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잔치

한 번의 손끝에서 달이 뜨고 새가 날고 꽃이 진다.

by 진순희
캡처.PNG https://www.nongmin.com/nature/NAT/ETC/31223/view



꽃들의 잔치


진순희



마을회관에 둘러앉은 고만고만한 할머니들

온통 화려한 꽃으로 몸을 휘감았다

이제 꽃물에 젖고 싶은 나이

헐렁한 일바지 속에서 숨어 피는 꽃

울긋불긋 팬티도 꽃무늬다


언제 꽃이었던 때가 있었나

수줍던 미소는 이제 헐렁한 이 사이로 빠져나가고

민망한 농담도 스스럼없다


오가는 화투 패

매화 벚꽃 목단, 바닥에도 꽃이 핀다

한 번의 손끝에서 달이 뜨고 새가 날고 꽃이 진다

눈 깜짝할 사이 봄이 가고 단풍이 들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창밖은 노을이 지고 다리는 저리고 허리는 휘었다


한철이었던 봉숭아가 씨를 툭툭 터트리고

손톱의 꽃물도 다 빠져나갔다

십 원짜리 동전을 누가 따고 누가 잃었는지

종일 지루한 시간을 돌리고 돌려도

개평도 없는 하루가 따분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마당가

첩을 닮은 붉은 분꽃만 초저녁을 지킨다


벽에 매달린 벽시계가 겨우 겨우

늙은 꽃들의 무릎을 일으킨다

걸쳐 입은 꽃들이 일제히 구김살을 편다


진순희 사진.PNG 진순희 시인

2012년 계간지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존 스튜어트 밀 인문고전 연구소 소장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운영





<<명문대 합격 글쓰기>> 저자 진순희 인사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책표지-명문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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