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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이영식
종로 피맛골
외진 그늘자리 목련나무 한 그루
불상놈처럼 서있다
8차선 도로에서 숨어든
직립동물들이 오줌 내 갈기고
토사물 쏟아놓고
고얀 냄새 풍겨대는 사이
겨우내 얼고 떨며 노숙하던 나무가
마술을 시작하고 있다
작은 솜털모자 속에서
하얀 새 한 마리 꺼내놓는다
새는 새를 낳고
바람을 들이고
꿈을 펴고
어느새 새떼가 되어
피맛골 좁은 골목
새하얀 날개들의 천국이다
새들이 봄 햇살 물어 나른다
골 먼지, 찌든 때,
껌 딱지처럼 붙었던 얼룩 닦아내고
연두 빛 새 이파리 들여앉힌다
며칠째 노역으로
골목의 묵은 기억을 몽땅 들어낸
목련나무,
세상 환하고 향기로운 걸레를 보았다
―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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