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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pr 22. 2021

아빠가 말짱하게 집에 있어요

밤 10시가 넘어서 고1 은석이가 전화를 했다.

책 쓰기 아카데미 줌 수업이 아직 덜 끝난 상태라 전화받을 수가 없었다. 문자를 보냈는데 연이어서 전화가 또 왔다. 10시에서 15분 이상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10시에 수업이 끝나는 줄 알고 아이들이 계속 전화를 하네요.” 하면서 책 쓰기 수업을 마무리했다. 10차시 11차시에는 원고 3 꼭지랑 출간 기획서 다듬어서 출판사에 응모하는 것으로 안내를 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성적이 성에 안 차게 나오는 중학생들을 그 밤에 불러서 기출문제를 풀게 하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급한 질문이 있는 줄 알고 “뭐, 질문 있는 거야? 했더니 아니란다. 첫날 사회탐구 시험 보는데 세계 지리 좀 봐주시면 안 되냐고 했다.  

    

교과서인데 못 읽어?      

아니오 부교재인데 프린트 몇 장 밖에 안 돼요.    

근데?     

설명도 하나도 없어서 잘 못하겠어요     

자습서랑 평가 문제집은 없어?      

있어요.     

그러면 그거 읽고 정리하고 암기하면 되지. 그런 다음에 문제 푸시고.   

아무튼요. 저 지금 사탐 공부하러 갈 거예요.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쌤 글 써야 돼. 초등 글쓰기 책도 써야 해서 바빠.

그리고 11시가 다 돼 가잖아.  

   

전화 끊자마자 은석이가 왔다. 이미 학원 문 앞에 와 있었던 모양이었다.

심상치 않아 보여서 “무슨 일 있는 거야? 이 야심한 시각에 어인 일?” 했더니     


“아, 글쎄 아빠가 말짱하게 집에 있잖아요.”

     

참 내, 말하는 게 기가 차다.      


어머, 이 사람 말하는 본새 보소. 아빠한테 ‘말짱하게 집에 있다’는 게 무슨 말버릇이야 했더니 어쨌거나 아빠가 있으면 불편하단다.


아빠가 갱년기가 왔나 봐요. 괜히 짜증내고 연속극 보다가도 눈물 흘리고. 하여튼 이상해요.

아빠 잠든 다음에 들어가려고요. 쌤 몇 시에 들어가실 건데요? 하면서 학원 뒷 베란다에 있는 간식 창고로 간다. 하리보 젤리랑 과자를 얼른 꺼내 와서 먹고는 잠시 편의점에 갔다 오겠다며 나갔다. 공부는 병아리 눈물만큼이나 했을까? 오자마자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아빠랑 함께 한 시간들이 적어서 아이들이 아빠랑 있는 시간을 불편해하고 어려워한다. 그간의 남자들의 직장 생활은 늦은 퇴근에 야근이 잦았다. 살아남기 위해 퇴근 후에도 자기 계발에 또 승진에 밀리지 않기 위해 회식에도 참여해야 했다. 멈출 수 없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려 올 수 없는 시스템 탓에 아빠들이 가정에서 설 곳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손님 같은 아빠가 아이들한테는 편할 수가 없다. 익숙해야 친근한데 매일 늦은 귀가인 아빠가 달가울 리가 없다. 생각해 보면 양쪽 모두가 슬플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평소에도 은석이는 수업이 끝나도 학원에 남아 있으려고 했다. 아빠랑 있는 게 불편하다고. 마주치기만 하면 잔소리하고 화낸다고. 아빠가 잠들 무렵인 12시 30분이나 되어서야 집으로 갔다.       


아마 지금쯤이면 아빠가 잠들었을 거라면서 싱긋 웃고는 내려갔다.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캄캄한 한 밤중에 차도 사람도 없는 건널목에 은석이가 서있었다. 까만 후드 티 모자를 눌러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어린 친구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하긴 사람의 뒷모습은 언제나 허허롭고 쓸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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