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저녁이었다 ​

마음에 마음이 겹치면 하나의 길이 된다는데

by 진순희


https://k2man.net/1089

느리게, 걷는 저녁이었다


-진순희



원하는 페이지에 접속하는 정사각형의 QR*코드

복잡한 주소를 넣지 않아도

잡지나 TV 광고 옥외 광고판에

블로그나 카페 홈페이지까지 직행이다

단 한 번의 촬영으로 빠르게 응답하는 기호는

돌아가지 않는다

기다림을 모른다

생각에 가속이 붙고 우리는 질주한다


신호등 불빛이 느리다

버스는 오지 않는다

우체통은 텅 비었다


과속이 남긴 부작용은 조바심이다


빗겨간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밤,

코드가 다른 어긋난 마음

한 조각이 모자라

끝내 완성할 수 없었던 어설픈 첫 그림


마음에 마음이 겹치면 하나의 길이 된다는데

각각의 길로 걸어야만 했다

방향이 서로 달라

수평을 향해 미끄러지던


그때 가슴에 빨간불이 켜졌다

멈춰 서서 잠시 더 생각하라고


*Quick Response


진순희 시인

2012년 계간지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박사수료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 SUNI 책쓰기 아카데미 운영



제가 책을 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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