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뿌리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Pixabay





슬픈 뿌리


이영식




선잠 깨어 김수영을 펼쳐 읽는 새벽녘

헐렁한 사각팬티 아래로 배주룩이 얼굴 내밀어 시의 행간 따라오고 있는 그, 뉘시던고?


거대한 뿌리*는 커녕

천둥벌거숭이로 불끈거리던 날들 지나고

파락호 삿갓 눌러쓴 채 볼품없이 주름 물결치는

송이버섯 한 송이


길섶에 내놔 봐야 아무도 주워 갈 것 같지 않은 한물간 물건, 멀뚱히 내려다보다가 혼자 눅눅해지는 등 굽은 소나무여


그대, 또한 어느 별에서 오셨는고?



*김수영의 시집명.



―이영식 시집, 『휴』중에서

이영식 선생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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