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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14. 2022

꽃이 피려고 했는데, 세상이 막아버렸어요

이번 중3 기말시험이 지난 주로 다 막을 내렸다.  

시험 끝나고 5주 있는 달은 보통 한 주는 쉬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달은 토요반, 일요반이 모두 4주밖에 되지 않았다. 직전 보충도 했지만 할 수 없이 정상수업을 하기로 하고 안내를 했다.


이번 일요일 정상 수업합니다.
내년 3월 고1 모의고사 대비를 바로 해야 하니 빠작 꼭 챙겨서 보내주십시오.
긴장감을 갖기 위해 수업 시간에 모의고사 풀고 바로 해제할 것입니다.
이제 수능을 향해서 달려야 할 때입니다 ~~

 

국어학원이다 보니 주말에 수업이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꽉 차 있는 상태다.

이렇게 안내를 드렸는데 눈 위의 참새가 종종걸음을 치듯이 개인 톡으로 문자들이 오기 시작했다.  



조부모님과 식사를 하게 됐다고,
가족 나들이를 가게 됐다고.
시험 끝나고 바로 수업하는 거라 우리 애가 안 갈 것 같다고.  



출처: pixabay- 아마 우리 애가 안 갈 거예요.



10시에 자소서 개강하는 반만 빼고 할 수 없이 휴강 안내를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7시 팀도 부득이 휴강하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가기 마지막이라 어머님들께서 가족 여행도 잡고,
쉬고 싶어 하는 아이들 말도 따라주는 듯해요 ~


학부모님 방이랑 학생들이 있는 단톡방에 이 내용을 공유했다.

세상에 수업을 강행하면 어쩔 뻔했는지?

얌전한 상희가 개인 톡으로 문자를 줬다.



쌤 사랑해요~^^
지옥의 순희가 아니라 천사십니다 ~~




지난 수요일 교육특구에서 오는 혜민이가 전화를 했다. 가려고 했는데, 지갑을 두고 와서 집으로 들어갔다가 배가 아프다고. 너무 아파서 꼼짝도 못 하겠는데 일요일에 가면 안 되냐고?

거짓말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 사람아, 몸이 먼저지. 몸 잘 추스르고 일요일에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일요일이 되자 금방 숨이 넘어갈 듯, 아주 빅뉴스를 전하듯이 달뜬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분노 #부당함 #유관순 열사처럼 정의구현을 하려 했다.  



쌤, 쌤, 쌔엠 ~~


무슨 일이셔?


아니, 아니, 글쎄.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거예요?

엄마가 일요일에 학원을 다 잡아놔서 4시나 돼야 수업이 끝나요. 고등학교에 가서 잘해야 한다며 나한테 상의도 안 하고 학원 등록을 다했단 말이에요.


내 수업이 일요일에는 꽉 차 있는 것을 알면서, 그것과 상관없이 아주 분해했다. 화가 나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을 했다. 마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전사처럼 자기변호를 했다.


혜민! 분노하는 것이 유관순 열사 같다.


아니요, 제가 화가 안 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데요, 저 월요일에 가면 안 돼요?(목소리를 착 내리면서)


너, 그때도 시간 바꿀 거잖아. 우리의 이별의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구먼.


그게 아니고요. 제 말씀 좀 들어보셔요. 그날이 학교 축제거든요. 그래서 일찍 끝날 거예요. 축제 때 저는 할 게 없거든요. 서너 시면 선생님한테 도착할 수 있어요. 총알처럼 달려가겠습니.


이렇게 내 정신을 홀딱 빼놓더니 좀 전에 전화가 다시 왔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쌔엠~~ 제가요. 축제 때 하도 돌아다녔더니 힘이 하나도 없어요. 저 수요일에 가면 안 될까요. 아니면 줌으로 해도 되구요.


안 돼! 저녁에 수업이 있어. 그나저나 이번 국어 시험은 어떻게 된 거야. 결과를 말해 줘야지. 중학교 시험으로는 마지막이니까 우리 전력투구 해서 꽃을 피워보자고 했잖아?


남들은 꽃도 잘 피우건만


몇 점 맞았어? 

반절만 맞았냐? (참고로 혜민이가 다니는 학교의 국어 시험이 무지 어렵다고 혜민이가 늘 강조해왔던 터였)


아니요옷! 사람을 뭘로 보는 거예요?


그러면 60점 맞았냐?


제가 그 정도밖에 안 되겠어요?


그러면 70은 넘은 거야?


그게요 시험이 너무나 어려워 갖고서요. 엄마도 풀어봤는데 하나도 못 맞혔어요.


아니, 무슨 어머님이 문제를 풀어? 시험에서 손 놓으신지가 언젠데?


차암 내 ~~ 양가집 규수가 아니라 양미네 양미!


어, 엄마도 수우미양가 얘기했는데. 아니 저도 중학교 생활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 꽃을 피워보려고 했지요. 그런데 세상이 막아버렸어요. 광합성을 하지 못하도록 빛을 차단했어요. 산소도 차단했구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꽃을 피워요. 피우고 싶어도 못 피우지요. 


이별할 시간이 왔네. 사교육 선생한테 결과물이 없으면 자네와 내가 함께 할 명분이 없잖아. 명분이. 혜민이 너는 학습력도 좋아서 태도만 고치면 꽃을 피울 거라 생각했는데 꽃을 못 피웠네. 잠재력이 있는 친구라 생각하며 크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꽃봉오리만 맺다 말았네. 맺다  말았어.  꽃은 피지도 못하고.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혜민이가 받아쳤다.


쌤! 저를 믿어주세요. 저 500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수요일에 가서 제가 보여드리겠습니.


내가 미쳐 말하기도 전에

쌤, 싸랑해요. 빠이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잽 한번 속시원히 날려보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혜민이한테 KO패 당했다.



출처: pixabay - 잽 한 번 날려보지 못하고 KO패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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