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blog.naver.com/dry_sun/220188296725
인디언 술래잡기
이영식
사냥꾼 피해 달려온 사슴처럼 아이가 자귀나무 뒤에 몸을 낮게 붙였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겠지’
나무 뒤에 숨은 아이의 꿈대로 자귀나무는 제 그림자를 내려 아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나무 그림자는 아이의 머리에 새로운 뿔을 박아주고 어깨로 가슴으로 번져 내려와 아이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방금 먼 은하에서 뛰어내려 착지한 발꿈치까지 길게 뿌리를 뻗었다
나무보다 더 나무 같은 아이의 온몸에 짙푸른 잎맥이 솟고 새 뿔을 얻은 사슴처럼 생각의 이파리들이 무성하게 피어올랐다
못 찾겠다 꾀꼬리!
아이와 함께 잔뜩 움츠렸던 숲 속의 나뭇가지들이 술래의 노랫소리에 잎잎 부챗살을 펼쳐 들었다
자귀나무 뒤에 숨었다가 꽃사슴이 된 아이가 뛰쳐나왔다
묵정밭에 숨었다가 고라니가 된 아이가 뛰쳐나왔다
칡넝쿨 숲에 숨었다가 산토끼가 된 아이가 뛰쳐나왔다
들꽃의 누이였고 검독수리의 형제였던 아이들이 호수 위 불어온 바람의 정령을 몰고 뛰쳐나왔다. 옥수수수염이 나는 달이었다
―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
#인디언술래잡기 #술래 #못찾겠다꾀꼬리 #옥수수수염이나는달 #이영식 #꽃의정치 #휴 #희망온도
#공갈빵이먹고싶다 #초안산시발전소소장 #문학사상 #애지문학상 #한국시문학상 #국무총리표창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