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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07. 2021

줌이 안 터지고 롤이 터졌어요

아이들 지도하면서 항상 힘이 되는 곳이 있다. 오디세이 국어 논술 클리닉 카페이다.

이 국어 카페 안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지천명知天命’ 연배의 사람들만 모인 ‘오오지교’라는 모임이 있다. 이곳 카페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        

오오지교에서 회원들이 쉬고 갈 수 있도록 제주도에 ‘쉬멍’이라는 안식처도 만들어 놓았다.      


단톡 방에 한 분이 학부모가 확진자랑 접촉해서 검사를 받았단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를 해야 되는 선생님이 계셨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으니 줌으로라도 수업을 해달라는 학부형들의 요구가 많았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줌과는 지금까지 친하지 않았는데 이제 친해달라고 하니 줌이 삐졌는지 별 반응이 없다고 했다. 심심한 시간인데 뭘 못하겠냐며 옹알 되면 받아주지 않겠다는 첨언도 있었다.    

  

따뜻한 위로의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P도시에서 대형학원을 운영하는 Y원장님이 줌의 장점에 대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줌의 장점
1. 공간 제약을 넘을 수 있다. -여러 명 불러서 수업해도 감염 걱정 없다. 공간 작아도 무탈하다. 
2. 시간의 제약도 넘을 수 있다. -줌 수업 시작 시-밑에 기록 클릭하시고 이 컴퓨터에 기록 클릭- 해주시면 수업이 끝나고 컴퓨터 바탕 화면에 자동 저장되니 메일이나 카톡으로 수업 후 전송만 해주시면 학생들이 마음만 있으며 반복 시청도 가능하고, 결석 시 보강 안 하고 파일만 보내셔도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생각이 깊은 Y 원장님은 자가 격리하고 있는 선생님께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부디! 선생님! 
격리 지나시고 나면 원격수업이랑 엄~청 친해지셔서 4차 산업시대 교육 능력자 되실 수 있습니다 ㅎ          


곧이어 다른 댓글이 달렸다.

S도시에서 수업을 하는 K선생님은 줌의 단점에 대해 썼다.     


줌의 단점 : 수강생의 고백- “줌이 안 터지고 롤이 터졌어요!”
“제대로 듣고 있나 수시로 확인을 ^^
라는 당부를 했다.      



줌이 안 터지고 롤이 터졌다는 말에 빵 터졌다. 

한 편으로는 웃음이 나면서도 현실을 사실대로 보여주고 있어 아슬아슬했다. 우려했던 상황 그대로 나타났다. 관리할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언제든 ‘줌’ 대신 ‘롤’이 터질 수 있는 상태였다. 

코로나로 우왕좌왕하던 학교도 이제 정상을 되찾는 듯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다. 정상적으로 학교에서 하듯이 온라인 수업으로 하지만 등교할 때와 전혀 다르다. 얼굴을 내놔야 하는 데도 머리만 나오게 하고 참여한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이 앞섰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것을 아주 귀찮아한다는 점이다. 했다.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고 늘어져서 지내다 학교에 가는 주라도 되면 한숨부터 쉰다.  

   

내일부터 학교 가야 돼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요

지겨워서 어떻게 학교를 가냐고요?     


그러면서도 학교에 간 주는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의욕을 좀 더 내고 친구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집에 있을 때는 다른 아이들을 보지 못하다 친구들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면서 차곡차곡 공부한 아이를 보며 위기의식을 느끼는 듯했다.      

반면에 친구가 많은 아이들인 경우에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데?
아니요, 점심시간에 개떠들 수 있어서 좋아요. 학교에 가고 싶어요. 
쉬는 시간 10분 동안 아이들과 얘기하는 것도 좋구요.       


이제 선택의 여지없이 줌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준비를 철저히 해도 듣는 학생들이 딴짓을 할 때 막을 방법이 없다. 가정에서 관리가 안 되면 줌 대신 롤이 터지는 불상사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가 여러 사람 힘들게 한다. 
롤까지 끌고 들어오는 코로나는 참, 힘이 세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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