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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가마우지
이영식
이보소, 내 술 한 잔 받으시게. 너의 긴 목에 질끈 묶였던 끈은 이제 모두 풀렸네. 여기 물고기 안주도 몇 마리 놓았으니 오늘은 마음껏 드시게나.
가마우지여, 저기 벼랑 아래 계림 이강漓江의 푸른 물이 보이는가. 이 산 기슭은 새의 몸을 입고 태어난 너의 고향. 어쩌다 내 궁벽한 손에 잡혀와 낚시꾼이 된 뒤, 길고 끝이 구부러진 네 부리는 많은 물고기를 물어 올렸지.
입에 물린 너의 먹이는 긴 목 끝에 묶인 끈에 걸려 다시 토해지고 내 가난한 집에 거두어들여 큰 살림이 되었네. 덕분에 밭을 갈지 않아도 밥을 얻고 알토란같은 자식도 여럿 두었지.
이보시게, 이제는 늙고 병들어 물고기를 넘길 힘조차 없으신가. 가마우지 낚시*로 자맥질 하던 목숨 내려놓으려는가. 내가 품에 안아줄 테니 힘내어 입 한번 벌려보소.
오늘 이승의 마지막 자리, 내 보은의 술이라도 한 잔 받고 가시게. 이 잔마저 건네지 못한 채 너를 보내고 나면 두고두고 내 목에 가시가 걸려 있을 것 같네.
내 이마에 패인 깊은 주름살과 손등에 널린 검버섯을 보게나. 어느새 나의 해도 서산노을 끝자락에 걸려 있다네. 부디 다음 생에서는 그대가 계림의 주인으로 오시게.
나는 너의 가마우지가 되어 이강의 물고기를 낚아 올리겠네. 내 오랜 벗이여, 부디 잘 가시게 ―
* 가마우지의 긴 목 아래쪽에 줄을 묶어 잡은 물고기를 다시 토해내게 하여 취하는 낚시 방법.
―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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