저 울퉁불퉁하다.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서 책 보고 공부하는 것을 더 즐겨하는 내가 이만큼 살아내고 있는 것도 다 열등감 덕분이다. 부족한 것이 많기에 열등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전력투구하며 살게 된다.  


현아 아버님처럼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은 없어도 스스로 일구었기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잘생긴 인물은 아니나 혐오감을 줄만한 외모는 아니기에 그것 또한 감사한 마음이다. 젊은 날부터, 아니 어릴 때부터 남보다 가진 게 없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기에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지금도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쳐서 불운에 우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실력을 쌓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에너지를 듬뿍 받고 왔다. 김형석 교수님 정도는 아니어도 적어도 80까지는 현역으로 남아있자고 약속을 하고 왔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처럼 살아내고 있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열등감을 없애기 위해 준비, 또 준비하며 살다 보니 나이가 들어도 일이 줄어 들지가 않고 있다. 점점 삶이 확장되며 유능해지고 있다. 계속 읽고 쓰면서 공부하다 보니 나이 들면서 유창성이 더 발달하는 듯하다. 이해도 더 잘되고 말귀도 더 잘 알아듣고 있다. 젊은 학인들이랑 함께 공부해도 못 따라가서 민폐가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프로이트처럼 과거에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아들러의 주장처럼 미래지향적인 목적론을 좋아한다. 과거에 발목 잡히기보다는 현재, 지금, 여기에 집중했을 때 자신이 원하던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에 내 마음은 아들러 쪽으로 기울게 된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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