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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09. 2019

베껴쓰기로 글쓰기의 불안감을 이기자

베껴쓰기로 하는 한 단락 글쓰기

   글을 쓴다고만 하면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글쓰기 안 하면 안 돼요? 다음 시간에는 꼭 쓸게요. 오늘만 제발 쓰지 말아요. 아까 다 토론하면서 정리했는데 왜 또 글 쓰라고 해요. 제발요." 매번 레퍼토리가 바뀌지 않는다. 아니 해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토론 위주의 학원을 다녔던 아이들은 거기는 토론만 했는데, 여기는 왜 글을 꼭 쓰라고 하냐며 불평을 한다. 아이들이 그냥 하는 소리지, 토론 위주의 학원들도 다 글쓰기로 마무리를 한다. 왜 아니겠는가. 토론하며 생각을 주고받았으면 당연히 글로 정리해야 하는 것이 수순인 것을. 책을 읽은 다음에, 아니면 쟁점이 되는 어떤 사안을 갖고 의견을 나눴든 간에 글로 마무리를 해야 완결되는 것이다.

   

구글 이미지 캡쳐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처음에 하는 것이 한 단락  쓰기이다.

알다시피 글의 최소 단위는 단어다. 단어는 뜻을 나타내는 데, 이들이 모여 문장을 이룬다. 문장은 단어들이 모여서 단편적인 생각을 표현한다. 같은 생각끼리 모아 놓은 문장들, 이를테면 생각의 덩어리를 문단 또는 단락이라고 한다. 단락은 하나의 중심 생각을 나타내는 덩어리로서 글에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짤막한 단위를 말한다. 


   글쓴이의 중심 생각인 주제와 구분해 각 단락마다의 중심 생각을 소주제라고 한다. 이것을 문장으로 썼을 때 소주제문이라고 한다. 글은 글쓴이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글을 쓸 때는 단락이 가장 중요하다. 각 단락들은 하나의 중심 생각을 담고 있어야 한다. 단락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글쓴이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또한 각 단락들은 글의 주제를 향해 있어야 한다.


   

문단: 학습백과zum(study.zum.com)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락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문장을 강화해야 한다. 문장을 쓸 때는 주어와 서술어가 한 번만으로 이루어진 단문으로 써야 한다. 이렇게 단문을 쓰는 이유는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글이 간결해질 수밖에 없다. 의미를 알 수 있게 쓰게 되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게다가 단문을 쓰다 보면 비문을 방지할 수 있다. 뜻하지 않게 문장이 길어져 비문이 됐을 하는 방법이 있다. 각 문장마다 주어를 넣어보면 비문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단문으로 문장 쓰기가 끝났으면 생각이 같은 문장들을 모아서 단락을 구분한다. 단락은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으로 이뤄진다. 한 문단은 하나의 중심 생각만 담아야 한다. 중심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소주제를 구체화시키거나 논증하거나 예를 드는 방법이 있다.




구체화: 말이나 사물의 뜻을 밝히는 '정의',  둘 사이의 공통점을 쓰는 '비교', 차이점을 기록하는 '대조',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덧붙이는 '부연', 종류에 따라 나누는 '분류',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누는 '분석', "사건에 관해 시간의 흐름, 공간의 변화에 따라 서술"하는 '서사',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려내듯 서술"하는 '묘사'의 방법 등으로 설명한다.


논증: 원인이나 이유, 근거를 들어 펼친다


예시: 적절한 예를 들어 쓴다.   



 

  쓰는 방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단락 나누기이다. 단락은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구분을 한다. 다루고 있는 소주제가 바뀌기 때문이다. 시간의 변화가 있을 때, 공간의 변화가 있을 때, 소재나 서술 대상의 변화가 있을 때, 입장이나 태도의 변화가 있을 때를 기준으로 해서 단락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업을 진행할 때 이렇게 이론을 설명하면 학생들이 지루해한다. 좋은 글을 자료로 주어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 예시 글을 선택할 때도 아이들이 재미있어야 할 내용으로 선정을 한다. 물론 의미도 있는 글을 고른다.


   다음은 베껴쓰기로 활용했던 글이다. 칼럼의 일부를 가져와서 한 단락 쓰기 훈련을 했다. 정성을 들여 한 문장 한 문장 베껴 쓰기를 하며 단락의 원리를 익히게 했다.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의 영어 인터뷰를 보여준 다음 자료를 건넸다. 외국인과 의사소통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보며 여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에 비해 남학생들은 탄식을 했다. 쟤네들은 노래도 잘하는데 영어도 잘한다며. 도대체 못하는 게 뭐냐며, 쟤네들이 흙수저 출신인 게 맞냐며 술렁거렸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쳐

 -중략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영어 실력이 화제다. 유학 경험도 없는데 미국 토크쇼에 나와 당당히 인터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니 '북유럽 스타일'로 영어를 배웠다고 한다. 한 멤버가 방송에 나와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처음엔 한국어 자막, 두 번째는 영어 자막, 세 번째는 자막 없이 시청하면서 공부했다"라고 했다 기획사에서 스파르타식 영어 학습을 시킨 결과라 하더라도 그게 바른 방향이다.


-후략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9/20171129035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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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껴쓰기에 앞서 베껴쓰기 할 문단을 3번씩 소리 내어 읽는다.

2. 베껴 쓰기 할 문단의 글을 분석한다.  문단의 중심 문장은 첫 문장인 '방탄소년단의 영어 실력이 화제다'이다. 영어 실력에 대한 이유를 들고 예를 들어서 뒷받침 문장을 구성하고 있다. 인상적인 이유와 영어 실력을 기르기 위해 해 왔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부한 경험을 예를 들어 말함으로써 소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영어 실력은 TV 시청을 통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3. 문단 하나만 3번씩 베껴 쓰기를 한다. 신문사에 입사해서는 사설이나 칼럼으로 글쓰기 훈련을 한단다. 같은 글을 20번 이상 반복해서 쓴다고 한다. 신문사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학생들은 질려한다. 처음에는 한 단락씩 3번 쓰다가 그다음에는 횟수를 줄여서 한다.

4. 실전 글쓰기에 들어간다. '방탄소년단의 영어 실력'이란 주제로 한 단락 쓰기를 했다.

문단 하나 분석하는 데 1~2분이 소요됐다. 그 단락을 3 번 읽는 데는 2분이 걸렸다. 이렇게 한 다음에는 안 보고 한 단락 쓰기  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놓았다. 베껴 쓰기 할 때도 문장의 구조를 익힌다는 마음으로 하게 했다. 3번 베껴쓰기를 하는 데 7~10분 정도 썼다. 마지막 과정인 한 단락 쓰는 데는 9~10분이 걸렸다. 베껴쓰기로 단락의 전개과정을 익힌 다음 글을 쓰게 하니 힘 안 들이고 한 단락을 써냈다.



방탄소년단의 영어 실력

                              최 000

   아이돌 스타 '방탄소년단'의 영어 실력이 화제다. 영어를 10년 20년 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방탄소년단은 고작 몇 달만에 영어를 마스터하다시피 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

방탄소년단 멤버 한 명이 방송에서 영어 공부 비법을 말했다. 바로 북유럽 스타일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 중에 분명 영어 때문에 고민인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예문을 외우며 공부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아이들은 북유럽 스타일로 가르쳐야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단락 쓰기를 익히고 쓴 글이다. 방탄소년단이 몇 달 만에 영어를 마스터했다는 글이 아무 데도 없는데 과장해서 글을 썼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북유럽 스타일로 공부하는 건지 그것에 대한 설명도 빠졌다. 글은 과장되게 쓰는 것이 아니라 진솔하게 쓰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새로운 용어나 방법 등이 나오면 그것에 대해 상세하게 풀어써야 한다는 것도. 읽는 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써 나타내라고 했다.

   다음은 첨삭한 후 다시 고쳐쓰기 한 글이다.



   첨삭 후 고쳐쓰기 한 글:


   아이돌 스타 '방탄 소년단'의 영어 실력이 화제다. 방탄소년단 멤버 한 명이 방송에서 공부 비법을 말했다. 북유럽 스타일처럼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보며 공부했단다. 우리는 영어를 10년 20년 넘게 공부를 해도 잘 못한다. 심지어 외국인이 길을 물어볼까 봐 슬금슬금 피한다. 지금처럼 책으로 예문을 외우며 공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TV 시청을 통해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해야 한다.




   유영한 작가도 말했단다. 좋은 글이란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조셉 퓰리쳐의 글을 참고하라고 나눠졌다. 항상 글을 쓸 때는 간결하게 쓰라고 말하며 수업을 정리했다.


짧게 써라, 그러면 즐겨 읽으리라.
쉽게 쓰라, 그러면 이해하리라.
그리듯이 쓰라, 그러면 기억하리라.






제가 책을 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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