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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r 14. 2021

아들러와 영화 <더 기버>의 무늬만 같은‘공동체감각’

처음 아들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부끄럽게도 늑대 소녀 아밀라랑 관련이 있는 줄 알았다.

그때는 참 몰라도 한참 몰랐다. 아들러가 지금처럼 유명해진 것은 몇 년 전 일어난 아들러 열풍 때문이었다. 『미움받을 용기』 덕분에 아들러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프로이트와 융은 잘 알아도 아들러는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들러를 참 좋아한다. 나의 성향과 맞는다.

바꿀 수 없는 것에 연연해하는 것보다 한 번 찐하게 울고 나서 훌훌 털며 다른 일을 하는 편이다.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산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러의 생각은 나의 가치관과 딱 맞아떨어진다.   


    

프로이트는 해결점을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찾는다. 과거는 바꿀 수 없기에 원인론으로 닿는다. 그에 비해 아들러는 열등감조차도 다르게 본다. 열등감은 가치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일 뿐이라고 말한다. 과거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꿔 볼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런 까닭에 아들러를 좋아한다.       


아들러는,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해 우월해지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사실이기에 바꿀 수는 없다. 관점을 바꿈으로써 더 나은 것을 창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창조해가는 인간이라고 설파한다. 관점을 바꾸면 미래에 다르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간 아들러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다. 『미움받을 용기』와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등을 읽었고, 지금은 『아들러의 인간이해』를 읽고 있는 중이다.

아들러의 대표적인 중요 가치는 ‘열등감’, ‘우월 욕구’, ‘용기’, ‘목표’, ‘공동체 감각’ 등이라 할 수 있다. 아들러가 생각하는 인생의 과제는 ‘공동체 생활, 일, 사랑’이다.      




아들러가 표방하는 인생의 목표는 공동체 구성원의 친구로서, 의미 있는 일에 몸 담고 행복한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의 관계에 필요한 것이 공동체 감각이다. 공동체 감각이란 타인에 대한 관심 social interest를 지칭한다. 공동체 생활을 풍요롭게 하려면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그 구성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공동체 감각은 상대의 말에 경청하고, 상대를 기쁘게 하며 상대의 이익에 공헌할 때 그 빛을 발한다.       

                                   어진 ‘인생의 과제’에 춤추듯 즐겁게 몰두해야

                                           https://brunch.co.kr/@nangrang77/352          



아들러가 이야기하는 ‘공동체 감각’을 생각하면서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과 『기억 전달자』를 함께 읽었다. 로이스 로리 Lois Lowrry가 쓴 이 책은 뉴베리상과 보스톤 글로브 혼 북 아너 상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이의 주목을 받은 책이다. 내친김에  『기억 전달자』의 원제목을 차용한 영화 <더 기버>도 같이 보았다.    


  



영화의 내용은 열두 살 조너선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조너선이 살고 있는 사회는 모두가 동일한 형태의 가족을 갖고 있다. 이들은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이 공동체의 지배계급은 가족을 배정하고 직업을 할당한다. 열두 살이 되면 해당 소년들을 눈여겨봤던 위원회가 그들의 재능에 알맞은 직위를 정해준다.      



우리의 주인공, 조너선에게 내려진 직위는 ‘기억 보유자’다. 과거의 기억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전임 기억 보유자에게 기억을 전달받는다. 전임 기억 보유자는 기억전달자가 되어 조너선을 훈련한다. 기억 보유자인 조너선은 모두가 잃어버린 감정을 찾기 위해 나선다. 기억 보유자로서 기억을 복원하고 색깔을 기억해 낸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이 공동체에서 탈출하는 계기가 된다.

     

조너선이 있는 사회는 묘하다.

안전하고 친숙한 늘 같음의 상태다. 가난도 폭력도 편견도 없는 그 공동체는 언뜻 보기에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하지만 특별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배계층이 취하는 전략은 꽤 야만적이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기억을 완전히 지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곳에서는 개인 스스로 선택하는 경험도 없거니와 최소한의 감정도 없다. 가족 구성원 조차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     


   

이들 공동체도 여타의 다른 공동체처럼  완전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공동체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곳에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요구 사항만이 있다. 조너선이 살고 있는 공동체는 사람보다는 거기서 정한 공동체 의식이 우선이다. 개인에게 각인된 경험으로서의 기억은 아예 없다. 왜곡된 공동체 감각만이 있는 사회다. 이러한 감각은 구성원들과의 합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진정한 공동체 감각을 찾아보기 어렵다.       



조너선이 속해 있는 평범하지 않은 공동체도 공동체 감각을 중요시하긴 한다. 다만 그것이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들러의 진정한 공동체감각과 차원을 달리한다. 조너선의 공동체는 일상적인 요소인 질병이나 죽음, 전쟁이나 가난 등이 없는 유토피아를 내세운다. 인간다움이 제거된 공동체라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자유라든가 타자와의 연대의식이 존재할 수 없다.      



이 공동체는 SF 영화에서 보듯 약물을 통해 감정과 정서를 마비시킨다. 사고능력까지 통제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감정에 관한 기억마저도 지워낸다.

선임 기억보유자는 기억전달자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낸다. 기억보유자로 할당된 조너선에게 기억을 이식한다. 기억전달자로부터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받은 조너선은 결단을 내린다. 임무해제판정을 받은 가브리엘을 구출하기 위해 그 공동체를 벗어나기 위한 강행을 한다.  


    

출처: 싸이프렌닷컴



조너선은 가브리엘이라는 타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그를 구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가브리엘의 생명을 살리는 것으로 타인의  이익에 이바지한다.  아들러의 공동체 감각을 몸으로써 보여준다고나 할까.

아들러와 <더 기버> 모두에 공동체감각은 드러나 있다. 다만 결이 다르다.  무늬만 같은 ‘공동체감각’일 뿐이다. 조너선의 타인에 공헌하는 공동체감각을 보여줌으로써 <더 기버>는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의 희망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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