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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큐티 라라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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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진순희 Oct 11. 2021

아이구 참, 우리 엄마 친목질 하는 것좀 봐!

'친목질'이란 단어를 들어보셨는지요.

단어의 구성이 묘하지요. “서로 친하여 화목함”이라는 ‘친목’이란 긍정적인 단어에 “주로 좋지 않은 행위에 비하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였어요. 네이버 지식in에 찾아보니까 ‘친목질’이란 유저들과 채팅으로 상대와 친하다고 친한 척 하는 것을 뜻한다네요.

어제 수업하다가 황당한 소리를 들었답니다.

숙제라곤 1도 안 해오고 매번 늦게 오는 현민이는 희한하게도 시험은 잘 봐옵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잘 봐옵니다. 시험 대비할 때 매주 링제본에 뚱뚱하게 묶어줄 만큼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데 현민이는 그 문제의 5분의 1도 못 풉니다. 종이가 아까워 나무한테 미안할 정도로 숙제를 한 자도 안 해옵니다. 아예 숙제해야 한다는 개념이 박혀있지를 않아요. 수업시간에 하는 게 전부입니다.

시험 때가 돼도 천하태평입니다. 이렇게 공부만 시키는 한국이 싫어서 이 나라를 빨리 떠나야 한다, 꿈 많은 청소년기를 공부만 하라고 다그치는 어른들은 반성해야 된다는 등 나라를 성토하고 어른들을 비난합니다. 놀긴 해도 불안하니까 투정을 부리는 거겠지요.

보다 못해 제가 한소리를 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네가 엄청 공부하는 줄 알겠어. 모범생 코스프레 그만하고 숙제나 잘해와! 학원 시간이나 제대로 맞춰서 오시고!

시험이 가까이 올수록 어른들만 애가 타지요. 할 수없이 이틀 전에 불러서 교과서랑 프린트물 암기시키기고 같은 출판사로 공부하는 학교 기출문제를 30개 학교 정도 풀게 합니다.

교과서 본문 뒤의 학습활동은 안 보고 쓸 수 있도록 워드 쳐서 문제를 만들어 주고 평가 문제집 뒤에 있는 핵심정리는 마인드맵으로 꼼꼼히 점검하게 하구요.

이번에도 지난번 시험처럼 이틀 동안 꼭 붙들어놓고 못 가게 했습니다. 문제 풀고 암기시키고 정리하고, 문제 풀고 암기시키고 정리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지요. 시험이 아주 어려워서 늘 백점 맞던 아이들도 한 두 개 틀려왔는데 현민이가 두 개밖에 안 틀려왔어요.

이번 시험은 어떻게들 봤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현민이한테 전화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