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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06. 2019

베껴쓰기는 나의 힘

베껴쓰기의 방법

      "글쓰기는 가르칠 수도 배울 수도 없다"라며 " 스승은 좋은 텍스트를 보여주는 것일 뿐, 학습을 통해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끌어올려 주는 것이다."라고 문창과 남정욱 교수는 말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베껴쓰기다. 베끼는 것은  표절이 아니다. 모방을 통해 새로운 창조를 하는 행위이다. 없는 얘기, 있는데 쉽게, 예화를 풍부하게 들어가는 방식이다. 표절이 도둑질 인데 반해 모방은 인용한 것을 밝히고 베끼는 것이다."


  소설과 조정래는 "소설을 베껴 쓰는 것은 백번 읽는 것보다 나은 일"이라며 베껴쓰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읽었던 글을 문장을 곱씹으며 필사하면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사는 느리게 읽기"라며 소설가 김영하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필사했던 경험을 말했다. 문단의 기승전결이 모두 똑같은 분량으로 된 수학적인 소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읽기만 했으면 지나쳤을 것을 베껴쓰기를 통해 심층적인 것까지 분석해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한 습작 훈련도 다른 작품을 베껴 쓰는 것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빌려 오기'를 뜻하는 <<바로잉>>에서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는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밝힌다. 모방이라는 훈련을 통해 새로운 것이 창조됨을 알 수 있다. 모방이 창조를 낳듯이 따라 쓰기를 하다 보면 결국 자기만의 글로 재창조된다. 짧은 시간 내에 글쓰기 실력이 늘게 된다.



글쓰기 실력은 대학입학뿐만 공부를 지속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으로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뉴욕타임스>

   베껴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안철수 전 국회의원과 함께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청춘 콘서트'를 개회한 바 있다. 박경철 원장은 <이규태 코너>를 필사한 경험을 얘기한다. "열 번 이상 반복해서 그대로 베껴 써야"하고 이렇게 반복해서 쓰다 보면 " 어느 순간 글쓴이의 문체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한다. 


   베껴쓰기의 대상으로 삼은 글을 고쳐보고 마지막에는 직접  쓰는 과정을 거치며 글쓰기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의 글이 잘 읽히는 것은 베껴쓰기로 무장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배경지식을 넓혀야 하는 학생인 경우에는 다르다. 칼럼 한 편을 열 번 베껴 쓰는 것보다는 다양한 칼럼을 옮겨 적는 것이 낫다. 베껴쓰기는 배경지식이 확장되는 것뿐만이 아니다. 베껴 쓰는 행위를 통해 글을 꼼꼼하게 읽게 된다. 제대로 정독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뜻을 새겨가며 자세히 읽는다"는 정독은 느리지만 정확하게 글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베껴쓰기를 하다 보면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또박또박 옮겨 적는 과정에서 온전히 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과 눈이 하나가 되어 정성스럽게 옮겨 적은 글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온전하게 몸에 배어서 자기 것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도 말한다. 3번 읽었을 때보다도 한 번 베껴쓰기 할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베껴쓰기를 하니 정확하게 이해가 됐단다. 앞으로 "어려운 '독서' 지문이 나올 때마다 한 번씩 베껴 써봐야겠어요." 한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겠다고 해서 깜작 놀랐다.


   베껴쓰기를 하다 보면 마라톤 할 때처럼 러너스 하이 상태가 된다. 30분 이상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든다는 '러너스 하이', '러닝 하이'를 경험하게 된다.  진통제 보다도 더 강한 몰입의 상태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베껴 쓰기 할 때도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다. 손으로 꾹꾹 눌러 베껴 쓰다 보면 몰입하게 되어 충만한 느낌이 든다.


   <<스몰 스텝>>을 쓴 박요철 작가는 "좋은 글이란 그 사람만의 독특한 생각과 통찰에서 나온다"라고 진술한다. 또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란한 문체를 구사하는 연습이 아니라 생각의 연습"이라고 강조한다.

   좋은 글, 만족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명문장을 따라 쓰는 것이다. 매일매일 베껴쓰기를 통해서 생각을 연습할 수 있다. 결국 반복하는 실천을 통해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이 담긴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생각부터 먼저!



   베껴쓰기의 최선은 손으로 한 자 한 자 쓰는 것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인 손글씨는 편집을 할 수가 없다. 검색할 때도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이에 비해 컴퓨터로 베껴쓰기 를 할 경우에는 검색이 쉬어진다. 편집 또한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편리하다.


   베껴쓰기를 할 때는 문장단위로 하는 것이 좋다.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의 단위"위가 문장이기 때문이다. 베껴쓰기 할 글을 선정했으면 우선 꼼꼼하게 읽는다. 한 번에 내용 파악이 안 되면 다시 한번 읽는 것이 필요하다.

읽은 다음에는 글쓴이가 어떻게 글을 펼쳐내는지 염두에 두면서 옮겨 적는다. 내용 자체에 집중하면서 베껴쓰기를 한다.


  처음 베껴쓰기를 할 때는 사설이나 짧은 칼럼을 하는 것이 좋다. 사설이나 칼럼은 글 전체를 베껴쓰기 한다. 호흡이 긴 책은 부분 부분 베껴쓰기를 한다.  <<필사 문장력 특강>>을 쓴 김민영 작가는 "필사 분량은 다섯 줄 정도가 적당하다'라고 한다. 책 한 권이 전부 훌륭한 문장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우선 명문장을 구사하는 작가의 작품을 선별한다. 작품 속의 좋은 문장을 뽑아 다섯 줄 정도 베껴 쓰면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두툼 한 소설책인 경우에는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베껴쓰기를 하면 된다. 누구든지 글쓰기를 처음 할 때는 다 어려워한다. 도입 부분만 베껴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체를 베껴쓰기 할 칼럼은 중앙일보-분수대, 한겨레-유레카, 경향-여적, 조선-만물상 등에 실린 글들을 베껴쓰기 하면 좋다.    



    베껴쓰기를 통해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생활철학을 주로 다루는 탁석산 작가는 글쓰기를 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로 구분했다.  문학적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한 반면 실용적 글쓰기는 그렇지 않단다. 그는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에서 실용적 글쓰기는 매뉴얼이 있어 누구든지 노력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독서와 글쓰기의 마중물인 베껴쓰기로 수행평가는 물론 논술 대비도 가능하다.


   일찍이 플라톤은 "탁월성은 지속성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세상의 탁월한 모든 것은 바로 꾸준함을 바탕으로 한다. 일주일에 2회 칼럼 한 편식을 뽑아 베껴쓰기를 해보자. 6 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50편의 칼럼을 분석하고 50편의 자기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언젠가는 반드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키워줄 수 있다.




제가 책을 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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