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편에 서다 이영식

by 진순희






사물의 편에 서다

―뼈


이영식



곰탕집 뒤란

뼈다귀들이 쌓여 축제를 벌이고 있다


내가 털어 넣은 한 사발 사골국물도

저들의 사지四肢로 고아냈을 터,

갈비뼈 등뼈 다리뼈… 살점 발라주고

말갛게 씻긴 백골들, 협찬이라도 받은 듯

정오 햇발을 제 깜냥 받아 누린다

그늘 한 점 없다


삶의, 삶에 의한,

삶을 위해 복무하지 않는 뼈


탈탈 털어도

먼지 한 톨 떨어질 것 없는

뼈다귀들은 모서리마다 곡선을 지녔다

원심怨心이 아니고 원심圓心이다

들끓지 않는다


생몰生沒을 건너온 어법

명징하다

뼈바늘 같은 시 한 편 쓰고야 말겠다는 듯

새하얗게 빛나고 있다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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