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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Dec 26. 2021

여기 그냥 있으면 안 돼요?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왠지 좀 일하기가 그렇다. 

왠지 일 대신 다른 것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무튼 일하기도 그렇다고 놀기도 애매했다. 눈치만 보고 있던 차였다. 놀려고 해도 이브인 금요일에는 3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이 꽉 차있어서 조정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때마침 아이들이 그날 가족 행사가 잡혀 있다고 다른 날 하면 안 되냐고 해서 마침 잘 됐다 싶었다. 그 팀은 다른 날로 하기로 조정을 하고 예비 고3인 정수에게 전화를 했다.     


출처: Pixabay


이젠 진짜 고3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수업하기 괜찮으니? 가족행사는 없니?    

 

가족끼리 어디 가거나 하는 건 없어요. 근데, 이브에 하는 건 쫌, 그래요.     


그래. 방학하면 진짜 강도 높게 해야 해서 미리 쉬어줄 필요가 있긴 해. 

쌤은 수업해도 괜찮은데, 너는?     


저야 쉬면 좋지요. 대신 제가 숙제를 다음 것까지 미리, 아주 많이 해올게요.  

   

아유, 이 녀석은 뭐를 해도 성공하겠다 싶었나. 상대의 마음을 먼저 간파하고 상대의 욕구까지 파악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는 만사형통으로 잘 됐다. 문제는 3시 타임의 혜성이었다. 혹시 변동이 있을까 싶어 내심 기다렸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3시가 되니 혜성이가 정확하게 딱 맞춰 들어왔다. 숙제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해왔다. 수업을 매끄럽게 진행하고 마인드맵으로 개요 짜서 독후감까지 썼다. 수업이 끝났는데도, 일어서지를 않았다. 나도 가족과 모임이 있어서 얼른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가방을 싸지 않고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혜성! 뭐하셔. 얼른 짐 싸야지?     


저, 여기 그냥 있으면 안 돼요?     


여기? 학원에 남겠다고? 아이구, 학원에 남겠다는 친구는 처음이네. 역쉬, 공부 잘하는 사람은 다르네. 다음 주 숙제 미리하고 가려는 거구나?     


혜성이의 대답이 의외였다.      


집에 아무도 없어요. 그냥 여기 있고 싶어요.     


아이구, 어쩌지. 나도 가족 모임이 있어서 얼른 나가야 되는데?     


아, 집에 가도 아무도 없는데 ……

심심하단 말이에요.     


아마도 혜성 부모님께서 두 분 다 모임에 가신 듯했다. 크리스마스에다 연말이다 보니 아이는 두고 부모만 가야 하는 상황이었나 보다. 혜성이는 계속 심심하다고 했다.  

    


“일상이 심심하지 뭘 그래. 혜성아 날이면 날마다 삶이 버라이어티 하겠어.
일상의 지루함을 잘 견뎌내야지”라며 뒷정리하고 같이 나왔다. 

     

버트란트 러셀은 1930년도에 『행복의 정복』에서 이미 ‘권태’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한 바 있다. 「인생의 끝, 권태」를 인간 행위의 중요한 요인임은 인간의 역사에서 중요한 원동력의 하나였을 지목한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이런 점에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영화구경이나 맛있는 음식 같은 수동적인 오락거리를 너무 많이 제공하고 있다. 부모들은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아이는 주로 자신의 노력과 창조력에 의지해서 스스로 환경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영화 구경처럼 재미는 있지만 육체적인 활동이 전혀 수반되자 않는 오락거리를 어린아이들에게 자주 제공해서는 안 된다.

- 『행복의 정복』, 71쪽     



러셀은 오락거리처럼 외부적인 자극은 약물 같은 성질을 갖고 있기에 점점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육체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자극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어린아이에게 지나치게 잦은 여행과 지나치게 다양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 또한 좋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어린 식물이 같은 토양에 계속 가만히 놔둘 때만이 가장 잘 자란다고 봤다. 러셀이 보기에 아이들도 어린 식물과 같은 어린 존재이기에 여행과 같은 빈번한 공간 이동이나 이벤트 벌이는 것을 경계했다.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견뎌야 하는 '권태로움'이 있다. 견뎌내는 시간이 없으면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성마른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출처: Pixabay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는 소인배들의 세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느린 변화의 섭리와는 지나치게 멀어진 세대, 모든 생명력이 마치 꽃병에 꽂힌 꽃처럼 서서히 시들어가는 세대가 될 것이다.  

- 『행복의 정복』, 72쪽      

  


혜성이처럼 요즘의 중학생 친구들은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한다. 

남학생들은 PC 방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거기 가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 아이들은 다른 방도를 취한다.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로 게임을 시청한다. 여학생들은 40분씩 쓸 수 있는 무료 줌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수다를 떤다. 40분 끝나면 작전 타임처럼 다른 아이 줌으로 또 초대해  줌 안에서 놀고 있다. 아이들이 문명의 새로운 도구를 잘도 활용하고 있다.   


  

출처: Pixabay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라고 언급하며 그 이유를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을 문장을 만나는 것은 독서하면서 얻는 최고의 행운이 아닌가 싶다. 

내가 사는 삶은 참 단조롭다. 아이들 가르치기 위해서 읽고 쓰고 수업 준비하고, 수업 진행하고 이게 전부다. 물론 심리학 공부 모임이나 책 읽은 것 매일 올려놓은 방과 걷기 모임방, 독서 모임 몇 개 하는 게 전부다. 디카 시반을 운영하기 위해 유명 작가님 모시고 사진방에서 활동하는 것이랑 매주 한 편씩 시 발행하는 것 정도다. 한 주에 한 번씩 산행하며 이만 보 가까이 걷고, 간간히 애써 찾아다니며 전시회 관람하는 것 외에는. 많아 보이지만 거의다 카톡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임방에는 들어가 있지만 혼자 하는 조용한 삶이다. 
고요한 내 삶에 만족을 하며 때로,
아니 자주 기쁨을 느끼며 평온하게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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