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blog.naver.com/dongsan2013/222306895144
서울낙타
이영식
영등포 전통시장
골목 멀리 중늙은이 하나 걸어온다
가까이 보니 한 마리 낙타였다
바랑 하나 종교처럼 허리에 걸치고
해진 무릎으로 옮겨놓는 발걸음
풍진에 닳은 뒷굽이 뼈를 먹어치우고 있다
어젯밤 고비 먼 별을 헤다 잠들었을까
모래 위 몇 자 적힌 새 점괘처럼
눈가에 개밥바라기의 쓸쓸함이 서려있다
돼자갈비 집 앞 식탐의 연기 속을
느릿느릿 스쳐 지나가는 낙타
뒷짐 진 채 멀어지는 육봉의 그림자가
왜 그리 깊고 웅숭깊어 보이던지
오늘 하루 몇 번 몸 움츠렸다 펴며
세상의 바늘귀 지나온, 나를
저 낙타는 어떤 하등동물쯤으로 보지는 않았을까
바지주머지 깊이 손을 찔러 본다
쉿! 비루먹은 꼬리가 만져진다
―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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