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사고 발표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아이들 단톡방이 부산했다. 붙었다는 아이들의 합격 소식이 이어지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자사고 면접은 5분 동안 질문 4개를 답해야 한다. 코로나로 면접이 없는 기간이 있었다. 이번에는 면접이 있어서 몇 번이고 연습을 시켰다.
기본 질문이 지원동기와 학업계획을 포함한 자기 주도 영역과 나눔 배려 갈등의 해소 등의 경험을 말하는 인성 영역을 포함한다. 면접 시간 5분을 못 채우고 2분 30초가 남았다고 울상을 짓던 석민이가 첫 합격 소식을 전해왔다. 자소서 수업하는 내내 늦게까지 자소서 작성을 하지 않아 애를 태우게 했던 현민이도 붙었다고 톡을 남겼다.
저 인생 어떻게 삽니까......
제가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걸까요...
지원이의 문자가 이어졌다.
이름을 댄 것이 감점 요인만 될 줄 알았는데, 당락까지 결정된 모양이었다.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탄식하는 지원이에게 "아이구, 저런. 지옥이라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해"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선생님 지옥의 문턱까지 다가간
저를 제발 위로해 주시고 꺼내주세요.
아직 방학이 아니어서 학교에 있을 텐테, 졸업이 다가오다 보니 핸드폰을 쓸 수 있었나 보다.
"위로해 주고, 꺼내달라"는 지원이에게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말' 밖에 없었다.
지원아, 지옥 아니야.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 주시려고 하시는 거야.
지원이 네가 믿는 사랑의 하나님은 절대로 너를 버리지 않으셔.
이렇게 문자를 남겼지만 실망해 있을 지원이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짠했다.
지원아. 맹자 고자전에도 나와있단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몸을 힘들게
한다고 해. 지원아 지금은 괴롭겠지만 세상이 너를 크게 쓰려고 하시는 거라고 마음을 굳게 먹으렴
이렇게 글을 올렸는데 조금 있다가 예원이가 문자를 남겼다.
저도 떨어졌어요.
예원이가 떨어질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열심히 참여도 했지만 모의 면접을 할 때 너무나 잘했다. 당연히 붙을 거라 확신했다. 다만 면접 보고 와서는 너무 당황해서 뭘 물어봤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면접 때 예원이가 불안해서 횡설수설했으면 어떡해 하지라는 고민이 살짝 들긴 했다.
지원이에 이어 예원이마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면접 보고 와서는 우리처럼 준비한 아이들이 없었다고 자신 있어하더니 실전에서는 많이 움추러들었나 보다.
요즘은 위로도 가르쳐야 될 모양이다. 지원이가 지옥에서 빼내달라고, 위로해 달라고 낙담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 발표 결과를 모르는 윤석이한테 걸걸한 승민이가 말했다.
어이, 윤석아.
떨어졌다면 대치로 와라.
곱게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