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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23. 2021

시험못 볼까 봐 걱정이에요

『인생 수업』의 '행복하라'

우리 학원의 중2 경민이기 역사를 80점대 후반을 맞아왔다. 서술형 세 문제를 문제지에 답을 쓰고는 OMR카드 답지에 옮겨 적지를 못해서 그 점수가 나왔다. 크게 못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아이들이 백점을 맞거나 하나 틀려왔기에 상대적으로 경민이의 성적이 낮게 보였을 뿐이다.   

   

속이 상해 펄펄 뛰며 전화를 한 경민이 어머니께 얼마나 속이 상하고 안타깝겠느냐고, 그래도 진정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속 상한 것으로 말하자면 경민이에게 비하겠냐고, 아마 지금쯤 경민이는 자기 스스로를 책망하고 자신을 공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경민이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게 급선무라며 경민이 어머니가 평정을 찾게 했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험대비에 들어간다. 수업이 끝났는데도 웬일인지 경민이가 쭈뼛거리며 선뜻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경민이의 표정마저 어두웠다.     

 

왜, 어디 아파?     

아니오.     


무슨 일인데?     

저, 지난번처럼 시험 못 보면 어떡하죠?     


난 또 뭐라고~. 아, 이 사람아 시험을 왜 못 봐. 왜 못 볼 거라고 생각해?     

아니오, 지난번처럼 망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서요.  

   

그거 니 실력 아니야! 너 공부 열심히 한 거 내가 알고 니가 알고 하늘이 알고 있어. 그거 진짜 니 실력 아니라니깐. 그 점수를 네가 받아들이면 네 성적은 B에 머무르고 말아. 하지만 심기일전해서 이번 기말에 92점만 받아도 A가 나오는데 뭘 그래. 경민아 누가 너보고 B라고 해도 반사! 하고 그쪽으로 되돌려버려. 다만 지난번처럼 실수한다면 그건 다른 얘기지. 중학교 때는 실수도 실력이잖아.     

경민아, 그거 진짜 니 실력 아니다. 이번에 A 나오도록 쌤이 다 계획 세우고 있어. 치밀하게 전략 짜서 하면 100점 맞을 수 있어. 쌤이 다 맞도록 준비할 거니까 염려랑 붙들어 매셔! 그리구 88점 그거 못한 거 아니야.     

경민이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경민아, 시험 못 볼 거라 생각하면, 진짜 못 볼 수 있어.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 100% 다 나온다는 믿음을 갖고 공부해야, 공부하는 내내 흔들림이 없어.

내가 누구냐? 『극강의 공부 PT』 저자야. 공부법 전문 코치가 붙었는데 못 볼 리가 없지. 100% 시험에 나올 것들만 쌤이 챙겨서 다 해주잖아.


내가 시험 출제하는 선생님도 아님에도 이렇게 호언장담하는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이다.

아이들 수업하는 것을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교과서 제대로 읽고 학습활동, 정리활동 암기하고 단원별 마무리 활동하고 마인드맵으로 치밀하게 암기한다. 그런 다음에 내신 코치 들어가서 40여 학교 기출문제 출력해서 푼다. 이게 끝이 아니다. 문제에 출제되었던, 선택지에 있던 문장들을 다시 교과서에 형광펜으로 칠하면, 교과서를 10 회독쯤 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잘 맞아온다.  




  일단 두려움을 뛰어넘으면 새로운 삶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궁극적으로는 두려움을 벗어 버리는 것입니다. 헬렌 켈러는 말했습니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두려움이 주는 이런 배움들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경이롭고 놀라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두려움이 없는, 우리가 꿈꾸던 삶을.

- 『인생 수업』, 164쪽     



경민이에게 일단 이번 시험 한 번만 잘 뛰어넘으면 그때는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너처럼 성실하고 찬찬하게 공부하는 학생은 반드시 잘 될 수밖에 없노라고, 그게 세상의 이치라고 알려줬다. 못 믿는 눈치였지만 처음보다 불안감이 옅어진 듯했다.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이지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두려움은 분노, 방어, 자만심 등 여러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지혜로 바꿔야 합니다.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들을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야 합니다.

- 『인생 수업』, 163쪽     


경민이의 두려움은 시험을 잘 못 볼 것 같은 걱정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일단 계획을 세워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갔다 오면 무조건 학교 에서의 수업 시간표대로 복습 먼저 하는 것으로 약속을 하고 시간표를 짜줬다. 공부한 과정을 적는 데일리 리포트를 기록해 매일매일의 학습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며칠 하다 보니 어떤 날은 게임하는 시간이 줄어든 날도 있고, 학교 일정으로 남는 시간이 생겨 학습량이 많아진 날도 생기기도 됐다. 매일 공부 일지를 쓰며 그날그날 느낀 점을 쓰게 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자신의 학습 현황을 볼 수 있게 되니까 지금은 스스로 시간 안배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며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가 쓴 『인생 수업』에서 “인생 수업에는 행복하라는 숙제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기에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지 말라”라고 주의를 준다.   

   

경민이에게 변화가 있었다. 열흘 정도 꾸준히 공부하다 보니 몰입이 되면서 평정심을 찾게 된 모양이었다. 시험 못 볼까 봐 두려워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자기가 세운 계획에 맞게 뚜벅뚜벅 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의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경민이가 느닷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 이렇게 계획한 대로 공부하고 지내는 삶에 만족한다고도 했다. 경민이는 어른도 실행하기 힘든 인생 수업의 과제인 '행복하라'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삶이 우리에게 사랑하고, 일하고, 놀이를 하고,
별들을 바라볼 기회를 주었으니까.

- 인생 수업』,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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