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스톱
이영식
청홍단 꽃 시절 다 지나가고
어머니 깡마른 손등의 핏줄
저승 문턱에 닿은 듯 가늘고 희미하다
이번 生에 받았던 패는 별게 아니었는지
쥐었던 화투장 줄줄 흘리면서
흑싸리에 홍싸리를 붙여 먹어간다
어머니 손안에 펼쳐진 놈들 넘겨다보고
짝 맞춰 내 패를 슬쩍 던져놓으니
옳지, 오늘 참 잘 맞는구나
텅 빈 잇몸 드러내 웃으며 고고 ―
치매예방에 좋다지요
의사도 눈감아 준 병상에서의 고스톱
비풍초똥팔삼… 던지고 뒤집히고
파도처럼 굽이치던 한 생애가
낙장불입 단풍처럼 시들었다
그날 고고하던 고스톱을 끝으로
어머니는 먼 길 떠나가셨다
유골함 곁에 고이 모신 화투 한 모
48장 굽이굽이 한 여자의 길이
손때 묻은 그림책으로 쌓여있다
-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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