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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피는 저녁

by 진순희
캡처-1.PNG 출처: Pixabay



소금꽃 피는 저녁

이영식



파장 무렵, 이쯤에서는

좌판의 과일에도 사람냄새가 묻어난다

흙먼지 속 이리저리 구르다가

손때만 탄 채 물색없이 눌러앉아 있는

참외 복숭아 토마토ㅡ

해거름에 한물간 군상들을 보면

퇴박맞고 쫒겨온 누이 같고

고향집 지키는 사촌 녀석들 같다

술 취한 사내가 모서리를 치고 지난다

툭- 떨어지는 수밀도 한 알

주워 담을 새도 없이 밟히고 으깨져

몸 비집고 나온 무른 속살

난장 바닥에 비명을 지르는 붉은 씨앗

꼭 꼭 숨겼다 깨진 내 꿈 같고

늑골 어디쯤 혼자 커가는 옹이 같다

떨이로 나앉은 퇴물 한 봉지 사들고

재래시장을 빠져 나온다

거푸집 겨우 잡고 있는 물렁한 과육,

비닐봉지에 담긴 누이의 눈물이 만져진다

땡볕에 똥장군 나르던 쉰내가 난다

가로수 매미 울음소리가, 왈칵

소금꽃으로 쏟아지는 파장 무렵이다.


―시집 『희망온도』 중에서




캡처-희망온도.PNG




이영식 선생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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