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命)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https://blog.naver.com/joayozzang/222579655885





명(命)


이영식



눈발 휘날리는 대학교

원조순대국집 노파가 바다를 건너고 있다

命을 맡긴 한밤의 무단 항해다

팔십 고개, 순대 묶음처럼 꺾인 허리와

지팡이가 하나 되어 큰 너울을 건너고 있다

온몸으로 노를 저을 때마다

들숨날숨 파도 위에 녹아내리던 호흡이

중앙선 위에서 잠시 멈춰 선다

앞만 보고 악착으로 내달려 온 세월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돌아보시는가

한쪽으로 기우는 쪽배가 위태로워

질주하던 쾌속정들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왁자하던 불빛과 뱃사람들의 수다

날리던 눈발도 잠시 숨을 고른다

노파를 모시는 지팡이의 어눌한 방향키에

모든 초점이 엉겨 붙는 순간, 거리는

먹먹한 고요가 가라앉은 바닷속 풍경이 된다

천근만근 납덩이보다 무거운 걸음

쌍끌이 그물코에 걸린 마음들이 밀고 당기던

원조 지팡이가 기우뚱거리며 보도 위에 닻을 내린다

명줄을 겨우 이은 쪽배가 골목으로 사라지자

생각난 듯 함박눈송이들이 뛰어내린다

숨죽였던 쾌속정들이 총알탄으로 튀어 나간다

급물살을 타는 대학로, 속도만 생각할 뿐

아무도 원조를 기억하지 않는다



- 이영식 시집, 『휴』 중에서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창작교실> 방입니다.

시 쓰기와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토닥토닥 시창작교실>을

두드리셔요. 참여 코드는 poem입니다 ~^^


https://open.kakao.com/o/g4cupPTd







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 창작 교실"

개설됐습니다~^^

https://bit.ly/3Fwy5Q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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