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야, 내 누이야,
거기 가서 같이 사는
그 즐거움을 이제 꿈꾸어라!
느긋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고 지고,
그리도 너를 닮은 그 나라에서!
그 흐린 하늘의
젖은 태양은
내 정신을 호리기에도 알맞게
눈물 너머로 빛나는
네 종잡을 수 없는 눈의
그 신비하고 신비한 매력을 지녔단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
보라, 저 운하에서
잠자는 배들을,
그들의 기질이야 떠도는 나그네,
세상의 끝에서
그들이 오는 것은
네 자잘한 소망까지 채워 주기 위해서지.
—저무는 태양이
보랏빛, 금빛으로
들판을 덮고. 운하를 덮고,
온 도시를 덮고,
세상은 잠든다,
따사로운 노을빛 속에서.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에서
매일 오후 일과가 끝날 무렵이면 이상하게도 서글프고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해가 지고 그림자들이 드리워지고, 특히 나의 긴 그림자가 서서히 그러나 확연하게 아직 병중에 있는 우리 부장의 빈 사무실을 향해 뻗칠 때, 나는 기운을 되찾는다.
- 『사치와 평온과 쾌락』, 39쪽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정든 낡은 스웨터를 입고 지내는 게 정말 좋다. 예전에 즐겨 듣던 음반들, 적당한 열기를 내는 장작불, 우리의 손때가 묻은 낡은 책들, 이 느긋함, 이 편안함. 꿈을 꾸는 시간. 나는 꿈을 꾼다. 나는 남녘으로 도망치는 꿈을 꾼다.
-『사치와 평온과 쾌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