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순희 Nov 19. 2022

사치와 평온과 쾌락

출처; 네이버 책 (naver.com)



제목부터 확 끌린다.

역시.

보들레르의 시에서 가져왔단다. 마티스는 그림의 제목으로, 장 자크 상페는 책 제목으로 썼다.  



출처: https://bit.ly/3XbNEXA, 앙리 마티스,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


민음사 블로그에 실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티스의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 “Luxe, calme et volupté.”이라는 표현은

샤를 보들레르의 시 「여행에의 초대」에서 반복되는 구절을 차용한 것이란다.



내 아이야, 내 누이야,
거기 가서 같이 사는
그 즐거움을 이제 꿈꾸어라!
느긋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고 지고,
그리도 너를 닮은 그 나라에서!
그 흐린 하늘의
젖은 태양은
내 정신을 호리기에도 알맞게
눈물 너머로 빛나는
네 종잡을 수 없는 눈의
그 신비하고 신비한 매력을 지녔단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

보라, 저 운하에서
잠자는 배들을,
그들의 기질이야 떠도는 나그네,
세상의 끝에서
그들이 오는 것은
네 자잘한 소망까지 채워 주기 위해서지.

—저무는 태양이
보랏빛, 금빛으로
들판을 덮고. 운하를 덮고,
온 도시를 덮고,
세상은 잠든다,
따사로운 노을빛 속에서.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에서



  매일 오후 일과가 끝날 무렵이면 이상하게도 서글프고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해가 지고 그림자들이 드리워지고, 특히 나의 긴 그림자가 서서히 그러나 확연하게 아직 병중에 있는 우리 부장의 빈 사무실을 향해 뻗칠 때, 나는 기운을 되찾는다.

- 『사치와 평온과 쾌락』, 39쪽


일과가 끝날 무렵 밀려드는 서글픔은 아마 고독에 가까운 것이리라.

아니면 하루를 충만하게 보낸 뒤의 허전함이랄까.

해가 뉘엿뉘엿 지고 그림자들이 드리워질 때 "나의 긴 그림자"가 병으로 비워 있는 부장의 사무실을 향할 때 "기운"을 차린다. 누군가의 재난에 안심이 되는, 그것도 상사일 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하고도 남는다.


장 자크 상뻬가 그려내는 일상의 삶은 사실적이다 못해 솔직하다.  

처음 걸음마를 시작한 아가가 "엄마, 아빠, 나 걸어요!"라며 한껏 들떠 말한다. 한쪽 벽을 짚고 서 있는 모습이 위태롭다. 금방이라도 엎어질 것만 같다. 그 찰나의 순간을 아기 엄마 아빠인 부부는 TV 보느라 아이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귀한 순간을 그만 놓쳐버리고 만다.  


출처: 『사치와 평온과 쾌락』, 30쪽/열린책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정든 낡은 스웨터를 입고 지내는 게 정말 좋다. 예전에 즐겨 듣던 음반들, 적당한 열기를 내는 장작불, 우리의 손때가 묻은 낡은 책들, 이 느긋함, 이 편안함. 꿈을 꾸는 시간. 나는 꿈을 꾼다. 나는 남녘으로 도망치는 꿈을 꾼다.  

-『사치와 평온과 쾌락』,



출처: 『사치와 평온과 쾌락』, 31쪽/열린책들



낡았지만 정이 든 스웨터를 입고 애정하는 음반을 튼다. 실내는 장작불로 적당히 따뜻하다. 차 한잔을 마신 후 느긋하게 독서를 한다. 아내는 한껏 몸을 말았다. 비스듬히 누워 소파와 한 몸이 된 지 오래다. 가구들은 제 자리에 있고 실내의 공기 또한 아늑하다. 이 편안함에서 꾸는 꿈이란 게 남녘으로 도망치는 것이다. 평온 가운데 일상의 탈출을 꿈꾼다. 사람에게서 도망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일상에서 도피하는 것인지 아무튼 이해가 간다.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까.



보들레르의 시 「여행에의 초대」에 표현된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이라는 시어가 그림으로 에세이의 제목으로 변주됐다. 이렇게 퍼져나가는 것을 보며 불현듯 시를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의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가 인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으로 재탄생했다.  











https://open.kakao.com/o/gGbEfsPd

진순희 글쓰기방 open.kakao.com

글쓰기, 책쓰기와 관련해 문의 사항이 있으면 '진순희 글쓰기방'으로

두드리셔요. 참여코드는 1004입니다 ~^^









제 책을 소개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7855049


http://www.yes24.com/Product/Goods/96006050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prdNo=344141269&sc.saNo=003002001&bid1=search&bid2=product&bid3=title&bid4=001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8700745&orderClick=LEa&Kc=


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내 이름 박힌 내 책 한 권쓰기> 강좌가

개설되었습니다 ~^^


https://bit.ly/3123ifR

미래교육원 능력개발 lifelong.cau.ac.kr





수강신청:

https://lifelong.cau.ac.kr/mpd/cms/FR_CON/index.do?MENU_ID=1740






#사치와평온과쾌락 #보들레르 #악의꽂 #여행에의 초대 #마티스 #사치와 고요와 그리고 쾌락

#백석 #흰바람벽이있어 #가난하고외롭고높고쓸쓸하니 #안도현

매거진의 이전글 꽃이 피려고 했는데, 세상이 막아버렸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