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Pixabay



걸레


이영식



종로 피맛골

외진 그늘자리 목련나무 한 그루

불상놈처럼 서있다


8차선 도로에서 숨어든

직립동물들이 오줌 내 갈기고

토사물 쏟아놓고

고얀 냄새 풍겨대는 사이

겨우내 얼고 떨며 노숙하던 나무가

마술을 시작하고 있다


작은 솜털모자 속에서

하얀 새 한 마리 꺼내놓는다

새는 새를 낳고

바람을 들이고

꿈을 펴고

어느새 새떼가 되어

피맛골 좁은 골목

새하얀 날개들의 천국이다


새들이 봄 햇살 물어 나른다

골 먼지, 찌든 때,

껌 딱지처럼 붙었던 얼룩 닦아내고

연두 빛 새 이파리 들여앉힌다

며칠째 노역으로

골목의 묵은 기억을 몽땅 들어낸

목련나무,


세상 환하고 향기로운 걸레를 보았다



―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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