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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pr 28. 2021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아이들이 오늘 국어와 역사 시험을 다 보고 왔다. 

제일 많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의 결과는 아직 안 나왔다. 영어랑 과학 직전 보충 가느라 그랬는지 폰을 다 꺼놓은 상태다. 많은 아이의 결과를 아직 모르고 있다. 유일하게 다른 학교 다니는 선주만 100점 맞았다고 문자가 왔다.     


선주, 해낼 줄 알았다고

남은 시험도 오늘처럼 잘 보라구 

‘화이팅’ 문자를 넣었다.    

  

내일 보는 시험이 영어랑 과학이다. 공부법으로 책을 써서 그런지 아니면 오지랖이 넓어서 그런지 아이들 부를까 고민 중이다. 고민 중인 이유는 가족들과 저녁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생일이 22일 목요일이었는데 가족들과 함께 하지를 못했다. 내 수업이 꽉 차있어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가르치는 아이들 다섯 개의 학교가 오늘 국어랑 역사를 본 데다가 고3은 지난주에 국어 시험을 봐서 오늘은 완전 free 하다.    

  

큰아들 내외랑 중식당에 예약을 했는데 저녁 먹고 10시쯤 와서 아이들을 부를까 생각 중이다. 

불러다가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고 차근차근 암기시키고 내신 코치에서 기출문제 출력해 풀게 하고 교과서 암기만 한 번 더 하면 잘 볼 텐데 하는 마음 때문에 갈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오라고 연락하고 나면 가족들이랑 밥을 먹으면서도 시계를 보며 신경을 쓸까 봐 결정을 못하고 있다. 

내가 가진 재능을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들이 어려운 거 만났을 때 잠깐만 톡 쳐주면 아이들은 잘해왔다. 그런 것을 알기에 내 것을 못 챙기면서도 자꾸 시간 내어 도와주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입안이 다 헐고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엄마가 직업을 갖고 있거나 입시를 잘 모르는 경우에는 아이들도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 영민이랑 준혁이가 그랬다. 남들은 과학고 간다고 고등부 선행까지 다 한 상태에서 이 아이들은 과학에 대한 개념이 전혀 잡혀있지를 않았다.  과학고 준비하고 있는 현태한테 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교과서에서 뭘 말하는 지를 모르겠어. 다 몰라.     

듣고 있던 현태가 눈이 휘둥그레져 쳐다봤다.      


정말 몰라? 이건 여기 3이 있으니까 옆의 것과 결합해서 이 답이 나오는 거야. 

정말 이걸 모른단 말이야?     


현태가 재차 물어보자 영민이와 준혁이가 합창하듯 말했다. 

     

몰라. 아무것도 몰라. 전혀 이해가 안 돼.     


큰일이네. ‘앙금’은 더 어려운데.....     


난감하다는 듯이 현태가 말끝을 흐렸다.      

듣고 있다가 교과서랑 문제집 꺼내 봐했더니 

"문제집을 사야 하나요?. 교과서밖에 없는데요."  

엉뚱한 소리를 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시험이 두 주밖에 안 남았는데. 강남 인강의 ‘마진호 선생님’의 중간고사 강의를 들어. 문제집도 당장 사 오고.      


영민이랑 준혁이가 각자 자기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외출 중이라 강남 인강을 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얼른 내 카드로 결제를 하고 문제집도 사 오라고 시켰다.

강남 인강 결제한 내용을 문자로 드리니 영민이 어머니께서 다른 애들만큼 캐어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고. 방법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영민이가 알아서 잘하기는 하지만 어른들이 챙겨 주는 만큼 정보가 없다 보니 아이가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솔직히 문제집도 없다고 해서 깜짝 놀라긴 했다. 하지만 인강 듣고 교과서랑 프린트 암기하고 문제집 풀면 중학교 시험은 두 주면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끝까지 해보자고 조언했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기에 아이들의 시간표를 지혜롭게 짜야만 했다. 시일이 촉박해 과학 학원을 다닐 수도 없는 처지였다. 시간표에 과학학원 다니는 것처럼 토. 일 요일에 과학을 넣었다. 인강의 제목 그래도 토. 일요일에 두 강씩 듣게 했다. 인강으로 듣고 교과서를 암기시켰다. 해당 평가 문제집을 풀고 난 뒤에는 백지에 목차만 적고 암기한 것을 채워 넣게 했다.  

     

영민이와 준혁이는 공부하면서도 자신 없어했다. 그럴 때마다 지금이 적기라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거라며 격려했다. 시간 많다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고 데드라인이 있을 때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할 수 있었던 사례들을 알려주며 마음의 평정을 찾도록 했다.     


시험 결과는 대박이었다. 

물론 백점은 아니었지만 한 개씩만 틀려왔다. 과학 학원 다닌 아이들보다도 더 잘 봐왔다. 

영민이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영민이 다니는 수학학원에서 영민이가 의치 대반 아이들 보다도 시험을 더 잘 봐 왔다고 진심으로 고마워하셨다.    

  

매번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다음 시험 때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시험이 돌아오면 또 하게 된다. 

이렇게 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국어 학원에서 시간표도 다 짜주고 아이 관리하는 게 오지랖 이긴 하다. 

오늘처럼 아이가 좋은 결과치를 만들어냈을 때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 맛에 오지랖을 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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