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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r 27. 2021

남편은 요즘 LG 청소기에 꽂혀있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정말 무지 바쁘다. 코로나 시대에 이게 웬 횡재인가 싶다가도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이 많다.

『극강의 공부 PT』가  나오자마자 예스 24에서 책 표지에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이고 떡하니 나오고 나서부터이다. 베스트셀러가 된지도 몰랐는데, 학부형들이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줘서 알았다.     


 이번에 서울대 간 성지 어머니께서 원장님 베스트셀러 작가 되신 것 축하한다면서 보내줬는데도 찾지도 못했다. 아니 무슨 베스트셀러예요? 했더니 보내준 책 표지 위에 아주 조그맣게 “베스트셀러”라고 쓰여있었다.

작정하고 찾지 않으면 못 찾을 정도의 아주 작은 글씨였다. 아무튼 성지랑 성지 친구도 서울대를 가고 책도 반응이 좋아서 수업이 아주 많아졌다. 주변의 학원 원장님께서 아이들을 보내주시기 까지 해서 매우 바쁘다

    

팀마다 교과서 출력해 링제본 만들고 공책까지 준비해줬다.



오늘은 역사 내신 특강 하느라 아침 9시부터 수업이 진행됐다. 그 전날 수업 준비하느라 교과서를 칼러로 다 출력을 하고 링제본으로 묶어놨다. 공책에 정리하며 공부하라고 노트까지 아이들 수에 맞춰서 준비했다. 20권 가까이 교재를 만드느라 새벽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이렇게 늦게까지 일을 하게 뎐  이유가 퇴근할 무렵 고3 상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과서도 미리 준비해주는 것이 아이들이 빠뜨리고 그냥 오기 때문이다. 학교에 두고 오거나 집에 두고 와서 수업할 때마다 애를 태웠다. 지금은 아예 학원에서 다 준비해둔다. 아이들마다 링제본과 공책을 나눠졌다.


수업을 하루 종일 하다 보니 목이 너무 아팠다. 물을 마시려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바빠?   

   

네. 왜요?   

  

1분만 시간을 낼 수 있어?  

   

무슨 일이에요. 나 지금 수업 중인데......

     

아니 지금 홈쇼핑에서 내가 사고 싶었던 LG 청소기를 팔고 있어. 그런데 앱을 깔고 주문하면 훨씬 싸게 살 수 있어.     


저 지금 수업해요. 그리고 앱 깔고 하는데 1분 더 걸려요. 아들 없어요?     


걔 골프 갔어     


이따가 아들 오면 해달라고 하셔요     


그땐 안 팔아. 됐어. 다음에 사지 뭐.     


힘없이 전화를 끊는 남편의 소리를 들으며 괜히 맥이 빠졌다.

평상시 논술 수업 때는 글 쓰는 시간이 있어 좀 쉬기라도 할 텐데, 이번 역사 내신은 3시간 내내 종일 떠들어야 했다.    

  

코로나로 1년을 거의 학교를 가지 못한 상태에서 중학교 입학해서 처음 보는 시험이다. 공부다운 공부를 해보지 않은 친구들이라 교과서 하나하나 설명을 다 해줘야 했다. 중간중간 반복해서 질문하고, 반복해서 암기시키고, PPT 띄우면서 대답하게 하느라 엄청 말을 많이 해야 했다.     

 

교과서 읽는 법부터 연표 그리게 한 다음 암기한 것 다 쓰게 하는데 어찌나 성의 없게 하는지 아이들이 단 1분도 안 돼서 연표를 그렸다. 여학생들은 조용히 잘하고 있는 반면에 남자애들은 아주 어수선하다.

요즘은 남학생들이 수다스러워서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다. 잠깐 물 한잔만 마시려고 정수기 쪽으로 가려고만 해도 벌써 떠들기 시작이다. 잠시도 쉴 틈도 없이 종종거리고 있는데 전화해서는 한가하게 청소기 타령이나 하나 싶어 부아가 치밀었다.    

  

수업 중이라고 얼른 끊고 수업을 하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목소리가 작아진 채로 전화를 끊어버린 남편을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청승맞게도 밖에는 비마저 내리고 있었다.      


무슨 대단한 영화를 보자고 주말에 늙은 신랑 혼자 놔두고 이러나 싶어 처량한 생각마저 들었다. 며칠 전 친한 이웃의 친구 남편도 돌아가셨다. 죽고 나면 별 것도 아닌 것을 천년만년 무슨 낙을 보자고 이런가 싶어 잠시 우울했다.

     

다이슨도 안 되고 삼성도 안 되고 꼭 LG 청소기를 사려는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청소기가 다 똑같지 뭐가 특별히 다르다고 LG를 꼭 고집하는지. LG  홍보 대사도 아닌데 참으로 이해하기 곤란했다. 하물며 청소기가 있는데도 새로운 청소기를 사려는 마음 또한 헤아리기 어려웠다.  

    

아내가 바쁘다 보니 집안일에라도 재미를  붙여서 살아보려고 했나 싶은 게 마음이 짠했다.

코로나만 아니면 코 바람이라도 쐬러 자주 나갔다 왔을텐데, 발이 묶인 지 벌써 2년 가까이나 되고 있다.  

 

아주 울적한 오후이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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