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탐구토론대회! 완전사기예요,사기

by 진순희

며칠 전에 과학탐구토론대회가 있었다.

그것 좀 준비해 줄 수 있겠냐는 학부모의 요청이 있어서 기꺼이 준비를 했다. 과학고 영재고 준비하는 과학 전문 학원의 유튜브 강의를 하나하나 정리하며 다 들었다. 책도 새로 두 권이나 구입을 해서 토론대회에 나올 만한 주제로 모범 답안까지 작성해서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배부를 했다. 관련 읽기 자료를 넉넉히 주고 마인드맵으로 정리한 다음 개요서 쓰는 법까지 다 가르쳐줬다.


심지어 모범 개요서까지 만들어서 건넸다.

쟁점을 3가지로 잡아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입론부터 토론의 과정을 요약정리했다. 다른 주제로 아이들에게도 써보게 하며 실전처럼 준비해서 보냈다. Too Much 할 정도로 넘치도록 해서 보냈다. 내심 기대를 하고 기다렸다.


어제는 과학탐구토론대회 끝나고 제일 먼저 수업하러 은서가 왔다.

들어서는 은서에게 토론대회는 어땠냐고 물어봤다.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사기예요, 사기! 완전 사기예요? 학교가 우리한테 사기 쳤어요.

뜬금없이 사기라니?


아니 ‘토론대회’라는 이름이나 붙이지 말지. 아 글쎄, 자료 몇 장 주고 거기서 찾아 쓰는 거였다니까요. 학교가 우리한테 사기를 쳤어욧.


아이구 저런 저런. 이 사람아 말을 가려서 해야지


했더니 "그리구요 쌤이랑 한 거 하나도 안 나왔어요."


듣는 순간 너무 황당했다. 내가 교육비를 따로 받고 해 준 것도 아니고, 두 번에 걸쳐서 수업을 다해줬구먼.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다 구하고 만들어서 줬구먼. 그것도 모자라 책도 두 권이나 사서 일부러 모범 답안까지 써줬는데......

아무리 아이들이라도 이럴 수가 있나 싶어 서운한 감정이 밀려왔다.



마음을 진정하고는

“이 사람아, 문제가 똑같으면 그건 시험지 유출이지.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어? 그리고 경시대회처럼 준비했기 때문에 14쪽이나 되는 읽기 자료가 수월하게 읽힌 거야.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다. 선생님 애쓰셨다는 말 한다는 못할망정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말을 하면 쌤이 섭하지. 내년에는 국물도 없어. 다시는 준비 안 해줄 거야”했더니


눈치 빠른 은서가 얼른 나를 안으며 쌤~~ 작은 일로 삐지시면 할머니인 거 아시죠? 할머니들은 작은 일에 화 잘 내잖아요. 쌤 답지 않게 화내시면 곤란하시와용~~



캡처-1.PNG 출처: Pixabay



과학탐구토론대회에 참석한 아이들의 반응이 한결같았다. 토론 대회도 아니었고, 문제도 지진과 관련된 문제여서 너무 쉬웠단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14쪽 정도의 지진과 관련된 자료를 나눠주고 두 장 문제 푸는 거였단다.


첫 장에 두 문제 나왔는데 그 두 문제는 모두 써내야 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아이들의 기억에 따른 것이기에 실제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


1. 지진의 규모는 한 곳에서 측정되는 데 그 이유를 쓰고 지진의 규모에 대한 요인 한 가지를 요점 정리해서 써라.

-진도가 생기는 이유 3가지 쓸 것


2. 그래프와 표를 보고 연도별 지진의 분포도를 시간적, 공간적인 것으로 나눠 쓰라.(그런데 경주와 포항의 연도별 글씨가 너무나 작고 시커멓게 뭉개져 있었다고 했다. 안경도 사물함에 두고 못 꺼내게 해서 잘 안 보였다고 아이들이 투덜댔다.)

두 번째 장에는 두 문제가 있었는데, 선택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쓰기에 적합한 4번을 썼다.

4.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에 대해 서술하라.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써라. 포항 지진과 경주 지진 관련 자료가 제시됐다.


책에서 손을 놓지 않고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중1 정민이가 오늘 학원에를 왔다.

과학탐구토론대회 어땠어? 물어봤더니 너무나 어려웠단다.


“그래? 다들 쉽다고 하던데” 했더니


듣자마자 정민이가 화들짝 놀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걔네들 엉터리로 읽었을 거예요. 내가 얼마나 정확하게 읽는 데요. 제가 어려웠는데 다른 애들이 절대 쉬울 리가 없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너 어렵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어렵지는 않아. 사람마다 다 다르지.”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대충 읽었겠지요 뭐?”


“아니 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속단을 하는 건데”


“보나 마나 뻔하지요. 안 봐도 다 알아요.”


“안 봐도 다 알아? 안 봐도 다 안 다고?” 빤히 쳐다보니 그제서야 아차 싶었는지

얼른 말을 바꿔서 “저도 그렇게 어려웠던 건 아니에요” 하면서 말을 흐렸다.

어른이었으면 어떻게 하든 말을 더 했을 텐데 어린 친구에게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정민아, 네가 어려웠으면 네 말마따나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어려워했을 거야. 너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열심히 하잖아.” 했더니


“저랑 현우 빼놓고는 다 어려워했을 거예요.”한다.


내가 기대했던 말은 아니었다.

“아니에요. 제가 섣불리 판단했어요. 쉽다고 느낀 애들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제가 너무 교만했어요.” 이런 답을 할 줄 알았다.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 말이다. 아이들이 평소에 쓰는 언어가 거칠어지다 보니 생각마저도 강퍅해지고 있다. 아이들도 시간에 쫓겨 살아서 그런지 여유가 없다. 점점 메말라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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