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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Oct 25. 2021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여주세욧!

예나 지금이나 입시설명회에 열심히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줌 강연으로 대체된 곳도 있지만 일부는 아직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입시설명회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수능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는 인문 논술이나 원포인트 수리 논술이라며 입시 안내를 하는 학원들이 많다.

     

입시만 매달릴 수 없는 처지다 보니 입시전문기관이나 입시만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를 찾아가 입시 전문가 과정을 매해 듣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중학교 때부터 입시의 큰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국어 학원이지만 공부법이나 독서, 글쓰기뿐만 아니라 진로까지 안내해주기 위해 오픈 한 이래로 계속하고 있다.


대치동이든 목동이든 입시설명회가 있는 곳은 다 찾아다닌다. 그것도 코로나 이전의 일이고 요즘은 유튜브로 해결하는 중이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지만 유튜브에 워낙 좋은 정보가 많아서 주로 유튜브 활용을 많이 한다. EBSI에도 입시 관련 자료나 강좌도 많아서 마음만 있으면 여기저기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코로나가 일어나기 전의 일이다.

대치동의 큰 홀을 빌려서 입시설명회를 하는 곳이 있어 다녀왔는데, 그 주에 목동에 설명회가 있어서 갔다. 해외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는 강사가 입담 좋게 설명하고 있었다. 좌중을 뒤흔들만한 유머를 섞어서 상큼하니 강연을 했다. 강연 중간에 그 강사를 영입한 학원에서 자기 학원의 수업 안내를 재빠르게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 수업도 해야 해서 쉬는 시간 중간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목동에서 돌아가려면 아주 먼길이라 화장실엘 들렀다. 누군가가 알은체를 해서 봤더니 모르는 사람이었다.


흠, 혹시 저를 아시는지요?


대치동에서 뵀어요. 강사의 설명을 열심히 적고 계셔서 유심히 봤죠. 근데 여기서 또 만났지 뭐 예요.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학원 하시는 분 맞지요?


음, 네.


학원을 하고 있다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말이 나왔다.


아니, 그게 말이지요. 하버드를 나왔으면 뭐 해요. 입시 설명회 때마다 느끼는 건데요. 사실 겁나요.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될까 봐요. 유학까지 갔다 와서는 기껏 한다는 일이 사교육 입시 설명회나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전공을 살려서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불러다 설명회를 하면 좀 좋아요. 우리 아이 앞날의 청사진도 그려볼 수 있고, 목표 설정도 아이에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구요.


건축을 전공했으면 건축가가 되든가? 법을 공부했으면 변호사가 되든가? 그 분야에서 똑부러지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학원들도 그래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기 직업에서 성공한, 아니 성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뿌리를 내린 사람들을 데려와 설명회를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저는 학원 측에서 잘 못하는 거라고 봐요. 강연하는 강사도 그렇지요. 애타는 부모들 불러다 설명회 하는 게 제일 쉽잖아요.? 사교육에 몸담는 게 가장 쉽잖아요. 자기가 공부한 것 조금만 풀어내면 내는 거잖아요. 쉬운 길만 선택한 사람이 설명회는 무슨?



설명회 하는 로비에서 그 짧은 시간에 많이도 뱉어냈다. 그동안 가슴속에 쌓아놨던 것을 학원 하는 나를 붙들고 다 쏟아낸 듯싶었다. 반박할 여지는 많았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막상 건축보다는 사람들 만나서 정보를 제공하는 입시 설명회 하는 일이 맞을 수도. 또 그 분야에 재능이 있음을 뒤늦게 발견해 뛰어들었을 수도 있고.  

게다가 그 학부모 말처럼 사교육에 몸담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동의도 반박도 아닌 그저 애미한 웃음만 흘리고 서둘러 나왔다.


돌아오는 내내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Hirokazu Koreeda) 감독이 썼다던 문장이 맴돌았다.


"모든 사람이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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