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감정노동자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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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감정노동자


이영식



달은 노동자라네

외발자전거 바퀴로 중천에 기어올라

천지간에 달빛 퍼주는 거라

달항아리 같은 지구를 돌면서

음과 양, 생체시계 조절하고

달거리를 맞춰주는 거라

그래야 첫울음 터뜨리며 아기가 태어나고

거북이도 수북하게 알을 낳는 거라


달은 비정규직이라네

38만4천km를 내달려온 파견근로자

사계절 출퇴근시간 다르고

대체인력이 없어 파업도 못한다네

뒤통수의 그늘 깊지만

서비스정신 투철하게 벙글거리는 달

주머니 탈탈 털어봤자 6펜스뿐인

몽상가의 턱이나, 시인의 가난한 창가에

날밤 새우는 비정규직의 일당은

최저임금도 비켜가는 거라

달은 감정노동자라네

달빛을 아이쇼핑하는 자들이여

손님은 왕이다

달에게 삿대질 하라

무릎 꿇게 하라

차고 기울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달의 코밑까지 침 튀기며 甲질 해서

우울증 걸리게 하라

그러나, moon이자 門인 달

당신의 삶이 외통수에 걸렸을 때

궁지에서 탈출할 배 한 척이

머리 위에 정박하여 대기 중임을 잊지 마시라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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