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산 자의 마음 청소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 『죽은 자의 집 청소』, 27쪽
개인이 서로 유대를 맺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는 슬픔을 나눔으로써 유대를 맺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형태의 자살은 이기적 자살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기주의는 자살에 기여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자살을 발생시키는 원인이다. 이 경우에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유대가 느슨해짐으로써 삶과의 연결 고리 역시 약해진다. 사생활 문제가 자살의 직접적 계기이자 결정적 원인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우발적인 원인에 불과하다. 개인이 사소한 충격 상황에서도 자살하는 것은 사회가 그를 자살의 쉬운 먹잇감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 『자살론』, 269쪽 중에서
자살에 쓰인 도구를 발견할 때면 고요했던 내 마음에 한순간 파고가 일렁인다. 또 그것이 죽은 이의 직업과 연관된 것이라는 점을 깨달으면 심란해지고, 양가적인 감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런 자살 도구는 죽은 이가 맞닥뜨려온 하루하루의 일상과 생계를 밝히는 수단인 동시에, 죽음에 이른 과정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 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