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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an 02. 2022

90년 전에 쓰인 책이라니

버트란트 러셀은 천재임이 분명하다.

천재’란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선천적’이란 단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지. 심리적으로 계급을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천채'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힘이 크다.    



버트란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 을 읽으며 화들짝 놀랐다. 이 책이 정녕코 1930년에 쓰인 책이란 말인가!. 90여 년 전의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이랑 비슷한 것이 많아서 감탄을 하며 읽었다. 천재란 백 년을 내다보는 사람인 것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살아서 독자들과 호흡하는 인간임을 뜻했다.     


  

수포자들이 들으면 화날 이야기도 있다. 

“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고 영어를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학만큼 애증이 서려 있는 과목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러셀은 달랐다. 사춘기 때 삶을 증오해 자살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살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어이없게도, 들으면 화가 날 정도로 얄미웠다.      


“수학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자살 충동을 억제할 수 있었다”
라는 고백을 들으며 분명 우리와는 종種이 다른 인간임에 틀림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증오했던 사람이 행복을 정복하게 된 비결도 수학을 좋아한 사람답게 아주 명쾌하다.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떤 것들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이 명확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욕심 따위는 단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데 있다.

- 『행복의 정복』, 17-18쪽     


러셀은 “자신과 지신의 결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법”을 배워 나감으로써 즐겁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3. <경쟁의 철학에 오염된 세상>도 눈여겨 읽을만하다. 

요즘 아이들은 몇몇을 빼놓고는 이성과 사귀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누군가 커플이 된 것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막상 사귀는 것에는 주춤한다.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가도 아주 짧게 끝나버리고 만다.      

발레리나처럼 목도 길고 팔다리가 긴 민영이에게 어느 날 물었다.   

  


민영아, 넌 남친 없어?     


없어요?


없어? 너처럼 멋진 아이에게 남친이 없다구?


없어요.


아이쿠, 이 바닥에는 너를 받아줄 남자가 없네, 읍써......     


갑자기 민영이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시간 아깝게 뭐 하러 남친을 만들어요. 공부하기도 바쁜데. 이러다가 경쟁에서 미끄러져 대학도 못 가면 어떻게요. 나중에 취직도 못하고. 한 번 실패하면 올라탈 수가 없어요.    

  

아니, 외롭다고 하지 않았어. 인스타에 “커플된 지 5일차” 라고 올린 너네 반 아이 소식 전하며 부럽다고 한 것 같은데?     


그냥 해본 소리예요.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남친을 사귀어요?     




출처: Pixabay




중3 여학생 입에서 취직에, 실패란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 심지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남친을 사귀냐"는 말도 했다. 경쟁에서 밀려나면 세상 모든 것을 잃는 것처럼 반응을 했다.  

    

백 년 가까이 전의 러셀은 사람들의 경쟁과 관련된 심리도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알았다. 

“사람들은 경쟁을 하면서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라며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는 것도 사실은 ‘성공을 위한 경쟁’ 임을 간파했다.  

1930년대 아빠들의 삶도 요즘 아빠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평일은 사무실에서 보내고, 일요일은 골프장에서 지낸다. 그는 아내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아침에 아내 곁을 떠날 때 그의 아내는 자고 있다. 저녁 시간 내내 그와 아내는 사교상의 의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대화는 나누지도 못한다.

 -『행복의 정복』, 53쪽     



설사 맘먹고 여행을 떠났다 하더라도 가장에게는 그 여행길이 그저 따분하고 지칠 뿐이다. 그런 그를 아내와 아이들은 속물이라고 단정하기에 급급하다. 집안의 가장인 그가, “자신들의 탐욕을 위한 희생양”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처음 『행복의 정복』을 읽을 때는 제목 자체에 의구심이 들었다.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잔잔하고 평온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이기에 싸워서 얻어지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러셀이 이것을 ‘쟁취’와 같은 용어로 쓴 것 자체가 의아했다. 


         

 생활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한 가지 관심 분야에서 좌절을 겪더라도, 인생과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사 하나하나를 협소하지 않게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쳐도 그 불행을 극복해낼 수 있다.

-중략-     

죽음은 불시에 찾아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쓰러뜨릴 수 있으며,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대상들은 죽음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인생의 폭을 협소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인생의 폭이 협소할수록, 우연한 사건이 우리 인생의 모든 의미와 목적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다.

- 『행복의 정복』, 46쪽      




 이 부분을 읽으며, 의문이 들었던 것을 해소할 수 있었다. 러셀이 생각하기에는 행복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행복이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행복의 정복”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이해했다.

관심 분야가 좁으면 불행이 왔을 때 그 속에 함몰되기 쉽다. 인생의 폭이 좁으면 좁을수록 불운이라는 우연한 사건에 휘둘리기가 쉬운 것 또한 자명한 이치이다.       



똑똑하고 지혜롭기까지 한 버트란트 러셀은 명예는 물론 만수무강하며 잘 살았다.  

미국의 철학자 시드니 훅이 “5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지칭한 러셀은 98세까지 장수할 정도로 천복을 누렸다. 행복을 정복한 사람만에게만 주어진 열매였다. 




출처: Pixabay





  책 속에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어 소개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막을 수 있는 불행을 감수하지도 않겠지만 피할 수 없는 불행을 만나도 결코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며 피할 수 있는 불행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시간이나 노력이 보다 중요한 목적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 불행을 감수할 것이다.        -55쪽



  자극이 지나치게 많은 삶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태에서 사람들은 환희에 가까운 감격이야말로 즐거움의 필수 요소라고 여기기 때문에 끊임없이 감격을 느끼기 위해서 점점 더 강력한 자극을 찾을 수박에 없다. -68쪽     



  일정한 양의 자극은 건강에도 이롭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문제는 그 양에 있다. 자극이 너무 적으면 병적인 갈망을 자아내고 너무 많으면 심신을 황폐하게 한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69쪽     



  지루함 자체가 유익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지루함을 참아내지 않고서는 유익한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중략)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는 소인배들의 세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느린 변화와 섭리와는 지나치게 멀어진 세대, 모든 생명력이 마치 꽃병에 꽂힌 꽃처럼 서서히 시들어가는 세대가 될 것이다. -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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