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필(渴筆)로 치다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https://blog.daum.net/yescheers/8599496



갈필(渴筆)로 치다


이영식



늙은 쇠잔등처럼 설핏한 동짓달

A 시인이 「행복」메일을 보내왔다

올해의 소중한 만남 행복했노라

두고 깊이 간직하겠노라

이러구러 송년 인사쯤으로 여겼는데

아니었다, 촘촘히 읽어 보니 정반대다

행복이 아니라, 「항복」이었다


외롭지 않았습니다

혼자이지 못했습니다

동서남북 이곳저곳 기웃거리느라

바람만 들었습니다

이제, 항복합니다

시 앞에 무릎 끓고 엎드립니다

끊고, 닫고, 못 박아

온전히 나를 거두겠습니다

외롭겠습니다


비목처럼 바싹 마른 고독 아니면

시의 바늘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일까

갈필로 치듯 빈 몸뚱이 던져

뼛속까지 내려가 바닥을 짚어야 하나

이메일, 홈페이지 닫아걸고

동안거에 든 시인의 결가부좌

대설주의보 떼구름 위에 겹쳐 온다


오늘 밤 눈바람 세한(歲寒)의 잣나무 아래

누군가 발자국이 짐승 울음처럼 찍혀 있겠다



—이영식 시집 『휴』(천년의시작, 2012)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창작교실> 방입니다.

시 쓰기와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토닥토닥 시창작교실>을

두드리셔요. 참여 코드는 poem입니다 ~^^


https://open.kakao.com/o/g4cupPTd







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 창작 교실"

개설됐습니다~^^

https://bit.ly/3Fwy5Q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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