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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04. 2021

문명과 물질, 샴쌍둥이처럼 붙어다니다

어떤 책은 한 번에 휘리릭 읽게 되는 책이 있는 반면에 또 다른 책은 조금씩 챕터별로 나눠서 읽어야 되는 책이 있다. 소설책은 단숨에 읽어야 인물 간의 관계도 놓치지 않고 작품 속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듯이 읽게 된다. 그에 비해 백과사전 식으로 정보가 많은 책은 소제목 별로 나눠서 두고두고 읽고 있다. 자료가 많은 백과사전 식의 책은 공들여 쓴 저자의 노고도 생각하며 정보를 확인해 가며 읽는 편이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고 실려 있는 정보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문명과 물질』 은 야금야금 흥미 있는 곳부터 읽기 시작했다. 자료가 방대한 데다가 전문적인 내용도 눈에 띄어 중간중간 멈춰가며 읽었다. 재료 공학자 저자답게 역사와 과학을 넘나들며 문명과 물질의 관계를 정밀하게 살피고 있기에 다른 책에 비해 속도가 나지 않았다.   


     


들어가는 말에도 밝혔듯이 이 책은 “물질은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형성해왔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일반 역사서처럼 시간에 흐름에 따라 어떤 물질이 탄생하고 각광을 받았는지 통사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질은 인류가 발명하기도 하고 발견하기도 한다. 또 어떤 물질은 오랫동안 사용되고 변용되기도 한다.      

물질들도 사람처럼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하다못해 선사 시대의 유물인 돌도끼와 돌화살촉도 자기만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예를 들면 근동 지역에 살던 고대인들과 인디언들은 조각조각 날카롭게 쪼개지는 흑요석으로 도끼와 화살촉 같은 무기를 만들어냈다.       


호모 속이 살아남은 까닭은 야생 식물을 채집하고 사냥에 나서는 책임을 공유한 것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수렵채집 집단 안에서 이뤄진 협동은 기술의 전문화가 이뤄지는 첫걸음이었고, 이것은 그들의 시대와 뒤 이은 현시대에 기술 혁신을 불러왔다.

- 『문명과 물질』, 30쪽     


호모 속屬의 생존 이유가 ‘협동’이라는 단어를 보며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가 떠올랐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정교한 언어와 협업을 통해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오늘과 같은 문명을 이룩했다”라고 언급한다.      


언어와 협업과 관련된 참고 자료는 중앙일보 [윤석만의 인간 혁명]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고고학자 윌 로브로크 교수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도 사피엔스 못지않게 지능이 발달해 있었다고 주장한다. 유전 공학에 힘 입어 DNA 지도를 그려보니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점이 있었다. 지능은 비슷했을지언정 사피엔스는 언어와 사회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발달했다. 

언어와 사회성은 사냥 방식에도 차이가 났다.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언어로 소통하고 협업했기 때문이었다. 집단에서의 협력의 힘이 다른 종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게 했다. 



문명과 물질은 샴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에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역사에서 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 등 특정 시대를 지칭하는 용어에 물질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물질과 인류의 문명사는 서로 맞물려 있다. 예컨대 철의 발견은 가마 온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게 했으며, 가마 온도가 높아지자 유리를 다루는 기술도 같이 개발되었다. 유리는 희귀품에서 일상품이 되었고,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 창문을 선사했다. 한편 그리스는 아테네의 은광 덕분에 페르시아가 에게해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며, 로마의 알렉산더 대왕은 트리키아에서 추출한 금으로 전대미문의 제국을 건설했다. 중국에서 발명한 종이, 나침반, 화약은 무역과 탐험이 가능한 세계로 전환시켰다.     


역사 공부할 때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의 특징과 문물들을 무던히도 외웠다. 물질의 이름을 넣어 시대의 명칭을 붙인 것에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암기를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인류의 문명사는 물질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정보들이 마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커다란 인형 속에 작은 인형들이 계속 포개져 있었다. 꺼내도 인형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새로운 정보들이 많았다. 배경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물질에 대한 내용이 다소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 애써가며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12쪽에 있는 내용이다. 물질이 역사의 흐름을 이끌기도 한다며 철의 공로를 이야기한다.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 왕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데 철이 공헌을 했다. 기원전 6C에 예루살렘의 파괴되고 그들은 바빌론으로 끌려가게 됐다. 페르시아의 왕 키루스가 바빌론을 포위하게 되자 끌려갔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사건은 가마의 온도를 더 높이는 기술 개발의 촉매가 되었다”라고 하는데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랑 가마의 온도를 높이는 기술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아무튼 높아진 가마의 온도 덕분에 유리 불기 기술이 등장해 유리병이 일상용품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한다. 곧이어 투명하면서도 단단한 창문이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물질과 관련해서는 “항상 각 물질의 특성에서 시작해 다시 그 주제로 되돌아온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딱딱했나 보다. 물론 중간중간 재미난 얘기가 없는 건 아니다. 라부아지에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주 흥미로웠다.     

 

라부아지에에게 호기심을 지핀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겸 성직자인 조지프 프리스틀리이다. 그는 산소를 처음으로 분리해 낸 사람이다. 프리스틀리의 실험 소식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바다 건너 프랑스에 있는 앙투안 로랑 라부아지에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라부아지에, 그는 샐리던트였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평일에는 왕실 세무사로 일했던 라부아지에의 삶은 저녁과 주말에 불타올랐다. 개인 연구실에서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했다. 라부아지에의 실험은 아주 의미가 있었다. 재료에 플로지톤이라는 가연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그동안의 연소 이론을 잠재웠다. 화학을 새로운 과학 분야의 토대가 되도록 한 입지전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밤이 늦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실험을 했을 라부아지에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굴곡진 삶이 따라오게 마련이었다. 개인적인 명성은 쌓았지만 왕실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참수되는 비운을 겪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프랑스 공포정치는 그가 죽은 지 불과 몇 달 지나 끝이 나고 말았다. 오죽하면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프랑스 수학자인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과학자였다고 평했을까.     


맺음말의 말미에 있는 글로 마무리를 할까 한다.      


"누구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려면 애덤 스미스가 말한 대로
“가장 동떨어져 있고 가장 이질적인 것들의 힘”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문명은 항상 그런 능력에 의지해왔다. "                    



 본 서평은 성장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았지만 서평은 저의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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