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손끝에서 달이 뜨고 새가 날고 꽃이 진다.
진순희
마을회관에 둘러앉은 고만고만한 할머니들
온통 화려한 꽃으로 몸을 휘감았다
이제 꽃물에 젖고 싶은 나이
헐렁한 일바지 속에서 숨어 피는 꽃
울긋불긋 팬티도 꽃무늬다
언제 꽃이었던 때가 있었나
수줍던 미소는 이제 헐렁한 이 사이로 빠져나가고
민망한 농담도 스스럼없다
오가는 화투 패
매화 벚꽃 목단, 바닥에도 꽃이 핀다
한 번의 손끝에서 달이 뜨고 새가 날고 꽃이 진다
눈 깜짝할 사이 봄이 가고 단풍이 들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창밖은 노을이 지고 다리는 저리고 허리는 휘었다
한철이었던 봉숭아가 씨를 툭툭 터트리고
손톱의 꽃물도 다 빠져나갔다
십 원짜리 동전을 누가 따고 누가 잃었는지
종일 지루한 시간을 돌리고 돌려도
개평도 없는 하루가 따분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마당가
첩을 닮은 붉은 분꽃만 초저녁을 지킨다
벽에 매달린 벽시계가 겨우 겨우
늙은 꽃들의 무릎을 일으킨다
걸쳐 입은 꽃들이 일제히 구김살을 편다
2012년 계간지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존 스튜어트 밀 인문고전 연구소 소장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운영
<<명문대 합격 글쓰기>> 저자 진순희 인사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