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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큐티 라라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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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진순희 Oct 19. 2021

저 같은 딸 있으면 큰일 나요!

민영이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왜소하다. 키도 작은 데다 팔목까지 가녀리다. 얼굴도 자그마한데 피부마저 하얗다. 언뜻 보기에 얌전한 인형 같다.

민영이는 지각도 안 한다. 항상 자기 수업 시간보다 일찍 와서는 책장에 있는 책을 꺼내서 수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읽는다. 논술학원에서는 일주일마다 책을 한 권씩 읽어내야 할 필독서가 있다. 초등학생들은 예체능까지 하기에 중학생들보다도 바쁘다. 독서 시간을 빼놓지 않으면 아이들이 책을 읽어오지를 못한다. 그래서 일부러 교실 하나를 개방해 놓고 아이들이 와서 책을 읽도록 하고 있다. 일찍 오거나 나머지 공부를 하고 갈 때 또 숙제를 못 해오거나 미리 와서 할 때도 큰 교실에서 함께 한다.

호기심이 많은 민영이는 책을 읽다가도 다른 학생들 얘기에 귀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자기가 말을 거들 시간을 기가 막히게도 잘 안다. 남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얼른 끼어들어서 말 한자리라도 보탠다. 다른 아이들의 말에 아주 쉽게 반응을 한다. 책을 건성으로 읽으면서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오만 참견을 다하고 있다. 끼어들 시간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중학생 언니 오빠들 일에 나서서 조잘대며 말하는 것 빼놓고는 나무랄 데 없이 예쁜 아이다.

아들만 있는 나는 어린 여학생들의 이런 반응들이 귀엽다. 소곤소곤 말하는 것이라든지 예쁜 머리핀을 꽂고 왔다든지 이럴 때 시선이 멈춘다.

어제만 해도 그렇다. 민영이가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분홍과 연둣빛 젤리 똑딱 헤어핀을 꽂고 왔다. 그날따라 책을 오랫동안 읽었다. 주위에 중학생들이 서 너 명이 있었는데도 초집중 모드로 책을 읽고 있었다. 다른 때와 다르게 주변 일에 관여하지도 않고 책만 읽고 있었다.

아유, 민영이 같은 딸 있으면 좋겠다.
민영이 어머니는 참 좋겠어. 똑 부러지게 자기 일도 잘하고 책도 열심히 읽는 민영이 같은 딸이 있잖아.
아 ~ 갑자기 민영이 어머님이 부러워지네. 부럽다 부러워.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난 벌써 졌네. 졌어!

하면서 민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자기 민영이가 몸을 뒤로 빼면서 급하게 말을 내뱉었다.

저 같은 딸 있으면 큰일 나요. 큰일 나죠.

아니, 왜! 네가 어때서?

멈칫하더니, “아무튼 저 같은 딸이 있으면 안 돼요. 안 된다고요.”

손까지 휘저으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민영이한테 다가가 가만히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민영이한테 그런 소리를 해? 누가 그렇게 말하는데?

우물우물 아무 말도 못 하고 내 눈을 피했다.

민영이 손을 잡으며 "민영아 네게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말어. 네가 얼마나 소중한 아이인지 아니? 아무도 네게 그런 소리 하지 못하도록 해야 돼. 설령 힘이 센 어른이 그런 말을 했더라도 그 말을 네가 받아들이지만 않으면 돼. 앞으로 누군가 민영이한테 그런 말을 하면 손을 쫙 편 다음에 '반사' 하면서 손을 밀어. 상대가 무서운 사람이라면 속으로 하면 돼.

반사! 반사 반사 반사, 이~ 얍!

이렇게 하란 말이야. 알았지.

배시시 웃으며 민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