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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22. 2021

“식혜 위 동동 뜬 밥풀 같이” 일시적인 거라 생각하며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번 K중학교 2학년 국어 시험이 엄청 어려웠다. 공부를 치밀하게 한 아이들이 아니면 놓쳤을 법한 문제들이 제법 많았다. 그 어려운 시험을 수정이가 100점을 맞아왔다.

시험 보고 난 날은 앞으로 내 밥줄은 온전할 수 있는지 항상 초긴장상태이다. 시험 보고 나면 꼭 전화를 하든지 문자를 하라고 아이들한테 당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연락이 닿기는 아주 어렵다. 학부모님들께 전화를 돌려도 급하게 다음 시험 직전 보충 가느라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부지기수다. 아이들 폰이 꺼져 있거나 받지를 않아서 한참을 애태우게 한다.

      

그런데 수정이한테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 서술형 잘 모르겠는데 객관식이랑 논술형은 다 맞았어요”   

  

문자를 받자마자 총알이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이 얼른 답장을 날렸다. 사실 이번 중간고사는 수정이를 맡고 나서 처음 보는 시험이라서 은근 신경이 쓰였다.     

 


“ 오! 수정이 잘 해낼 줄 알았어! 남은 시험도 오늘처럼 잘 보시도록”     

중학교 중간고사는 이틀에 걸쳐서 보는데 이틀째 되는 날 학원 전화랑 연결된 휴대폰이 학부모들의 열기로 뜨끈뜨끈하게 열이 올랐다.

대부분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국어시험을 망쳤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들어갈 반이 있는지 묻더니 급기야 학부모 세 분이 상담을 왔다. 중2는 중2 대로 수업시간을 짜고 위의 언니나 오빠들 반까지 고등부 수업도 함께 만들어졌다.      


노는데 이골이 난 현준이가 국어 · 역사 100점을 맞아온 뒤로 학원이 아주 바빠졌다.

더 크고 유명한 학원을 보내야 되겠다고 엄마들이 설득을 해도 아이들이 마다한다고 했다. 공부 안 하는 현준이도 100점 맞게 해주는 그 학원을 가야 한다고 아들이  난리를 부린다며 애매하게 웃었다. 어떤 일에도 열성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그것도 학원 문제는 더더욱 안 가겠다는 아이가 진순희 다녀야 된다고 떼를 써서 왔노라고 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고등부 시험 본 아이마저 국어 점수가 90점대 후반이 나왔다고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이쪽 지역은 전국 모의고사 등급은 대체로 높은 편이다. 모의고사 3등급이면 내신이 6등급이 나올 정도로 내신 따기가 정말 힘들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성적분포가 아주 조밀하다.

     

제일 늦게 본 고등학생까지 결과가 좋아서 이래저래 살맛 나는 나날이다. 제자들의 시험 결과가 좋으니 나 또한 뿌듯하고 아이들 역시 자신감에 차있다. 역사 내신은 언제부터 시작할 거냐고 벌써부터 아이들이 오전반 저녁반에 자기들끼리 신청해놓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통쾌하게 즐기지를 못한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비같은 것임을 알기에 윤여정 배우가 했던 말이 가슴에 박혀서 떠나지를 않았다.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2104266870H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누렸다. 수상과 관련한 그의 촌철살인 같은 말 한마디 한 마디는 어록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정도다. 가히 윤여정 신드롬을 일으킬만하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존경을, 연배가 지긋한 분들에게는 희망을 안겨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여정 배우의 수상 소식은 마치 내 일처럼 느껴져 몇 날 며칠이 즐거웠다. 그는 75세가 돼도 전성기 때보다도 더 빛이 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료 배우 강부자가 “온통 윤여정 뉴스로 휩싸였다”라고 했더니 “언니, 그거 식혜 위 밥풀이야. 식혜 위 동동 뜬 밥풀 같이 인기는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거야”라며 특유의 직설 화법을 날렸다.      

지금 학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도 어쩜 ‘식혜 위에 밥알 동동 뜨는 거랑 같’을지 모르겠다.

출산율 0.73명까지 떨어져 인구절벽인 시대다. 아이들도 안 낳는 데다, 이곳 지역은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솟아서 신입 원생이 안 들어온 지 꽤 된 상태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소리가 왁자지껄한 지금이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의 상태가 일시적이라 생각하며 변수가 생길 것을 대비해 나만의 부캐를 준비하고 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곤조곤 에세이 쓰기”,

“조곤조곤 시 쓰기”,

“일주일 만에 브런치 작가 되기”,

공대생의 심야 서재에서 콜라보로 진행하고 있는 “신나는 책 쓰기”,

“SUNY작가와 함께 하는 책 쓰기 아카데미”,

“전자책으로 출간 작가 되기” 등

글쓰기와 책 쓰기 지도를 하고 있고, 문체부 인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내 삶의 윤기를 더하기 위해 작지만 지속적인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 ‘초등 글쓰기’ 책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늙는다는 것은 추락이나 쇠퇴가 아니라 정점을 향해 더욱 성장해 는 과정이라고 노인 의학자 마크 E. 윌리엄스 박사는『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에서 피력한 바 있다.

갈릴레이도 72세에『새로운 두 과학』을 썼고, 92세 사망할 때까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에 매달렸다고 한다.  갈릴레이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보다 훨씬 젊은 나는 그야말로 푸르디푸른 청춘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주 간단하다. 식혜 위에 동동 뜬 밥알이 가라앉지 않도록 연신 휘돌기를 하고 있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고령화로 접어든 이때 최고의 자기 계발은 현역으로 오래 일하는 것이라고 은퇴설계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를 증명하듯이 온라인에서 만난 Y작가님은 100살까지 일할 거라고 했다.

 


세월이 간다는 것은 "추락이나 쇠퇴가 아닌
정점을 향해 성장해 가는 과정"임을 믿는다.
좋아하는 이 일을 오래도록 지속하기 위해
작지만 강렬한 몸짓으로 세상에 노크를 해본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785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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