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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25. 2019

칼럼을 활용한 베껴쓰기

브레인스토밍과 마인드맵을 활용한 글쓰기

    글쓰기 실력뿐만 아니라 배경지식을 넓히고 싶을 때 활용하는 것이 칼럼 베껴쓰기이다. 칼럼은 그 분야의 전문가나 학자들이 시간을 충분히 두고 쓰는 글이라 글의 밀도도 높다. 여기서 중요한 것을 배경지식을 넓히기 위해서는 칼럼 한 편을 10번 베껴 쓰는 것보다는 소재나 주제가 다른 칼럼들을 한 번씩 베껴쓰기 하는 것이 더 낫다. 이렇게 하면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을 분만 아니라 다양한 글감도 얻을 수 있다. 칼럼을 갖고 연습할 때는 우선 각 단락별 소주제문을 찾아서 밑줄을 긋는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베껴쓰기를 시작한다. 같은 칼럼을 여러 번 반복하여 읽는다. 베껴쓰기를 통해 글의 구조를 읽힌다. 글의 구조를 충분히 읽힌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나만의 글쓰기를 시작한다.

 

   읽고 난 칼럼을 갖고 글을 쓸 대의 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브레인스토밍은 말 그대로 뇌에 폭풍을 일으키듯이 수많은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때 질보다는 많은 양의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브레인스토밍 brain storming은 1939년 미국의 광고회사 BBDO의 부사장 '알렉스. F. 오즈본 Alex.F.Osborn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회의 기법'으로 제안한 것이다. '일정한 주제에 관하여 구성원에게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 발언을 하게 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50여 년 전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회사와 학생들의 발명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에 있는 거성중학교 발명. 과학반에서 처음 활용하여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두리 버니아 가이드-브레인 스토밍으로 창의적인 해법 찾기]

   

   그런데 브레인스토밍은 회의 기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발상이 필요한 모든 창조적 행위에 다 활용할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이 여러 명의 구성원이 있는 집단에서 활용됐듯이, 글쓰기 할 때도 그룹 브레인스토밍을 해볼 수 있다. 물론 글을 쓸 때는 철저히 혼자가 되므로 '솔로 브레인스토밍'을 이용할 수 있다. 솔로 브레인스토밍 할 때도, 그룹 브레인스토밍 할 때와 같다.


   일단 시간을 정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재빨리 종이에 적는다. 당연히 이때도 질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양을 쓸 수 있도록 한다. 아이디어 보물창고에 많은 자료들로 브레인스토밍이 끝났으면 마인드맵으로 분류를 한다. 분류를 하다 보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제거가 된다. 이렇게 분류한 것을 토대로 순서에 맞게 글의 뼈대를 잡고 나면 어렵지 않게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다.


   마인드맵은 상위 개념과 하위 개념으로 분류화하고 범주화하는 것을 말한다. 마인드맵을 활용해 글을 쓸 경우에도 다른 글쓰기를 할 때와 흐름은 같다. 먼저 쓰고자 하는 주제를 설정한다. 그 주제에 맞는 자료를 수집한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는 주제와 관련된 것, 출처가 분명한 것,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것 등을 추려서 모은다. 수집한 자료들을 주제에 맞게 구상한다. 구상한 다음에는 처음, 중간, 끝에 쓸 순서를 정한다. 그런 과정이 끝나면 바로 쓰기에 들어간다. 쓰고 나서는 퇴고에 들어가는 데 글이 좋고 나쁨은 바로 퇴고에 달려있다. 본격적인 글쓰기는 퇴고라 할 수 있다.  유명 작가들도 자신의 초고는 누더기라고 고백한다. 그만큼 퇴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Why Mind Mapping?-Focus mindmeister.com

   다음은 칼럼을 베껴쓰기를 한 후에 수업 시간에 쓴 채민이 의 글이다.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쓰기 위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칼럼 한 편을 고른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에 실린 서은국 교수의 칼럼  <소셜미디어 속 멋진 인생에 흔들리지 마라>를 선택했다.



   1) 곤히 자고 있는 당신의 이마에 누군가가 밤에 낙서를 해 놓았다고 하자. 붉은 펜으로 커다란 X자 표시슬 한 것이다. 이 테러를 최초로 목격하는 시점은 아침에 양치하며 거울을 볼 때다. 이때의 반사적 반응은? 당연히 손을 이마로 가져가 낙서를 지우지, 거울을 닦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 행위(이마 만지기)는 사실 고도의 사회적 지능을 갖춘 동물만이 보이는 수준 높은 반응이다. 실제로 이 예시는 심리학자들이 일명 붉은 점 테스트(red dot test)라고 부르는 실험의 요약본인데, 이때 거울이 아닌 자신의 신체로 주의를 돌리는 동물은 돌고래, 침팬지, 그리고 인간 정도다.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지각한다는  뜻이다.


   2)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인칭의 관점인데, 자신의 깊은 어딘가에서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일 지를 그려보는 3인칭의 관점을 채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행동, 옷차람이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를 상상한다. 사회적 동물에게 꼭 필요한 사고 능력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영다들도 이런 고차원적인 사회적 사고를 한다. 그래서 붉은 점 테스트에서 거울이 아니 자신의 이마로 손을 뻗는다.


   3) 타인의 평가를 외면하는 사회적 동물은 제대로 생존할 수 없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이 본능적 관심을 조금 누르고 다스릴 필요가 있다. 여러 소셜미디어 매체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접촉이 가능해진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셜미디어는 남들로부터 자신이 꽤 그럴듯한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그래서 이 공간의 작품들은 철저한 내부 검열을 거친 후 전시된다. 자신 있는 각도의 얼굴이나 멋진 여행지 사진은 검열에 통과하지만, 성현 전 얼굴이나 거실에 쌓여 있는 빨랫감 사진들은 걸린다. 그런데 이렇게 우아하게 편집된 '남들의 인생'을 계속 보게 되면 자신의 삶은 상대적으로 뭔가 시시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수 있다.

-중략-


  4)  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믿지만, 지나친 몰입은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는 늘 사회적 맥락에서 자신과 남을 비교하며 자신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로움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생활하는 연말보다 봄과 초여름에 더 많다는 연구도 있다. 마치 자신만 빼고 온 세상이 파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봄에 더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 사이버 세상에서 접하는 인생들 배부분이 미화된 작품인 것을 누구나 머리로는 안다. 그렇지만 타인에게 초미의 관심을 갖도록 설계된 우리의 마음은 정서적으로 위축되고 흔들릴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다 보면 자기 인생보다 소란스러운 바깥을 더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 한구석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귀한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 특별한 공간을 음미하는 것도 행복의 지혜다. 모든 것을 전시할 필요는 없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3/2017072302221.html



      먼저 내용을 소리 내어 읽게 한 다음 단락별 소주제문을 스스로 찾아서 쓰게 했다(8~10분). 그다음 교사와 함께 한 단락씩 읽으면서 채민이 가 찾은 소주제문이 맞는지 확인했다(15~20분).    


   

   -채민이 가 찾은 소주제문

   1) 붉은 점 테스트에 다르면 인간만이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보이는지 지각한다고 한다.

   2)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3)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본능적 관심을 거둘 필요가 있다.

   4) 소셜미디어의 지나친 몰입은 역효과가 있다.

   5)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음미하는 것이 행복이다.


   -선생님과 함께 찾은 소주제문

   1) 붉은 점 실험 결과 소수의 고등동물만이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보이는지 지각한다고 한다.

   2)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이해할 때 인간은 3인칭의 관점을 택하기도 한다.

   3) 소셜미디어가 만연한 사회에서 행복해지려면 타인에 대한 관심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4) 소셜미디어의 지나친 몰임은 타인과 비교하게 만들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5)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즐기는 것이 행복의 지혜이다.


   채민이는 두 번째 단락의 소주제문을 피상적으로만 찾아냈다. 단락의 핵심만 찾는 것보다는 그 내용을 축약해서 붉은 점 테스트의 실험 결과가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글쓴이는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3인칭의 관점을 채택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본능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단다. 이것은 남과 비교해 불행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행복하려면 SNS에 전시된 타인의 삶에 흔들리지 말라고 한다. 기웃거리는 것을 자제하라고, 더 나아가 자기만의 특별한 공간을 즐기라고 요구한다.


   소주제문을 다 찾았으면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한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채민이 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3분)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마인드맵으로 분류한 후 다음과 같이 글의 뼈대를 구성했다.  

<브레인스토밍 한 것을 마인드맵으로 뼈대 작성하기>


처음: 청소년의 관점에서 본 카페인 우울즐
중간: SNS의 삶을 자신과 비교하는 관점과 괴리감
       자신의 삶을 SNS에 올리는 사람의 관점
끝: SNS를 잠시 멈추고 내 삶을 바라보기



   모든 과정을 끝낸 후 채민이 가 쓴 글이다. 전체적으로 크게 첨삭할 것이 없었다. 다만 긴 문장을 몇 개의 단문으로 나누게 했고, 문장의 호응이 좋지 않은 몇 군데만 체크해 주었다. 베껴쓰기만 했을 뿐인데 1,700자 정도의 글을 무난히 써냈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 SNS는 잠시 미워두셔도 좋습니다.

                                            -00 고등학교 2학년 권 채민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의 알람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꽂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청소년들의 삶은 스마트 폰이 얼마나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카페인 우울증이란 SNS에서 타인의 행복한 일상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인 중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어보는 카페인 우울증은 스마트폰이 삶과 일체화된 청소년의 삶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SNS에는 아름답고 행복하도록 정제된 일상이 올라옵니다. 반대로 어질러진 방, 초췌해 보이는 얼굴 그리고 엉망진창인 하루는 절대 올라오지 않습니다. 이것을 간과한 청소년들은 SNS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SNS에서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합니다. SNS에 올라온 사람의 삶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SNS 속 사람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 현실과의 괴리감 그리고 열등감을 느낍니다.


   다들 한 번쯤 느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도 있습니다. 밤에 학원에서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스마트폰을 켜 인스타그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멋지게, 하나의 흠도 없이 보낸 듯한 친구의 게시물을 보며 한숨을 쉽니다. 나는 오늘 하루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과연 행복한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치게 됩니다. 결국은 우울감에 빠져 침대에 쓰러져 눕습니다.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청소년들 대부분이 SNS를 보다가 우울감에 젖어 잠이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점점 더 카페인 우울증에 빠져 들어갈 겁니다.


   이제 시점을 돌려봅니다. 당신이 팔로워 수가 많은 SNS의 주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SNS 상에서 당신이 꽤 그럴듯한 사람임을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하였을 겁니다. 처음에는 소소한 일상을 올리기 시작했을 겁니다. 팔로워 수가 조금씩 늘어가는 것에 대해 뿌듯해합니다. 그러나 당신을 팔로워가 늘어갈수록 더 그럴듯하게 멋져 보이는 것들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그리곤 그러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과소비도 서슴지 않겠지요. 팔로워가 적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멋진 게시물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 계속해서 자기 검열을 할 겁니다. "여긴 코가 이상해 여긴 다리가 일그러져 보여"하고 말입니다. 과도한 자기 검열 끝에 게시물을 올렸지만 행복하지는 않고 허탈감만 밀려옵니다. '과연 이게 진짜 내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201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오래 사용할수록 우울감을 쉽게 느끼고 자존감도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과도한 SNS의 몰입은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연구 사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는 자아성찰을 통해 SNS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자괴감에 빠졌으며, 남들보다 느리고 뒤떨어졌다는 생각에 괴로워했습니다. 이럴 때 SNS를 잠시 중단하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적어도 비교할 대상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삶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라"라는 알베르 까뮈의 당부가 유효한 까닭입니다.


   

제가 책을 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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