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이 'TV 책을 말하다'에 출연했다. 글쓰기의 치열함에 대하여 말했다.
"나는「칼의 노래」를 쓰면서 이빨 여덟 개를 뽑았다. 몰아서 쓰다 보니 이빨들이 들솟았다. 빼서 쓰레기통에 퉤퉤 뱉으면서 썼다."
그가 밤새워 써내려간 단어 하나하나가 날선 비수이고 문장 구절이 노래가 아니고 무엇이랴!
바람벽 시계도 가만히 귀를 열고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 이빨 우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한 수저의 밥알 속에 숨은 치욕과 낚시 바늘 씹어 삼키면서 칼의 노래를 또박또박 눌러쓰던 그의 모습이 노량해전의 마지막 전투처럼 비장하게 떠오른다.
나는 입속의 혀를 굴려서 이빨 여덟 개 퉤퉤 뱉어내고 민둥산이 되어 남을 법한 빈자리를 가늠해보았다. 완전 폐허가 된 붉은 잇몸에 박혀서 이를 갈고 있을 슬픔의 뿌리들―
시인의 모자 쓰고 허명을 좇으며 살아왔지만 내 몸 어디엔가는 아직 세상에 써지지 않은 시가 꿈틀거리고 있어서 이빨들이 건재한 것은 아닐까?
겨울담쟁이 새빨간 이파리가 나의 초상처럼 벽에 붙어 이빨들이 우는 소리를 내고 있다.
-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