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이 너무 애달파서 암송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다사로운 햇빛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는 데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중략)
장대비가 가슴을 치는 것처럼 지금 아주 슬프다.
전화 한 통 때문이다.
수능 끝난 시각이 되자 시험을 잘 봤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아이들한테 전화하고 싶은 걸 꾹 참고 기다리고 있었다. 토요일 경희대랑 일요일 서강대 논술 준비하는 형원이한테 전화가 왔다.
형원이랑 수능 보기 전에 미리 약속을 했었던 터러 냉큼 받았다. 수능 끝난 날 컨디션이 좋으면 바로 와서 논술 대비를 하되 무리는 하지 말자고. 전화해보고 싶은 걸 꾹 참고 있었는데 형원이가 연락을 해온 것이다.
시험은?
묻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니임~~ 저, 최저 못 맞출 것 같아요.
최저를?
네. 국어가 너무 어려웠어요.
국어 쉬웠다고 매스컴에서 그러던데?
아니요. 너무 어려웠어요. 10개나 틀렸어요.
아니, 열 개씩이나?
그러자 어어엉~ 하면서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 이번 토요일에 보는 경희대만 시험보러 갈 수 있어요.
출처: Pixabay
경희대의 논술 우수자 전형은 논술 70%, 교과 비교과 30%라 그것만 가능하게 된 모양이다.
형원이가 한참을 울었다.
국어 성적이 잘 나와서 최저를 못 맞추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자주 1등급을 맞아오고 그동안 평균적으로 1등급 점수에서 1~2점 모자라는 성적을 받아왔었다. 최저 맞추는 데는 문제가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 제일 잘한다는 그 국어를 망쳐왔다.
형원이는 논술 대비를 하기 위해 온 친구였다.
우리 학원에서 국어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은 다 1등급을 받아 왔던 터라 국어도 가르칠 걸 후회가 됐다.
나도 울음을 애써 참으며 힘겹게 한 마디 한마디 말을 이었다. 울고 있는 형원이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형원아, 네가 열심힌 한 거 내가 알아. 너 자신도 알고.
내일 나랑 같이 아침부터 밤까지 경희대 논술 준비하자.
너는 독해도 잘하고, 논술도 잘 써내니까 해볼 만 해. 암, 해볼 만하고말고.
일찍 와서 점심도 맛있는 것 먹고 힘내서 잘해보자.
형원아, 절대 절망하지 말고 우리 최선을 다하자.
네. 아침에 가도록 할게요.
형원이의 슬픔이 절절이 전해와서 전화를 길게 할 수가 없었다. 콧물 훌쩍이는 소리가 형원이한테 들릴까 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울음이 뭉텅뭉텅 덩어리로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형원이의 울음소리가 불도장이 되어 목울대를 뜨겁게 했다. 슬픔이 내 마음을 축축하게 휘저어 가슴속에 고였다. 슬픔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러웠다. 일 년을 그렇게 열심히 한 형원이에게 내려진 결과가 너무 가혹해, 함께 울었다. 마음 한켠이 아리고 아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