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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12. 2019

비장의 무기, 국어력

베껴쓰기로 하는 글쓰기 습관

   늦은 오후 학부모 상담 전화가 왔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싫어하더니 이제는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했다. 더욱 황당한 일은 수학 과외선생님이 얘는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아예 문제 자체를 읽어내지를 못해요 하더란다.  "국어학원 먼저 보내세요. 국어력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에요." 했단다. 이것만이 아니다. 다른 암기과목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 성적이 엉망이란다. 놀라운 것은 현장에 있는 수학 교사들이 먼저, 국어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리력은 뛰어나도, 읽어 내는 힘이 없어 수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란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국어력'은 평생에 걸쳐서 갖춰야 할 비장의 무기다. 이것은 학교 다닐 때부터 당장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 읽기를 기초로 한 말하기와 쓰기는 대학 입시나 면접, 사회생활을 할 때도 무한한 힘을 발휘한다. 긴 글을 단번에 이해하는 능력, '국어력'이 힘이다.


   이제는 영어보다 국어인 시대가 왔다.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 평가가 되고 나서 더욱 입시에서 국어가 중요해졌다.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국어 능력이 우선이다. 잘 읽어내야 글도 잘 쓸 수 있다.

블로그로 유명세를 타고, 그 여파로 책까지 낸다. 무명이었던 사람이 한 권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세상이다. 시쳇말로 글 잘 쓰는 사람이 뜰 정도로 글쓰기 능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아예 특별한 비법이 있는 줄 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자인 스티븐 킹은 말한다.



  하루에 4~6시간 읽거나 쓰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도 매일매일 A4 용지로 3쪽씩 쓴다고 하지 않는가. 전문작가들도 이렇듯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복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그저 많이 써 보는 수밖에. 스타십 투르퍼스Starship Troopers의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은 말한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마쳐야 한다"라고. 기자 출신의 백승권 작가도 무조건 쓰라고 얘기한다.

시간을 정해 1분당 한 문장씩. 한 시간이면 60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생각나는 대로 마구마구 쓰라고 한다.


   물론 마구 쓰다 보면 써지기는 할 것이다. 꾸역꾸역 힘들게 하다 보면 쓰게는 되니까. 하지만 쥐어짜지 않아도, 조금이나마 쉬운 길은 있다. 바로 베껴쓰기다. 베껴쓰기야말로 글쓰기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반복적으로 베껴 쓰는 일이 중요하다.

수적석천(水適石穿)-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

  

   반복은 얼핏 보기에 단순하다. 같은 일을 되풀이 하기에 지루해서 그만하게 된다. 꾸준히 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반복하는 행동을 하다 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때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처음부터 긴 글은 피하는 것이 좋다. 따분하고 싫증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짧은 글 베껴쓰기로 시작한다. 하루 이틀 일주일, 이렇게 작은 반복이라도 완성하는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긴 글쓰기로 도전할 수 있다.


   작은 반복이라도 지속적으로 하려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자신감은 당연히 생긴다. 작은 성공을 자주자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성공 경험의 빈도가 많을수록 자기 효능감이 높아져 자신감은 더욱 커진다. 강도보다도 빈도다. 그래서 습관의 힘을 간파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어떤 한순간의 노력으로 특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에 의하여 규정된다. 그러므로 위대한 것은 습관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베껴쓰기를 습관화하면 글쓰기는 저절로 향상될 것이다.

  다음은 짧은 글 베껴쓰기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국어력이 없어서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학생에게 호흡이 길지 않은 아주 짧은 글로 시작하였다. 



  

   유명한 사상가인 에머슨은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가 먼저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영국의 역사가인 카알라일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약속된 장소에서 1시간 동안 대화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예정된 시간이 지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하고 정중하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카알라일의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 '침묵은 말보다 더 큰 웅변이다.' 이 말은 요란한 수다쟁이보다 묵묵히 있는 사람의 말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는 뜻인데, 에머슨은 카알라일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표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카알라일 역시 자기의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좋은 친구라 여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처음 만났지만 서로의 마음을 깊이 알게 되었다.


                                    -<<명언도 알고 위인도 알고: 재미있는 서양 명언 68가지>>(김애심 저/우진)



 

출처:   mangastorytelling.tistory.com

   두 개의 단락으로 된 글을 주며, 맨 처음 한 일은 소리 내어 읽기였다. 요즘 아이들은 시를 암송하거나, 공부하다 잘 안 외워질 때를 빼놓고는 소리 내어 읽기를 거의 안 하고 있다.

소리 내어 읽기의 장점에 대해 김무곤 교수는 <<종이책 읽기를 권함>>에서


   우선 책의 내용을 빠짐 없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목소리가 귀에 들리면서 지은이 특유의 문장의 호흡과 리듬을 파악할 수 있어 즐겁다. 시나 잡은 글이라면 어느새 외워지기도 한다. 또 "옛날 사람들이 경전과 고전을 줄줄 외운 비결이 낭독에 에 있다"라고 말한다.                                                                                                                                                 


   대부분 소리 내어 읽으라고 하면 목 아파서 싫다고, 왜 그렇게 읽어야 하냐고 반문을 한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김무곤 교수의 책을 들이밀었다.


   3번 소리 내어 읽게 한 다음 또박또박 베껴 쓰게 했다. 글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한 다음 제목을 붙여보게 했다. 제목은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는 거라 제목 달기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다음 에머슨과 카알라일은 1시간 동안 말 한마디도 안 했으면서도 왜 "매우 즐거운 시간"었다고 했을까로 생각을 나눴다. 쓸데없는 대화보다는 차라리 침묵이 낫다는 얘기도 했다. 굳이 말을 안 해도 서로 통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말수가 적은 학생이었는데도, 자기가 격은 얘기를 하면서 달변가로 변해있었다. 이 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베껴쓰기로  하는 짧은 글쓰기   완성 과정

   

   짧은 글이어서 이해도 쉬웠지만 베껴쓰기를 통해 글을 제대로 숙지했다. 어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펼쳐냈다.




학생글


   제목으로 카알라일과 에머슨의 우정으로 했다. 왜냐하면 에머슨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알아서 카알라일에게 먼저 다가갔기 때문이다.

   그 둘은 만나서 1시간 동안 침묵만 하고 헤어졌다. 한 마디의 말도 안 했지만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둘을 보면서 침묵은 대화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화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침묵하고 있는 사람의 속마음이다.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고, 진심으로 이해하는 깊은 우정이 아니었다면 침묵으로 대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에머슨의 명언 중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자기가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내성적인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제가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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