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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l 17. 2021

노비 계급에서 성골로 가즈아 ~~논술 전형

다 늦은 저녁에 차분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학교 선생님이 잘하는 논술 선생님 찾아가라고 했다며 고3 논술 상담이 들어왔다. 학교에서 모의 논술 시험을 봤는데 썩 잘 나왔다고 했다. 아이가 논술에 대한 흥미도 있고 잘한다고도 했다. 논술 대비를 하면 지금의 성적보다 더 높여서 갈 수 있노라고 희망적인 조언을 학교에서 했던 모양이었다. 수업이 다 차서 받을 수 없노라고 말씀을 드렸다. 재원생을 상대로 문법 특강도 깔아야 하는데 시간이 안 나서 그것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생이 넘쳐나서가 아니라 고3 학생의 읽기 능력도 짐작이 되지도 않았거니와 논술까지 불과 몇 달도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등록받기가 아주 애매했다.  

    

게다가 기말고사 전부터 고2 혜진이의 부탁도 있었다. 친구들이 내신을 진즉에 말아먹어서 수시는 물 건너갔다고 내신을 다 포기했단다. 정시 관련 설명회를 해주실 수 있냐고, 친구들 몇 명만 데려올 테니 정시 안내 좀 해주시면 안 되냐고 말해 왔던 터였다.      


우여곡절 끝에 고3  논술수업을 하게 됐다. 학생의 부모님 모두 전문직에 몸 담고 계셨다. 아이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당신들처럼 꿈을 펼치며 살아가기를 원했다.


전화로만 등록을 다하고 얼굴은 뵙지도 못하고 일시천리로 시작하게 됐다. 학원에 온 고3 학생이 무슨  미스코리아처럼 훤칠하게 큰 데다가 보기 드물게 미인이었다. 들어오는 순간 교실이 다 해질 정도로 아이 얼굴에서 광채가 났다.      


누구시죠?  

   

저 오늘부터 수업받기로 한 은형이에요.

    

고3 은형이라고?     


네 제가 은형이에요.  

    

아이고 이 사람아 깜짝 놀랐잖아. 아니 그렇게 대책 없이 이뻐서 어쩌자는 거야.

난 딴 거에는 주눅이 안 드는데, 자네처럼 키 크고 날씬한 사람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거든.     


너스레를 떨며 어여 들어오라고 교실로 안내를 했다.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이화여대를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역사를 좋아해서 사학과를 택할 거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하더니 경희대도 넣고 싶어했다.


경희대 논술에 철학 지문이 나와서 저는 익숙해요.


사탐 중에서 윤사랑 생윤을 해서 다가가기가 편하단다.      

논술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하며 “어디가” 사이트를 안내했다. 9월 모의고사 끝나고 바로 “어디가”에 들어가 성적 분석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나름의 지원 요령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소신 지원인 경우에는 점수 높은 과에 지원을 하고
안정 지원인 경우에는 정말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아주 낮은 곳에
해야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야 한 군데라도 붙을 수 있다고.   
   

 9월 모의고사 끝나고 바로 마음을 내려놓고 선택을 해야 한다. 한 달 남짓 남은 기간에 노력해서 점수를 올리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일랑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특히 국어 점수를 올리겠다는 허황된 믿음은 절대 가져서도 안 된다. 국어는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과목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다.      


내 성적이 노비 계급에 머물러도 국어 모의고사 등급이 4등급 이내에 들기만 하면 논술 전형에 지원해볼 만하다. 최저 등급이 없어 많이들 지원을 하는데 최소한 제시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을 갖춰야 한다. 적어도 4등급 이내에 들어야 논술 전형을 노려볼만하다.

최저 등급이 없는 대학으로 연세대, 한양대, 과기대, 광운대, 시립대 등이 있기에 자녀가 국어 등급이 4등급 이내에 든다면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은형이 부모님 모두 연세대 출신이라 아이가 연대를 가고 싶어 했다. 연대는 다면사고형 논술이라 다양한 각도에서 개념이나 상황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문항수가 4개 인 데다 2시간 내에 2400자에서 2600자를 써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영어 제시문이 포함됐는데 수리와 통계 자료 등 나와 말이 논술이지 영어와 수리 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중앙대도 만만치가 않다. 인문 계열은 인문 관련 제시문 8개에 3문항을 적어내야 한다. 상경 계열은 인문 2개, 수리 1문항이다. 지문이 8개로써 결국은 국어적 소양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논술에 실패하는 이유는 독해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최저가 없다고 쉽게 판단해서이다.

 

논술 글쓰기의 핵심은 자신이 지신 배경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은형이에게 단단히 일러뒀다.

중대 논술은 각각 40점짜리 550~570자 두 문항에 20점짜리 400~420자 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짧은 글을 써내야 하기에 논제의 요구 사항 그대로 추적해 나가야 된다. 주력해야 할 것은 쓸 말만 써야 된다는 점이다. 쓸데없이 장황하게 설명해 글자 수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은형이 수업을 맡고 나서 1타 강사들의  논술 강의를 샅샅이 다 듣고 공부했다. 몇 번이고 정리해서 체화한 다음에 은형이한테 죄다 쏟아부었다. 아이 얼굴에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은형아, 내가 너를 반드시 유익하게 할 거야. 너를 돕는 일이 나를 잘 되게 하는 일이기에 최선을 다할 거야. 작년에 성지가 서울대를 가서 학원이 풍요로웠는데, 올해는 은형이 네가 연대를 가서 내년에도 우리 학원이 풍성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덕담 아닌 덕담을 했다. 물론 올해도 서울 대 갈 예고 3학년이 있긴 하다. 예고 학생 얘기는 빼고 은형이 네가 열심히 하면 못 갈 이유도 없노라고 말해줬다. 다른 성적이 소박해서 그렇지 국어 성적은 1등급에서 늘 하나 부족한 2등급 초반이기에 기대할 만 했다.     

 

국어 1등급이 나오는 학생이면 독해가 부족할 이유가 없기에 은형이에게 청사진을 보여줬다.

은형이 너는 상금 받고 등단한 시인에게, 그것도 책 세 권을 쓴 작가에게 논술 수업을 듣고 있는 거라서 네가 못 갈 이유가 없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건대 떨어진 친구도 연대 붙게한 전력이 있는 천하무적 선생님께 배우는 거라고  다소과장되게 말했다. 

   

다른 수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국어 실력 교사의 에너지를 먹고 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힘도 끌어 모아서 은형이에게 내적동기를 갖도록 했다.

은형이 성적이 노비 계급은 아니지만 평민에 속해 있는 것은 맞다. 이번에 기필코 성골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다짐을 했다.


은형아

양민에서 성골로 가즈아~^^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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