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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19. 2021

알파걸들에게서 내 아들을 지켜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우리 학원엔 중2 학생이 제일 많다.

『극강의 공부 PT』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성지와 또 다른 학생이 서울대를 갔다. 감사하게도 성지가 인근의 학원을 다니며 우리 학원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 성지도 학원 원장님께 인사겸 자랑삼아 찾아다닌 것이 뜻하지 않게 우리 학원이 수혜를 입은 셈이었다.    

  

어떻게 해서 서울대 갔냐고 했더니 성지 왈 ‘진순희에서 중학교 때부터 1년에 30~40권씩 독서록 써서 생기부 관리를 잘했다고. 고등학교 가서도 중학교 때 쓴 독서록을 재탕해서 다시 쓰다 보니 글쓰기 실력도 늘고 독해력까지 좋아졌다’고 했단다.

마침 과학 학원 원장님 자녀가 중2였다. 중2팀을 짜 왔음은 물론 과학 학원에 다녔던 성지가 서울대를 갔다고 당신 학원 광고를 하면서 우리 학원도 함께 안내를 한 모양이었다.    

   

민태 어머님이 민태 팀을 짜 오면서 여기저기 다 알려서 아이들이 모여지기 시작했다. 조금 바쁘다 싶을 정도로 학원이 돌아갔는데 중간고사 끝나고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개구쟁이 현준이 덕분이었다. 역사랑 국어를 100점씩 맞아 와서 동네에 소문이 쫘악 퍼졌다.

진순희만 가면 노는 아이들도 백점 맞게 해 준다며, 전혀 일면식도 없는 주변의 학원 원장님께서 학생들을 소개해주셨다.      


사실 내가 일하는 지역은 집값도 비싼 데다 유입 인구가 없어서 이번 여름에는 학원 철수를 고려하기까지 했다. 웬만한 책들을 정리하고 천 이백 개 정도 있는 비디오테이프도 없앨 생각이었다. 집으로 들어갈 계획까지 다 세워놨던 터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수업이 많아졌다.      


수업이 많다 보니 아주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똑같은 중2인데도 어쩜 남자아이들은 더디고 눈치가 없는지 가르치다 보면 복장 터질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족한 듯싶어 따로 살짝 한 번 더 오라고 하면 그것을 ‘벌’로 생각했다.

학부모들은 학원에서 한 번 더 챙겨주니까 고마워서 어떻게든 보내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도대체 오려고 하지 않는다. 매번 숙제를 부실하게 해오면서도 집에서 숙제할 수 있는데 왜 가야 하냐고? 다른 친구 이름을 대면서 걔도 오는 거냐고? 하면서 짜증을 낸다. 들어오면서부터 로키산맥에 산다는 빅풋처럼 쿵쾅거리면서 몸으로 불만을 쏟아낸다.  얼굴에는 이미 ‘나 화났음’이라는 표식을 잔뜩 붙이고 들어온다.    

   

암기할 노트까지 학원에서 다 챙겨주는데도 남학생들은 번번이 갖고 오지를 않는다. 내신 대비할 때도 시험 보기 전 날까지 교과서를 갖고 오지 않아 내 뒷목을 뻣뻣하게 만드는 것은 다반사다. 이젠 아예 교과서를 복사해서 링제본으로 만들어서 준다. 안 그러면 내 마음만 상해서 정신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계속 손이 가는 남학생들에 비해 여학생들은 아주 야무졌다.  

남매 쌍둥이인 경우에 유독 여학생들 뛰어난 데다 성실하기까지 했다.

의욕까지 넘쳐서 일부러 내게 메일까지 보 이것저것 해달라고 한다. 우리 학원에서 쓰는 30분 단위시간 관리할 수 있는 주간 계획표까지 보내달라고 할 정도다.      


은서는 그 어렵다는 수학도 다 맞고 영어마저 백점 맞아온 친구다. 영어 백점 맞은 게 대단한 이유는 온라인 클래스에서 영상으로 틀어준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 맞아왔기 때문이다. 주변의 영어 원장님도 K 중학교의 영어를 다 맞아온 학생이 있다고요? 하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은서에게 주간 계획표를 보내주고는 아이들 모두에게 시간표를 출력해서 줬다. 여학생들은 아주 소중하게 받으면서 여유 있게 몇 장만 더 주시면 안 되겠냐고 까지 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 보니까 남자아이들 책상이 아주 가관이었다. 간표를 바닥에다  떨궈 놓고 간 아이도 있었고  책상에 덜렁 두고 간 학생들도 있었다. 더 달라고 요구하는 여학생들과 천양지차로 달랐다.  

제 앞가림 잘하고 제 거 잘 챙기는 야무진 여학생들은 알파걸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침팬지들이 서로 만났을 때 하는 의례행위를 보면 수컷들이 거의 완벽하게 우위를 점한다. 실제로 몸싸움을 하면 수컷들이 80%의 경우 수컷들보다 암컷들이 훨씬 더 누리며 산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작가 올리버 웬델 홈즈도 “일찍이 남자가 뜻을 세우긴 해도 결국 여자 뜻대로 된다”라고 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209쪽     



남자가 뜻을 세우긴 해도 대부분이 여자 뜻대로 된다. 이런 모습은 우리 가정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아빠가 뜻을 세우긴 해도 결국은 엄마 생각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딱 부러지고 대찬 은서가 한 달짜리 모트모트 텐미닛 플래너에 공부한 기록을 치밀하게 적어놨다. 깜짝 놀라 스캔 떠서 다른 시간 아이들에게 다 나눠줬다. 아이들도 나만큼 놀라워했다.  

이거 인터넷에 떠있는 거 인쇄한 거냐, 누가 한 거냐 하며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같은 학년인 은서가 한 거라고 하니 반응도 성별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동성인 여학생들은 ‘나도 이거 사서 은서처럼 해야겠어요’고 했다. 반면에 남학생들은 ‘이걸 왜 하는데요? 머릿속에 다 있는데요.  머리가 딸리나 보죠. 머리로 하는 우리하고 클래스가 다르네요. 저머리가 좋아서 저딴 거 안 해도 됩니다’라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아무튼 은서 덕분에 학원에 있는 여학생들 모두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모트모트 플래너를 사고 시간을 꼼꼼히 적으며 시험대비를 하고 있다. 전에 없이 열공하고 있다.

반면에 남자아이들은 느긋한 데다 목표 자체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낮다. 목표치를 낮게 잡고는 한 두 개만 맞아도 허풍을 떨며 만족해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무관심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모든 게 시들한 아들. “점점 똑똑해지는 딸과 점점 무기력해지는 아들들”의 행태가 보인다.

장차 알파걸이 될 여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우리 아들들이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이다.           

『알파걸들에게 주눅 든 내 아들을 지켜라』에 해답이 있으려나?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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