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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pr 21. 2021

큐티쌤,정말 애쓰시네요

코로나가 문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2가 되도록 수업다운 수업을 제대로 못 받았다. 중1 때는 자유 학년제라 수행 평가 위주로 돌아갔는데 코로나로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중2 올라와서 처음 시험을 보는 거라 상당수 아이들이 문제 자체를 읽어내지를 못했다.      


진도를 부지런히 빼고 교과서의 본문과 학습 활동뿐만 아니라 본문의 읽기 중 활동까지 암기시키고 써보게 한다. 그런 다음 해당 출판사를 교재로 쓰는 전국의 학교 기출문제를 서울부터 지방까지 샅샅이 다 검색해서 풀게 하고 있다. 내신 코치에 학교별 기출문제가 출판사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 데다가 무료로 출력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작업이 만만치가 않다. 학교마다 시험 범위가 다 달라서 찾는 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린다. 찾은 자료들을 필요한 부분만 출력해서 모의고사를  본다. 운 좋게 시험 범위가 맞는 학교를 만나면 쾌재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시험 보라고 주의를 준다. 선생님들께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문제인 데다가 기출문제를 풀면서 자신의 학습 상태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편차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해졌다. 과학고 간다고 준비한 아이들은 노트 정리하는 것 자체가 달랐다. 질문을 해도 꼭 짚어서 했다. 오답 노트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태도마저 차이가 났다. 독해력 문해력의 수준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냥 놀면서 시간 보낸 아이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도 못 찾거니와 뭘 물어보는지조차도  감을 못 잡았다. 

가령 “이 시”와 “보기의 시”를 이해하지 못했다. ‘보기’에 있는 게 ‘이 시’ 아니었어요?라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해서 나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보기'의 시를 '이 시'로 알고 풀었으니 맞을 리가 없었다.




출처: 2019, 선덕 중 기출 중에서 발췌

 



‘이 시’는 교과서 시험 범위에 있는 시 <진달래꽃>을 말하는 거라고 알려줬더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암기를 했어도 아이들이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니 적용 자체를 못했다.


<열보다 큰 아홉>에 제시된 “구절양장, 구곡간장, 구중궁궐, 구사일생, 구경” 등을 이해시키고 암기하게 했다. 그런데 실제 기출문제를 출력해서 문제를 풀 때는 아래 문제에서 ②번을 고른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제시문에 해당하는 것을 <보기>와 대응해서 풀어야 하는 데도 암기한 거 다 나왔다고 ②번을 골랐다. 제시문에 해당하는 것을 <보기>와 하나하나 맞춰 내용과 부합되는 짝은  '구중궁궐과 구사일생' 밖에 되지를 않으니 정답은 ④번이었다.    

당황해하며 시험 못 보면 어떡하냐고 하는 아이에게 '지금 틀린 게 다행이라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됐다'라고 안심을 시켰다.  



 

출처: 2019, 천일 중 기출 중에서 발췌



이런 사례는 그래도 양반이다. 승준이는 아예 답지를 펼쳐놓고 풀었다. 온라인 클래스 수업에서 선생님이 문제를 풀고 조금 있다가 답을 알려주다 보니 그런 폐해가 나타났다. 일부 아이들은 답을 보지 않으면 못 견뎌했다. 내용 암기를 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도 문제 풀 때마다 내용을 보며 풀었다. 심지어 답지를 떠억 펼쳐놓고 조금만 모르겠다 싶으면 힐끔힐끔 보며 풀었다. 너무도 황당해서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야단을 쳤다.      

모르는 거는 답 보고하는 게 자기는 편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편하다고? 진짜 시험 때는 어쩌려고?

대답이 가관이다.      


“그때는 그렇게 안 하지요.”     

그러는 승준이를 따로 오라고 해서 기출문제를 풀게 했다. 30문제 중에서 절반도 못 맞췄다.

     

이것 봐. 계속 답 보고 푸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잖아?  

   

제가 수학 끝나고 밤늦게 와서 풀어서 그래요.

변명이 끝이 없다.      


틀린 것 교과서 보고 찾아서 하나하나 해설을 다 써놓도록 해.     

고3 학생 문제 풀게 하고 잠깐 와 봤더니 승준이가 연필을 쥐고 가만히 있었다.  

    

아니 왜 교과서에서 찾지를 못해?     

“찾고 있어요”라고 말은 하는데 못 찾는 눈치였다.      

고3 학생 보내고 승준이를 도와 교과서에서 다 찾아서 쓰게 했다. 다시 암기하게 한 다음 재시험을 보고 메꾼 다음 보냈다.      


아이를 보내 놓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잔뜩 기대하고 있을 승준이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이 상황을 친한 국어 선생님들께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세 분 선생님 모두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이 상황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큐티쌤은 정말 애 많이 쓰시네요.
 (닉네임이 큐티 라라이다)

큐티쌤! 아유, 안 되는 애들이 있어요.

열 번 스무 번 알려줘도 안 되는 애들이 있어요.

어떻게 다 끌고 가요.  

    


석사 때 영어 시험에 나왔던 지문에 벨 연구소의 사례가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대충 이렇다. 중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십 수년이 지난 다음에 봤더니 공부 못했던 학생들은 부두 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상위 그룹에 속했던 학생들은 기업의 대표가 되거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에 종사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논문의 요지는 중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다는 것은 그 시기에 필요한 과업에 성실했기 때문이란다. 성인이 돼서는 어른의 발달 과업에 맞게 충실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논문에서는 성장의 요인으로 그 시기에 필요한 태도를 뽑았다.


지금부터 해도 안 늦기에 중학교 때부터 잘 다져주면 수능까지 가는데 문제가 없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비록 사교육 선생이지만 나와 함께 했던  인연이 헛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태도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특히 중학교 때는 태도만 잘 잡아줘도 성적 내는 데는 문제가 없기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출처: Pixabay



나와 인연 맺은 아이들에게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 시기에 걸맞은 태도를 심어주는 것이다.

학부모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힘닿는 데까지 애쓰며 살 것이다. 그게 먼저 산 사람으로서, 나랑 함께 시간을 보낸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나만의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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