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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pr 26. 2021

부자들은 여자들이랑 다니죠

내일이 시험이라 직전 보충을 하는데 중학생  은찬이가 자기는 빨리 가야 된단다.

이유인즉 아이들이랑 줌으로 공부하기로 했단다.    

  

아니 몇 시간만 있으면 국어랑 역사 시험을 보는 데 무슨 한가하게 줌이야?     


아니요. 친구들이랑 줌으로 공부하면 잘 돼요.   

 

조용히 교과서랑 학교에서 나눠 준 프린트 암기하고 틀린 문제들만 다시 한번 봐야지.

시험이 내일인데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친구들이랑 줌을 하겠어? 시간 관리 야무지게 해야지     


줌 하는 애들 중에 공부 잘하는 애 많은데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 시험 보기 전날에  혼자서 마무리해. 준비가 된 사람들은 자기 관리 잘해서 혼자 하지, 떼로 안 해. 공부를 무슨 친구들이랑 한다고 해.  

부자들도 그렇잖아. 혼자 조용히 뭔가를 하지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안 해.

오죽하면 시에도 그런 말이 있어. 못난 놈들은 만나기만 하면 웃는다고.    

 

파장/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서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시집 『농무』 창작과비평사. 2000. 04. 30.


내가 말을 했어도 논리에 맞지가 않았다. 어떻게 해서라도 가려는 아이를 붙잡아 두고 공부를 시키려다 보니 되도 않는 소리를 했다. 듣고 있던 은찬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닌데요. 부자들은 여자들이랑 다니던데요.  그것도 몰려다니면서요.

   

무슨 그런 경망스러운 말을 해.    

  

아니에요. 드라마 보니까 부자들은 다 여자들이랑 다녀요. 진짜라니까요. 

   

아이구. 어디서 그런 망령된 것만 보고 다녀.   

   

왜요? 나만 보는 게 아니라고요. 우리 엄마도 본다고요.    

 

아유! 조용히 좀 해. 내일이 시험이야. 시험이라굿!     


저, 그럼 남아서 공부할 때니 학교 프린트 좀 빼주면 안 될까요?       


국어 프린트물이랑은 벌써 다 빼서 줬잖아.

     

그게 아니구요. 학교에서 온클(온라인 클래스) 들은 거 프린트 빼야 하거든요.

다른 과목들을 하나도 안 해서요.       


과학 공부 안 한 게 많아서 모두 다 출력한 다음에 공부 좀 해보려고 한단다.

국어 학원에서 웬 다른 과목 타령이냐고 국어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단칼에 입막음을 했다.        

그러자 둘째 날 시험 보는 과목을 못했다고 영어•과학 공부 좀 하면 안 되겠냐며 애원을 했다. 발등에 불 떨어지니까 이제야 긴장이 됐나 보다. 친구들과 마주치지 않을 때는 공부 욕심도 안 내더니 다른 아이들 공부하는 것 보고 갑자기 공부해야겠다며, 프린트해주면 안 되겠냐고 울상이다.

출력해 주는 건 어렵지 않다. 괜히 프린트 빼주면 그거 만지작거리느라 내일 시험 볼 국어나 역사 못할까 봐 노파심에서 안 빼줬다. 오늘은 내일 시험 볼 것을 공부해야지 그다음 날 공부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고 설득을 했다.      

 

공부의 하이라이트는 시험이다. 평가가 있을 때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역사 내신 첫날 메소포타미아 문명 가르칠 때 유프라테스 강도 모르던 아이들이었다. 한 달 시험공부시켜놨더니 이제 인도의 마우리아 왕조부터 쿠샨왕조 굽타 왕조까지 꿰고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입에 붙지 않던 아이들이었는데 '인류의 진화와 이동'편은 식은 죽 먹기가 되어버렸다.     

 

역사 내신 대비를 하면서 참 안타까웠던 것이 역사 관련 이야기책 한 권만 제대로 읽었어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지 싶다. 『교과서 속 70개 핵심 용어로 끝내는 세계사』, 『명화로 보는 세계사』, 『식탁 위의 세계사』를 읽히고 역사 내신 대비를 했건만 서남아시아나 중국, 인도 나오면 그때부터 맥을 못 춘다.      


독서로 무장이 된 아이들은 역사 내신 정도는 혼자서 한다.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요즘 아이들은 모든 걸 다 외주를 줘야 한다. 남의 손이 아니면 교과서조차도 못 읽어낸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교과서 읽는 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줬다.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게 하고 목차까지 쓰게 했다. 교과서의 큰 얼개를 알아야 해서 목차에 소제목까지 워드를 쳤다. 교과서 암기시킨 다음에 워드 친 것에 채워 넣게 하니 그제서야 겨우 메꿔졌다.     

  


부자들은 여자들이랑 다닌다는 그런 왜곡된 생각보다는 세상을 보는 올바른 눈을 키워주고 싶다.

드라마 볼 시간에 자녀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소심하게 제안해본다.

공부와 관련된 교과 독서를 하면 힘들이지 않고 내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도 아는 것이 있을 때 재미가 있다. 독서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순간 낯선 ‘어휘’부터 주눅 들게 만든다. 심지어 이해하기도 힘들다. 독서력을 키우게 하고 어휘 수준을 늘리고 싶다면, 또 공부를 잘하게 하고 싶다면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다른 유산보다도 독서 습관 하나만 유산으로 남겨줘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듯하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만들고  
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
라는 베이컨의 말처럼

 첫걸음은 독서다.  기초체력을 쌓기 위해
독서만큼 유용한 것을 보지를 못했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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