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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진순희 Jul 13. 2021

돈을 써야 배우지요-글쓰기 책쓰기

이번에 문체부 인문 강사가 되고 나서 두 번째 모임이 있었다.

인문 강사로 활동한 후에는 반드시 활동 기록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서 보고서를 써야 한다. 그런 연유로 글도 글이지만 활동한 내용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도 꽤 중요하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평가를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 일에 대한 격상은 차치하고서라도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 가시적인 결과치가 있어야 한다.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했음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겉모양새를 잘 꾸미는 것이 관건이다.

잘 포장하는 것도 능력이다. 활동한 내역을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은 아니더라도 더욱 의미 있게 나타내는 것이 필요하다.

활동 일지를 쓰다 보면 사진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더 멋들어지게, 알차 보이게 하는 데 사진이 한몫을 톡톡히 한다. 좋은 각도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있어 보이게 할까 일지 쓰면서 가장 고민이 되던 차였다. 마침 우리들을 관리하는 튜터분이 인문 강사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해소하고자 했다. 사진 전공한 강사를 소모임에 초빙했다.

소모임은 강남 모처의 요리 교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하루 한 번 예약 손님만 받고, 요리 교실도 필요할 때만 오픈한다고 했다.

강사의 준비해온 <효과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담은 유인물이 배부됐다.

그 강사 분은 선과 힘의 방향인 수직구도 수평 구도 사선 구도 등에 대해 설명을 했다.

강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수평적 구도의 영상은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반면에 수직적 구도의 영상은 좀 더 위엄 있고 강한 느낌을 준다. 사선으로 피사체를 배치하는 사선 구도는 원근감과 집중하는 효과가 있어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다.

화면의 균형과 관련하여 대칭과 비대칭 구도의 안내가 있었고 평평한 화면에 3차원의 현실감을 표현하기 위한 해설이 곁들여졌다. 물론 촬영거리에 의한 숏의 분류와 카메라 앵글에 따른 숏의 분류도 알려줬다.

이러한 전문적인 내용을 아는 것보다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 기능이었다. 음식이나 인물 사진을 잘 찍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면서 ‘더보기’ 기능을 말했다.

“더보기”라구요? 어디예요?

“폰의 카메라를 클릭하면 사진-동영상- 그 옆의 더보기 기능이 있어요.”

“어머 이런 게 있었어요? 언제부터 있었던 건데요?”

“예전부터 있었어요.”

준비된 음식을 더보기 기능의 ‘음식’을 누르니 음식 부분이 선명하고 그 주변은 약간 뿌옇게 촬영됐다.

“아이구 이런 신박한 일이 있나?”

튜터님을 보면서

“아니 작년의 군부대로 요양원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 만나러 같이 갔던 J 강사 말이에요. 왜 이런 걸 안 알려준 거예요? J 강사 그분 전공도 사진이잖아요? 1년을 함께 다니면서 어쩜 한 마디도 안 했을까요?”

“아유, 돈을 써야 배우지요.”

“그런 거예요? 하긴,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으니 다행이네요.” 라 했다.

독학으로 영어 배우겠다고 하면 아들도 늘 같은 말을 했다.

뭐든 돈을 들여야 배울 수 있어요. 돈을 쓰면 마음가짐이 달라요. 헬스 등록하고 계속 빠져도 돈 낸 게 아까워서 집 근처라도 걷게 되잖아요. 혼자 하는 거 한 두 번은 해도 지속적으로 할 순 없어요. 돈 써야 해요.
성인들은 변수가 많아서 독학으로 하기에는 힘든 점이 많아요. 최소한 영어 학원에 있는 그 시간만큼은 공부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