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희
나는 커피 제국의 착한 백성
커피 한 톨 나지 않는 나라에 파병된 용병들이 우리네 커피 소비문화를 책임지고 있지
집으로부터 반경 1킬로미터 내에 설치된 커피 막사는 몇 개일까
스타벅스 17개, 커피빈 8개, 이디아 4개, 엔제리너스…… 저 초소들과 나와의 물리적 거리는 전적으로 중독성 커피향의 폭력적 힘의 결과이다
내 미각과 후각을 정복한 용병들의 천국,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커피머신이 돌아가는 소리가 대화를 이어준다
커피 왕국엔 일몰이 없다
도시 탈출!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심산오지에 들었다고 내비게이션 속에서 커피의 초소가 사라졌는가
염려 마시라, 가방 속 스타벅스 원터치 텀블러, 그 속에는 섭씨 98°C의 원두커피를 내장하고 있다
내 그리움을 공략하는 지상 최대의 바주카포, 모카 예가체프 한 잔의 향기에 나의 외로움이 녹아내린다
에티오피아, 베트남, 콜럼비아 커피 용병들이 완전무장하고 곁을 지켜주는 하루 또 하루
세상과 나와의 화해, 차갑게 식어가는 커피 잔의 고독을 어루만지며 건너는 커피 왕국엔 일몰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