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뒤통수를 보여 주지 않는다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https://blog.naver.com/doctorslump/221321803190


시계는 뒤통수를 보여 주지 않는다


이영식



밥 한 번 먹자던 사람, 끝내 소식 없는 날


눈사람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눈사람은 눈이면서 사람


사람이라는 말에 피가 도는 듯 따듯했다


세한도 속 내 그림자뿐인 저녁보다는 눈사람이라도 마주 앉으니 훈훈했다


우리는 벽에 걸린 등신 거울을 들여다보며 눈을 맞췄다


거울 속 두 사람을 합치니 식솔이 넷으로 늘었다


헛제삿밥 앞에 둘러앉은 군식구처럼 킥킥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일은 나비넥타이를 맬까? 숯 검댕 수염을 코 밑에 그려볼까?


넷이 머리 맞댄 궁리라는 게 너무 뻔하고


싱거웠다


시곗바늘은 제대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가지 않았다


시계가 뒤통수를 보여 주지 않아서 맹춘(孟春)이 눈을 뜨지 못했다



- 이영식 시집, 『휴』 중에서



캡처-눈사람.GIF 출처: pixabay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창작교실> 방입니다.

시 쓰기와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토닥토닥 시창작교실>을

두드리셔요. 참여 코드는 poem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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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 창작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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