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https://bit.ly/34eze23 박순철 화가, 〈비는 내리고...〉, 종이에 수묵담채, 180×140cm, 1997


뒷모습


이영식



달이었다

찜질방을 나서는 내 어깨 뒤에

맥반석 덩이가 차갑게 따라붙고 있었다

에두아르 부바*의 흑백사진처럼

뒷모습을 찍어 대고 있었다

무방비의 공간, 장식도 허세도 없는

뒷모습은 너무 정직해 슬프다**

고요와 쓸쓸함에 바쳐진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사람의 전집(全集)은 등 뒤에 있는 것 같다

바람이 가끔 갈피를 넘겨 보는

허무를 한 짐씩 짊어진 등짝들

벼랑의 막막함이 뒷짐을 지게 한다

내 몸 어딘가 영혼이 깃든 그늘이 있다면

팔 꺾어도 쉽게 닿지 않는 간극,

그 뒷모습 어디쯤 숨겨 있지 않을까

반지하 골방에 들어서니 깜깜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무저갱의 어둠 속

전주 李씨 아무개도, 경계도 벗고

내가 나를 들여다볼 참이다



*에두아르 부바(1923-99): 뒷모습 사진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작가.

**이철호의 산문에서 빌려 옴.




- 이영식 시집, 『휴』 중에서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창작교실> 방입니다.

시 쓰기와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토닥토닥 시창작교실>을

두드리셔요. 참여 코드는 poem입니다 ~^^


https://open.kakao.com/o/g4cupPTd







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 창작 교실"

개설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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