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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05. 2021

독해력에도 빈부격차가 심해요

기본이 중요하다. 학교 다니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국어 실력이다. 영어가 절대 평가로 바뀐 탓도 있지만 수능에서 국어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국어가 아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고등부 학부모들은 호소한다. 오죽하면 상위권은 수학으로 결정되고 최상위권은 국어로 판가름 난다는 말이 있을까.     

 

2021학년도 지난 수능에서 국어가 이과 수학인 가형보다 표준점수가 높았다. 동일한 점수라도 시험이 어려워서 평균이 낮을 때 표준점수는 더 높아진다. 말하자면 작년 같은 경우에 국어 평균이 낮았기 때문에 수학 만점 맞은 학생보다 국어 다 맞은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국어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국어는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과목이기에 중요하지만 공부할 내용이 방대하기에  애로사항이 많다. 어디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상담 오시는 분들마다 어려움을 토로한다. 게다가 요즘은 이과 학생도 잘하는 아이들은 수학 과학뿐만 아니라 국어도 잘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양극화가 생기는 것이 하니라 교육에서도 부익부 빈인빈 현상이 심하다.

     

잘하는 아이는 아이대로 더 잘하고 싶어서 개인 수업을 원하고 못하는 아이는 읽기 자료를 못 읽어내서 일대일 수업을 요구한다. 같은 요일에 같은 학년을, 그것도 격차가 심한 아이를 대상으로 개인 수업을 하고 있다.

중1 현민이는 외국에 살다온 아이도 아닌데 또래 학년의 읽기 자료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 코로나가 아이들 교육을 망쳐놓고 있다. 주변의 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여러 번 발생해 학교 안 가는 날이 너무도 많았다. 그리고 중1이 된 거였다. 가뜩이나 부족한 아이인데 코로나로 학교도 못 가고 학원도 못 다니다 보니 수준이 초등 학년에 머물러있었다. 두 주 동안 자기 학년에 맞는 수업을 하고는 가감하게 초등 독해력 교재로 수준을 낮췄다.      


현민아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초등 독해력 교재가 3단계가 있는데 3단계부터 거꾸로 빨리빨리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배경지식 넓히는 것도 필요하고 정확하게 글쓴이의 중심 생각을 찾아내는 것도 밟고 가는 게 좋을 듯한데. 네가 싫다고 하면 중등 교재로 힘들지만 애써서 해보고.  

   

0.5초도 갈등 안 하고 현민이가 대답했다.     


좋아요. 실은 저 선생님이 주신 거 하나도 이해 안 돼요. 애써 노력해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요.   

  

아이구 저런. 무던하기도 하지. 잘 모르겠으면 얼른 말하지 그랬어. 자기 수준에 맞는 것으로 공부하다 20% up 시켜서 해야 효과가 있어. 너무 쉬워도 너무 어려워도 교육의 효과가 반감이 되거든.   

   

그렇게 현민이 수준에 맞는 교재를 정해 수업을 진행했다. 바로 그다음이 주현이 수업이었다. 수능 국어에서 단시간에 잘 메꿔지지 않는 부분이 비문학 독서 파트다. 중학교 때부터 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에 단계별로 공부시키고 있다. 교재는 동아 출판사에서 나온 『빠작 중학 국어 비문학 독해 1』로 비문학 지도를 한다. 주현이에게 복합 지문인 <격려와 동기>를 읽고 풀게 했다.  

    

제시문은 칭찬과 격려를 대조하면서 글을 풀어나가고 있는 글이다. 부박하게나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이번 시험 잘 보면 스마트폰으로 바꿔줄 거야, 평균 90점 이상 나오면 미국 유학 보내줄 거야, 아이패드 사줄 거야 같은 조건적으로 하는 칭찬이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무조건적인 격려의 태도가 중요하다.      


칭찬이나 보상은 어떤 기준에 부합하는 대가로 주어지기 때문에 조건과 평가에 따른다. 그에 비해 격려는 잘했든 못했든 간에, 상관없이 주어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존중받는 느낌을 준다. 인정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격려'는 아무런 조건이 없이 이루어진다. 칭찬은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에 노력으로 가능하다. 반면에 격려는 태도이기 때문에 쉽게 가질 수 없다. 끊임없이 마음을 돌아보면서 연습해야 한다.  

    

나) 내재적 동기의 중요하다.. 현금이나 선물과 같은 외재적 동기는 어떤 행동에 대한 흥미나 호기심과 같은 내재적 동기를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프라이어는 금전적 보상과 같은 외재적 동기가 학업 능력 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한 것임을 증명했다. 외재적 동기는 자신이 행동한 원인을 보상에서 찾지만 내재적 동기는 호기심이나 활동과 같은 그 자체의 즐거움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내재적 동기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외재적 동기는 보상이 없으면 행동할 이유도 없다고 판단하기에 그 효과가 보잘것없이 작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주현이는 생김새도 깎아놓은 밤 같이 생긴 친구인데 정리하는 것도 외모 그대로 반듯하게 했다. 좋은 제시문은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고 반드시 글을 써보게 하고 있다.

독해력에도 빈부 격차가 아주 심하다. 초등 수준의 아이가 있는가 하면 중등을 훨씬 뛰어넘는 아이도 있다.

같은 중1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주현이는 정확하게 독해했을 뿐만 아니라 마인드맵 또한 정교하게 했다. 이해한 것을 토대로 주현이가 500자 정도의 글을 써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주변 친구들 중 절반 이상은 시험에서 100점을 받으면 부모님께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내 부모님은 내가 하려고 마음먹어야 한다며 절대 보상을 거지 않으셨다. 부모님의 말씀도 충분히 이해됐지만, 그 당시엔 똑같이 100점을 맞았는데 나는 보상을 못 받고 친구들은 받는 게 약간 억울하고 또 부러운 마음이 컸다.  

이 글을 읽고 그때 당시 부모님의 선택이 현명했다는 생각이 들며 감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에도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100점을 맞아서 더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게임을 할 때도 단계를 깰 때마다 보상을 주고 그 게임을 하는 목적으로 보상으로 하여금 금방 질리는 등의 악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상이 마냥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면 현명하게 생각하여 보상보다는 격려를 해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주현이가 쓴 글에는 고쳐야 될 부분도 있고 어휘 선정에 부적합 부분도 눈에 띈다. 특히 마무리가 교훈적으로 끝나서 아쉬운 감이 있다. 하지만 첨삭해 주지 않았다.

처음 쓴 글인 데다 칭찬보다는 격려가 중요한 것임을 방금 배웠기에 아낌없이 격려해줬다.



정확하게 이해한 것을 토대로 너의 생각을 아주 적확하게 잘 표현했다고
방금 배운 ‘격려’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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